호텔, 향후 5년간 2배 확충…日 화학기업 인수·합병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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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가 올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예고한 가운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과거의 '성공 체험'을 모두 버리고 새롭게 태어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신 회장은 이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의 인터뷰에서 "실(實) 점포에서의 성공체험을 모두 버리겠다"면서 역대 최대 규모의 점포 구조조정을 단행하겠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주력인 국내 대형 마트와 양판점, 백화점 가운데 채산성이 없는 약 20%, 총 200개의 점포를 연내를 목표로 폐쇄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롯데쇼핑은 지난달 13일 실적발표와 함께 비효율 점포 정리 등을 골자로 한 올해 '운영 전략과 미래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롯데쇼핑은 우선 운영 효율성과 수익선 개선을 위해 백화점, 마트, 슈퍼, 롭스 등 700여개 점포 중 약 30%인 200여개 점포를 정리할 예정이다.
롯데쇼핑이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서는 것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점포 정리는 마트와 슈퍼를 중심으로 향후 3∼5년간 순차적으로 진행되며 정리되는 매장 인력은 다른 점포로 재배치될 예정이다.
닛케이는 롯데의 기둥은 한국 내 유통 사업으로 그룹 전체 매출의 약 40%를 차지하지만 한국 시장의 소비 침체가 장기화하고 인터넷 쇼핑몰과의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라며 이 영향으로 롯데그룹의 핵심인 롯데쇼핑 영업 이익이 지난 5년간 3분의 1로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닛케이는 이런 상황에 직면한 신 회장이 기존의 경영 방식은 더는 통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타개책으로 인터넷 사업 강화를 내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신 회장은 인터넷 사업을 일원화하고 모든 제품을 가까운 매장에서 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신 회장은 지난 1월 인사를 통해 그룹 계열사의 40%에서 최고경영자를 젊은 층으로 바꾼 것에 대해선 "말로는 디지털화를 외치면서 오프라인 점포 운영 중심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닛케이는 신 회장이 언급한 대로 롯데는 지난 2월부터 여러 자회사가 별도로 다루던 인터넷 쇼핑몰 사업을 일원화한 새로운 서비스 '롯데온'을 일부 시작했고 백화점이나 슈퍼, 가전양판점 등의 가까운 매장에서 롯데그룹이 취급하는 모든 제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도 본격 전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또한 신 회장은 디지털화를 추진해 현재 1만곳 이상인 편의점 등 오프라인 매장과 인터넷의 연계를 강화해 매출 증대를 노리는 '옴니 채널 전략'을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많은 기업이 유사한 전략을 폈지만 눈에 띄는 성과가 오르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선 "최고 경영진이 의지를 갖고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디지털 분야에 집중 투자를 계속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신 회장은 한국에서는 저출산·고령화가 일본 이상의 속도로 진행 중이어서 내수만으로는 성장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세계 시장 개척이 매우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세계 경제가 불안정하기 때문에 앞으로는 선진국 쪽으로 가야 한다며 호텔과 화학 부문의 투자 확대 방침을 밝혔다. 이와 관련 신 회장은 "호텔 부문에선 인수·합병을 포함해 향후 5년간 현재의 2배인 전세계 3만 객실 체제로 확충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화약 분야에서 유력한 기술을 갖고 있으면서 글로벌 사업을 전개하지 못하는 일본 회사가 많다며 일본 기업의 인수합병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닛케이는 사상 최대 규모의 구조조정 계획을 밝힌 신 회장이 롯데그룹의 주력인 유통사업에선 인터넷과의 융합을 강화하고 해외 시장에선 호텔·석유화학 사업에 역량을 쏟는 등 3개의 기둥으로 성장 전략을 짜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그러나 당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유통이 주축인 롯데그룹을 둘러싼 경영 환경은 악화하고 있다면서 신 회장이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의 롯데를 거듭나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재벌 총수로서의 능력 검증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고 평했다.
한편 신 회장은 이 인터뷰에서 일본에서 제과 사업을 영위하는 일본롯데를 향후 2년 이내 상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면서 경영권 다툼을 벌였던 형인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는 "이제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 디지틀조선TV 임상재 limsaj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