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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사모아(Samoa) 정부는 2월 20일부로 '14일 이내에 방문했을 경우 여행자의 입국을 불허하는 국가’ 중 하나로 한국을 포함시켰다. 여행자의 입국을 불허하는 국가로는 한국을 포함해 중국, 홍콩, 마카오, 일본, 싱가포르, 태국이다.
한국이 포함된 이유는 이틀 새 국내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급격히 증가해 100명이 넘어가면서 외신에서 한국의 신종 코로나 화산 추이를 심각하게 보도해 공포심이 고조된 탓이다.
사모아는 남태평양에 위치한 독립국가로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공기와 물을 가진 청정 국가 중 하나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태가 잠잠해질 때까지 당분간 사모아에 가려면 꽤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입국 전 14일간 중국, 홍콩, 마카오, 일본, 싱가포르, 태국, 한국이 아닌 곳에서 체류한 후, 입국 3일 전 발열, 기침, 인후통, 호흡곤란 등 코로나 감염 시 나타나는 증세가 없다는 확인서를 병원에서 발급받고 이를 지참해야 입국이 가능하다.
사모아로 가려면 보통 뉴질랜드를 경유하기 때문에, 뉴질랜드에서 14일간 체류한 후, 뉴질랜드 현지 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사모아로 입국하는 것이 지금으로선 유일한 방법이다.
사모아 정부는 외국인 뿐 아니라, 자국민의 입국도 거부할 정도로 예민하게 대응하는 중이다. 인도를 떠나 귀국하려는 사모아 국민 8명이 싱가포르를 경유했는데, 싱가포르가 '14일 이내에 방문했을 경우 여행자의 입국을 불허하는 국가’ 중 하나라는 이유로 입국을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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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아 정부가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은 세계가 코로나 바이러스와 신경이 잔뜩 곤두서있기 이전인 2019년 말부터 홍역이 돌아 80명이 사망하는 등 질병에 대한 경각심이 극에 달했던 상태이기 때문이다.
홍역은 열과 발진을 일으키는 매우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성 질병이지만 예방주사로 거의 대부분 예방할 수 있다. 그러나 원인 규명을 위해 국제 보건 기구(WHO)가 접종 실태를 조사한 결과, 피지 등 주변 국가에 비해 사모아 소아의 홍역 예방 접종률이 현저히 낮았으며, 특히 2013년에 90%에 이르던 접종률이 2018년에 31%로 급격히 떨어진 것을 밝혀냈다.
2018년에 병원에서 근육 이완제를 백신으로 착각해 접종하는 바람에 영아 2명이 숨지는 사건이 일어났는데, 이 사고를 계기로 사모아 사람들은 의료 기관에 대한 불신이 생겨 백신 접종을 거부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백신을 사용한다", "가짜 백신을 사용한다"라는 식의 근거 없는 이야기도 돌면서 사람들이 홍역 백신 접종을 더 기피하게 됐다. 백신 접종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등의 터무니없는 가짜 뉴스들도 한몫했다.
홍역으로 가뜩이나 신경이 곤두선 마당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까지 창궐하니 사모아 정부는 빗장을 단단히 걸어 잠근 것이다. 덕분에 사모아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근접도 못하는 철통방어 청정 국가가 되었다. 조만간 호주 등 여러 나라에서도 한국인 입국 조건을 까다롭게 할 전망이다. 이제는 각자 도생해야 하는 방역 춘추 전국시대를 맞게 되는 것 같아 무척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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