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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 "정치색 NO!"…'남산의 부장들', 전 세대에 화두 던질 웰메이드 실화극 탄생

기사입력 2020.01.15 18:38
  • '남산의 부장들' 언론시사회 / 사진: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 '남산의 부장들' 언론시사회 / 사진: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남산의 부장들'이 대통령 암살 사건의 한복판으로 관객을 초대한다. 15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남산의 부장들'(감독 우민호)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동명의 논픽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남산의 부장들'은 1979년 10월 26일 서울 종로구 중앙정보부 안가에서 발생한 대통령 살해 사건을 다룬 이야기다. 작품은 대통령 암살 사건 발생 40일 전, 청와대와 중앙정보부, 육군 본부에 몸담았던 이들의 관계와 심리를 면밀히 따라가며 과열된 '충성 경쟁'의 파멸을 담담히 좇는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우 감독은 "이 영화는 어떠한 정치적 성격이나 색을 띠지 않았다. 인물들에 대한 공과 과를 절대 평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단지 왜 이런 사건이 일어났는지, 인물들의 내면과 심리 묘사를 따라가면서 보여드리고 싶었다"며 "도대체 왜 중정부장(중앙정보부장)이 대통령을 죽였는지를 따라간 작품"이라고 말했다.
  • 이병헌은 헌법보다 위에 있는 권력의 2인자이자 박통 곁을 지키던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을 연기한다. 김규평은 전 중정부장 박용각(곽도원)이 박통 정권의 실체를 세계에 알리자 그를 저지하러 미국으로 향한다. 하지만 박용각에게서 '박통이 제 3의 인물을 2인자로 두고 있다'는 정보를 얻게 되고, 대통령 암살을 계획한다.

    이병헌은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드러냈다. 그는 "결과적으로 얘기하자면 작가가 온전히 상상으로만 만들어낸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보다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 게 더 힘들다는 걸 다시 한번 절실히 깨달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감독님이 준비했던 여러 자료들과 증언들, 또 제가 혼자서 찾아볼 수 있는 여러 방법을 택해서 시나리오에 입각해 연기했다"며 "제가 개인적인 감정을 담거나 감정의 수위를 조절하면 사실이 왜곡될 것 같아 그런 부분을 신경 쓰며 연기하느라 애썼다"고 회상했다.
  • 이성민은 5.16 군사정변으로 대통령에 올라 18년간 대한민국을 독재정치로 장악한 '박통' 역을 맡았다. 작품 속 이성민은 '박통'의 실존인물인 박정희 대통령과 흡사한 비주얼로 이목을 끌었다. 이에 대해 이성민은 "박 대통령 역은 기존의 영화나 드라마에서 많은 선배님들이 연기하셨다. 그래서 더 부삼스러웠다"며 "이 역할을 하면서 어떻게 세 부장들하고 밀당을 잘 해야 할까. 어떻게 이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요동치게 만들고, 어떨 때는 품어주면서 세 부장들에 대한 변주를 해낼까하는 고민을 하며 연기했다"고 연기적 주안점을 설명했다.
  • 곽도원은 내부 고발자로 변모한 전 중앙정보부장 '박용각'으로 분한다. 박통의 무한 신임을 받았던 그는 한순간에 권력에서 밀려나고, 이후 대한민국 정부의 비리를 고발하는 데 앞장선다. 극 중 김규평과 친구이자 대립 관계로 등장하는 인물이다.

    곽도원은 세밀한 감정 연기가 필요했던 현장에 대해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감정을 표현하려고 준비도 하고 공부도 많이 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일단 시나리오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 정치적인 것을 다루기보다 인물들의 내면적 갈등이나 긴장감을 다뤘다는 것"이라며 "제가 그동안 연기했던 역할 중에 최고 난도가 있는 역할이라 굉장히 어렵게 접근했다"고 덧붙였다.
  • '박통'의 신임을 얻으려 충성경쟁을 펼치는 인물 중 하나인 '곽상천'. 이희준은 곽상천 역에 대해 "조금의 사심도 없이 권력욕도 없이 오로지 각하를 지키겠다는 마음으로 목숨을 바쳐 경호하는 캐릭터"라고 소개했다.

    특히, 이희준은 '박통=나라'라는 신념을 가진 인물을 연기한 만큼, 캐릭터에 동화되는 과정이 어려웠다고 전했다. 그는 "곽상천이 뭘 어떻게, 얼마나 (박통을) 믿고 있길래 저렇게 행동할 수 있을까 공감하려고 애썼다"며 "왜 그가 이렇게 행동하는지 잘 이해가 안 됐었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는 그걸 공감해내는 게 가장 큰 숙제로 다가왔다"고 털어놨다.
  • 실존 인물을 연기한 네 배우는 당시 인물들의 상황과 감정에 스며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입을 모았다. 우 감독 역시 사건 속 인물들의 심리 변화를 작품의 강점으로 꼽았다. 우민호 감독은 "10.26 사건은 근현대사에서 큰 변곡점을 이루는 사건이다. 그 사건 안에 있는 인물들의 감정과 내면을 들여다보면 우리의 감정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며 "과거의 먼 역사가 아니라 그게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주변 분들과 이야기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기자간담회를 마무리하며 이성민은 "이 영화를 보며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에 갔다 온 느낌이 들었다"고 소감을 전했고, 이병헌 역시 "감독님과 훌륭한 배우들이 모두 좋은 연출과 연기로 웰메이드 작품을 하나 만들었다는 생각을 했다"고 자평했다. 이처럼 내로라하는 국내 대표 연기파 배우들의 연기 시너지와 충격적인 스토리로 설 극장가를 저격할 '남산의 부장들'은 오는 22일(수)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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