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사 영화 ‘알라딘’으로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켰던 가이 리치 감독이 2020년 신작 영화로 한국 관객을 찾아왔다. 반전의 묘미를 극대화한 범죄 오락 영화 ‘젠틀맨’이다.
-
비상한 두뇌와 사업 수단으로 유럽의 마리화나 제왕이 된 갱스터 ‘믹키 피어슨(매튜 맥커너히)’은 품격 있는 삶을 위해 미국의 억만장자 매튜(제레미 스트롱)에게 사업을 넘기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돈 냄새를 맡은 중국계 신흥 갱 세력인 ‘드라이 아이(헨리 골딩)’와 사립 탐정 ‘플레처(휴 그랜트)’ 등이 끼어들며 거래는 점점 꼬여가고, 전혀 젠틀하지 않은 이들의 본색이 드러난다. 과연 이들은 거래를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
영화는 믹키의 비밀을 담보로 ‘레이먼드(찰리 허냄)’와 거래를 시도하는 플레처의 이야기에 따라 펼쳐진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영화는 치열한 두뇌 싸움과 아슬아슬한 심리전으로 긴장감을 높여간다.
감독의 의도와 인물들의 관계를 파악한 관객에게 영화는 매우 매력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잘 짜인 각본과 빠르고 리드미컬한 진행이 충분히 팬덤을 일으킬 만하기 때문이다. 영화와 코드가 맞는 이라면, 기꺼이 N차 관람에 동조하지 않을까도 싶다.
-
하지만 이런 반전과 추리의 묘미를 맛보기 위해서는 초반 고도의 집중력을 요한다는 것은 영화의 치명적인 약점이다. 영화는 러닝타임의 거의 절반가량을 인물과 상황설명에 할애하며,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이야기는 중반 이후에야 정리된다. 초반 쉴새 없이 쏟아지는 등장인물과 이들의 관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는데, 마음의 준비가 없이 이런 상황을 마주한 관객에게는 쉽지 않은 과정이다. 다소 갑작스러워 보이는 결말도 영화의 만족도를 낮추는 요소로 작용하지 않을까 싶다.
-
어쨌든 ‘젠틀맨’은 다양한 매력을 가진 영화다. ‘인터스텔라’의 천만 배우 매튜 맥커너히를 비롯해 휴 그랜트, 콜린 파렐, 찰리 허냄, 헨리 골딩, 미셸 도커리 등 할리우드 대표 배우들이 총출동하는 만큼 안정적이고 찰진 연기 조합을 선보인다는 것도 그중의 하나다. 특히 영국 대표 로맨틱가이 ‘휴 그랜트’의 180도 연기 변신과 강력한 존재감을 뽐내는 ‘콜린 파렐’의 연기는 깊은 인상을 남긴다. 갱스터의 이야기인 만큼 거친 단어가 많이 오가지만, 아슬아슬 선을 넘지 않는 황석희의 번역 역시 영화의 매력을 높여준다.
-
호불호가 분명하게 나뉠 것으로 예상되기에 관객들의 평가가 더 궁금해지는 영화 ‘젠틀맨’은 2월 26일 개봉이다.
-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