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세대교체·재벌가 자제 마약파문 등 다사다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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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재계는 유달리 많은 일들이 일어났던 다사다난한 한해였다. 올해 초부터 아시아나항공의 매각부터 일본 수출규제로 인한 산업계 여파, 재계 1·2세대 기업인들의 연이은 작고 등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또한 미·중 무역 분쟁과 글로벌 수요 부진, 국내 경기 침체 등 통상환경 악화로 국내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됐고, 연말 들어 세대교체를 키워드로 한 인사를 진행하는 등 위기극복 해법을 고심했다.
디지틀조선TV가 기해년 재계를 뒤흔든 10대 뉴스를 꼽아봤다.
◆ 구자경·김우중·조양호...재계 큰별 잠들다
올해 유난히 한국 경제의 성장을 이끈 재계 1·2세대 기업인들이 연이어 세상을 떠났다. 지난 4월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작고 소식을 시작으로, 지난 9일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지난 14일 구자경 LG명예회장이 연이어 별세했다.
조 전 회장은 1974년 12월 대한항공에 입사한 이래 항공·운송사업 외길을 45년 이상 걸어온 뚝심의 경영인으로 평가받는다. '수송보국'을 기치로 한국 항공산업의 위상을 높였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는 신념으로 ‘세계경영’을 펼치며 우리 기업의 세계화를 선도한 김 전 회장은 만 30세인 1967년 대우를 설립한 후 1999년 그룹 해체 직전까지 자산규모 기준으로 현대에 이어 국내 2위의 기업을 일군 대표적인 1세대 기업인이다.
구 명예회장은 구인회 창업회장의 장남으로 1970년부터 25년간 그룹의 2대 회장을 지냈다. LG를 글로벌 기업으로 일궈온 1.5세대 경영인으로 평가받는다. 재벌 총수답지 않은 소탈한 성격으로 유명했으며, 경영 활동에서는 끈기와 뚝심으로 전자·화학·통신 등을 그룹의 3대 주력사업으로 키워냈다.
◆ 일본 수출규제 강화...소재 장비 국산화 바람
일본이 지난 7월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필요한 3개 품목에 대한 한국 수출 규제를 발표했다. 이어 8월에는 한국을 수출우대국에서 제외하는 등 양국간 갈등이 확대됐다.
이로 인해 국내 반도체, 디스플레이 기업들에서는 핵심 품목의 일본 의존도가 높아 국산화에 박차를 가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정부는 '소재·부품·장비 연구개발(R&D) 투자전략 및 혁신대책'을 수립하고, 3년 동안 5조원 이상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등은 수입처 다변화 및 국산화율을 높이기 위한 움직임을 보였다. 지난 27일에는 일명 '소부장 특별법'인 '소재·부품전문기업 등의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전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
◆ 재벌가 자제들의 마약파문 도마 위
올해는 재벌가 오너 자제들의 마약 파문이 연이어 일어났다. 이재현(59) CJ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씨(29)가 해외에서 마약을 구입한 뒤 항공편으로 국내 밀반입을 시도하다 세관 당국에 적발돼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앞서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인 황하나씨(31)는 지난 2015년 마약을 수차례 투약하고 지난해 의사 처방이 필요한 향정신성 의약품을 불법 복용한 혐의로 올해 4월 구속됐다.
황씨에 이어 고(故)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손자 정현선씨(29)와 SK그룹 창업주의 손자 최영근씨(31)도 각각 대마초와 액상대마를 구입해 흡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최씨와 정씨는 지난달 20일 결심 공판에서 징역형이 구형된 바 있다.
◆ 재계 총수 3·4세 빨라진 세대교체
주요 그룹들이 총수일가 3·4세대로 경영권이 넘어가는 '세대교체'가 잇달아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LG그룹은 구본무 회장이 갑작스레 별세함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오너 4세인 구광모 당시 상무가 40세의 젊은 나이로 회장에 취임했다. 올해 연말 인사에서는 젊은 피를 대거 기용하는 파격적인 인사를 통해 그룹 전반에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고 조양호 한진그룹 전 회장의 별세 후 그룹의 경영권을 이어받은 3세대인 조원태(44) 회장은 최근 단행한 첫 임원인사에서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아버지 시절 임명됐던 임원들이 물러나고 1960년대생 젊은 임원들을 대거 중용됐다.
지난 3일 재계 8위 GS그룹의 허창수(71) 회장이 정기 임원인사를 앞두고 사의를 표명했고, 후임 회장으로 허 회장의 막냇동생인 허태수(62) GS홈쇼핑 부회장을 낙점했다. 허창수 회장의 외아들인 허윤홍(40) GS건설 부사장도 사장으로 승진하며 '4세 경영'의 포문을 열었다. 지난해 말에는 GS칼텍스 허동수 회장의 장남인 허세홍(50) 대표가 사장으로 승진했다.
한화그룹도 '3세 경영'에 시동이 걸렸다. 김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36)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2015년 전무로 승진한 지 4년 만에 부사장에 올랐다. 태양광 사업을 본궤도에 올리면서 안정적인 경영 성과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
◆ -69% -66% -50%… 30대그룹 올 영업이익 반토막
미·중 무역 분쟁과 글로벌 수요 부진, 국내 경기 침체 등으로 우리나라 대기업이 최악의 부진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 산업계를 대표하는 삼성, SK, LG그룹 등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69%, 66%, 50%씩 쪼그라들었다.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 30대 그룹 상장사 272개사의 3분기 보고서(개별 기준)를 분석한 결과, 올 들어 3분기까지 영업이익은 총 49조264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5% 감소했다.
