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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준법감시위' 설립에 이목 집중…모범적 선례에 대한 기대감 고조

기사입력 2020.01.07 17:56
일각 재판용 비판 불식 위해 준법감시위 실질적 감시 권한 부여 필요
롯데·한화·한진·태광 등 4개그룹 컴플라이언스위원회 운영 중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조선DB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조선DB
    삼성그룹이 계열사 전반의 준법 경영 여부를 감시하는 준법감시위원회를 구성한다고 밝히면서, 상당수 국민들은 다소 생소한 준법감시위의 구체적 운영 방안에 대해 궁금해 하고 있다.

    구체적인 운영 방안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현재 삼성그룹의 준법감시위 구성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의 형량을 낮추려는 전략이라는 일각의 비판도 있지만 준법감시위에 감시 권한을 부여하는 것만으로도 내부통제시스템의 순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모범적인 선례가 만들어질 것이란 기대감도 크다.

    7일 재계 및 법조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준법감시위를 새로 구성하고 위원장에 진보 성향의 김지형 전 대법관(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을 내정했다. 준법감시위는 삼성전자 이사회의 산하기구가 아닌 독립기구로 운영될 전망이다. 외부 인사 6명, 내부 인사 1명으로 구성되며, 그룹 전반의 준법 시스템을 들여다볼 계획이다. 자세한 운영 방안은 오는 9일 기자 간담회를 통해 발표할 예정이다.

    준법감시위는 삼성그룹 계열사 전반의 의사결정 및 업무집행에 대한 내부통제시스템을 마련하고, 법률전문가가 상시적으로 법적 위험을 진단 및 관리해 기업경영에 따른 각종 분쟁의 소지를 사전에 예방하도록 하는 역할을 수행할 전망이다. 초대 위원장인 김 전 대법관은 2018년에는 김용균 산재사망 진상규명위원장을 맡아 지난해 권고안을 내놓았고 2018년 삼성전자 백혈병 문제 조정위원장을 맡아 피해보상 합의를 이끈 인물이다. 2016년에는 구의역 사고 진상규명위원장도 맡은 등 노동 분야에서 독보적인 역할을 해 왔다.

    준법감시위 설립이 오는 17일 4차 공판을 앞둔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판결을 받기 위한다는 일각의 비판과 감시기능을 할까하는 우려도 상존한다. 지난해 10월 이재용 부회장의 횡령·뇌물 혐의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삼성에 ‘내부 준법감시제도’ 마련을 주문한 바 있다.

    재계에서는 외부 독립 기구로서 설립되는 자체로라도 준법 경영을 위한 감시 효과를 줄 것이라는 긍정적 시선도 크다. 삼성그룹이 위원회 산하에 감사위원회가 있고, 조직 내부에 법부팀과 감사역할을 하는 경영진단팀이 있음에도, 외부 독립 기구로서 새로 구성한다는 것은 독립성과 투명성을 한층 더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만약 독립성과 투명성이라는 취지에 집중한다면 기구의 존재 자체로도 감시자로서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준법감시 제도가 도입되면 기업내 준법감시 프로그램의 효과적인 이행과 집행 여부가 기업이나 기업주의 관리감독상의 의무를 다했는지를 판단하는 잣대가 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기업내에서 준법감시 프로그램을 효과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면, 기업인의 기업범죄에 대해서는 양형과정에서 형감경의 여지가 있는 반면, 준법감시 프로그램 조차 운영하지 않는 기업에 대해서는 관리감독상의 부주의로 인한 책임을 귀속시킬 수 있는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경영자의 준법행위는 자동적으로 확보되는 것이 아니라 기업 내부에서 일정한 조직상의 조치를 통해 그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는 효과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준법감시위의 성공 여부는 삼성이 이 기구에 실질적인 감시 권한을 부여하고 불편한 소리를 가감 없이 받아들이려고 노력해야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검찰 등 국가기관의 기업 수사가 많아 이에 대한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서라도 위법 활동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내부 분위기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재계에서 준법위원회(컴플라이언스위원회)를 두고 있는 기업은 롯데, 한화, 한진, 태광 등이다. 롯데그룹은 지난 2017년 4월 컴플라이언스위원회 초대 위원장에 민형기 전 헌법재판관을 선임한 데 이어 이태섭 전 부장판사도 컴플라이언스위원회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한화그룹은 지난 2018년 이홍훈 전 대법관을 컴플라이언스위원장으로, 외부 위원으로 이정구 전 성공회대 총장, 조홍식 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장 등을 함께 선임했다. 그룹 전체의 컴플라이언스 정책을 수립하고 각 계열사의 준법경영을 자문·지원한다.

    한진그룹은 지난해 4월 출범한 ‘준법위원회’의 명칭을 최근 ‘컴플라이언스위원회’로 변경하고 목영준 전 헌법재판관을 위원장으로 해 한진그룹 전체의 준법경영을 담당한다. 태광그룹도 지난 2018년 12월 임수빈 전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를 정도경영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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