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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작은 아씨들’, 역대 가장 만족스러운 네 자매의 성장기

기사입력 2020.02.12 10:37
  • 1863년에 출간된 이후 150년이 넘게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지키며, 전 세계에서 사랑받아온 고전 명작 ‘작은 아씨들’이 2020년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를 찾아왔다. 그레타 거윅 감독의 영화 ‘작은 아씨들’이다.
  • 이미지=영화 '작은 아씨들' 포스터
    ▲ 이미지=영화 '작은 아씨들' 포스터

    많은 이가 좋아하는 고전 명작인 만큼 ‘작은 아씨들’은 그동안 수차례 영화화됐지만, 이번 영화는 지금까지 제작된 여느 작품과 확실한 차별점을 갖는다. 원작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영화는 각 캐릭터를 한층 생생하게 부각하며, 높은 공감대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 이미지=영화 '작은 아씨들' 스틸컷
    ▲ 이미지=영화 '작은 아씨들' 스틸컷

    이런 공감의 원천은 원작 캐릭터에 꼭 맞춤 한 배우들의 캐스팅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

    마치 가의 네 자매를 연기한 엠마 왓슨, 시얼샤 로넌, 엘리자 스캔런, 플로렌스 퓨는 각각 약간의 허영심이 있지만 다정한 첫째 ‘매그’, 자제력은 적지만 털털한 둘째 ‘조’, 수줍음 많고 소심하지만 배려심 많은 셋째 ‘베스’, 그리고 욕심은 많아도 사랑스러운 막내 ‘에이미’의 모습을 훌륭히 소화했다.

  • 이미지=영화 '작은 아씨들' 스틸컷
    ▲ 이미지=영화 '작은 아씨들' 스틸컷

    그중에서도 에이미 역의 플로렌스 퓨의 연기는 눈에 띈다. 제92회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도 오른 그녀는 관객이 기대하는 에이미의 모습을 넘어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매력까지 십분 끌어냈기 때문이다. 물론, 1995년작 '작은 아씨들'에서 어린 에이미를 연기한 커스틴 던스트의 풋풋한 모습을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12살이라고 하기엔 너무 성숙한 과거의 에이미가 당황스러울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의 어떤 작품에서보다 입체적인 모습으로 그려진 플로렌스 퓨의 에이미는 한결같이 사랑스럽다.

    이웃집 소년 로리 역에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으로 팬덤을 형성한 티모시 살라메를 캐스팅한 것도 신의 한 수였다.

  • 이미지=영화 '작은 아씨들' 스틸컷
    ▲ 이미지=영화 '작은 아씨들' 스틸컷

    ‘작은 아씨들’을 본 많은 이가 품는 가장 큰 의문은 “왜 조가 로리의 청혼을 거절했나?”이다. 감독 역시 이 점을 인지하고 있음을 영화 속 편집자의 말을 빌려 표현할 정도다.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는 로리를 거절한 조로 인해 많은 실망했던 팬들이라면, 이번 영화는 반드시 챙겨보면 좋을 듯하다.

    영화는 꽃미남 철부지 청년인 로리가 친구로 안성맞춤이지만, 결혼 상대로는 부족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연애 상담 프로그램에 종종 나오는 고민처럼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도 사랑은 아닐 수 있음을 말이다. 여기에 로리 대신 선택한 독일인 교수의 매력지수를 한껏 높여 조의 선택을 인정할 수 있게 만든다. 이런 극의 설정은 그동안 ‘작은 아씨들’을 보며 묵은 체증처럼 쌓여있던 아쉬움을 속 시원하게 풀어준다.

  • 이미지=영화 '작은 아씨들' 스틸컷
    ▲ 이미지=영화 '작은 아씨들' 스틸컷

    고모 역의 메릴 스트립은 분량이 많지 않은 조연임에도 불구하고, 막강한 존재감을 뽐낸다. 그저 심술궂고 무뚝뚝한 조연 캐릭터를 귀여운 츤데레 캐릭터로 탈바꿈시킨 메릴 스트립의 연기 내공을 지켜보는 것도 영화가 선사하는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현대화된 캐릭터로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며, 보다 생동감 넘치는 이야기를 완성한 영화 ‘작은 아씨들’은 명실공히 수작이라 칭할만하다. 재미와 감동, 화려한 볼거리를 고루 갖춘 '작은 아씨들'은 오늘(12일) 개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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