30대 그룹 전체 영업이익이 급감한 것은 반도체 업황 부진 영향이 가장 컸다. 지난해 반도체 호황을 누렸다가 올해 수요 감소로 고전한 삼성그룹과 SK그룹 두 곳의 영업이익 감소액만 각각 28조8793억원, 15조4686억원에 달했다. 전체 30대 그룹 영업이익 감소액의 88% 이상을 차지했다.
10대 그룹 중 유일하게 영업이익이 증가한 곳은 현대차그룹뿐이다. 하지만 전년도 실적이 워낙 좋지 않아 생긴 기저효과 측면이 크다.
◆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통합…'빅2' 체제 재편
올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합병하면서 거대 조선사인 한국조선해양이 탄생했다.
KDB산업은행은 지난 2월 대우조선해양 인수후보자로 현대중공업이 확정됐다고 발표했다. 인수 구조는 현대중공업을 조선합작법인(중간지주)과 현대중공업(사업법인)으로 물적분할하고,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 주식을 조선합작법인에 현물출자해 조선합작법인의 신주를 취득하는 방식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 7월 국내 공정거래위원회를 시작으로 유럽연합(EU)과 중국, 싱가포르, 일본 등 6개국에서 본격적으로 기업결합심사를 받고 있으며 지난달 카자흐스탄에서 첫 승인을 받았다.
6개국의 기업결합심사에서 모두 승인을 받을 경우 인수 절차는 마무리된다.
◆ LG화학-SK이노베이션 배터리 전쟁
올해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전쟁도 시작됐다.
LG화학은 지난 4월30일 SK이노베이션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2차전지 영업비밀 침해로 제소했다. LG화학은 국내에서도 SK이노베이션에 대한 수사를 경찰에 의뢰했다.
이에 맞서 SK이노베이션은 지난 6월 LG화학을 상대로 국내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8월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과 LG화학 미국법인을 미국 ITC와 연방법원에 각각 제소했다. 다시 LG화학은 지난 9월 SK이노베이션과 SK이노베이션의 전지사업 미국법인(SK Battery America)을 특허침해로 맞제소했다.
두 기업이 이번 소송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이유는 급증하는 전기차 수요에 대응하고 과점으로 전환되는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양사의 소송전은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
◆ 아시아나항공 매각...HDC그룹 품에
지난 4월 아시아나항공이 막대한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고 매물로 나오게 됐다. 3월에 아시아나항공의 감사를 맡은 삼일회계법인이 재무제표 등을 신뢰할 수 없다며 ‘한정’ 의견을 냈고, 이 배경에는 아시아나항공 한 회사에서만 6조1700억원에 달했던 부채가 원인이었다.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은 4월 아시아나항공의 정상화를 위해 모두 1조7300억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금호산업은 7월25일 아시아나항공 매각 공고를 내고 지난달 12일 매입가로 2조5000억원을 적어낸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 컨소시엄을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지난 27일 금호산업은 HDC 컨소시엄과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완료했다. HDC-미래에셋 컨소시엄은 이날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구주 6868만8063주(지분율 30.77%)를 3228억원(주당 4700원)에 인수했다. 2조1772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도 참여한다.
이로써 아시아나항공은 창립 31주년 만에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HDC그룹으로 넘어가게 됐다.
◆ 삼성전자, 폴더블폰 시대 선도, 갤럭시폴드 출시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화면이 접히는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폴드'를 지난 9월 출시했다. 삼성전자의 폴더블폰은 전세계 30여개국에 출시되며 완판행진 기록해 성공적 데뷔전을 치렀다.
갤럭시폴드는 당초 4월 미국 출시 예정이었으나 사전 블로거 대상 리뷰 과정에서 결함 논란이 불거지며 출시 일정을 연기했다.
삼성전자에 이어 화웨이, 모토로라 등 후발 주자도 속속 폴더블폰을 선보이며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새해에는 가격 진입장벽이 낮은 보급형 모델을 비롯해 다양한 제품이 출시, 본격적인 '폴더블폰' 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 남매 이어 '모자의 난'...막장드라마로 치닫는 한진家
한진그룹이 경영권을 두고 가족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누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지난 23일 법무법인 원을 통해 "조원태 대표이사가 공동 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 왔고, 지금도 가족 간의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선제공격에 나서면서 '남매의 난'이 본격화됐다.
이후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의 자택을 찾았다가 언쟁을 벌인 사실이 알려지며 파문이 확산됐다. 조 회장은 25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있는 어머니 이 고문의 자택을 찾았다가 이 고문과 언쟁을 벌인 사실이 알려지며 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남매간 갈등이 총수 일가 전체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지분은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이 각각 6.52%와 6.49%로 두 사람의 지분율 차이는 0.03%포인트에 불과하다. 막내 조현민 한진칼 전무의 지분은 6.47%,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은 5.31%로 '캐스팅보트'를 쥔 상태다.
- 디지틀조선TV 정문경 jm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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