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낯선 '드림즈'에게서 익숙한 '우리팀'의 향기가?…야구 팬 통합 이룬 '스토브리그'

기사입력 2019.12.20 15:31
  • SBS '스토브리그' 티저 포스터 / 사진: SBS 제공
    ▲ SBS '스토브리그' 티저 포스터 / 사진: SBS 제공

    "이런 드라마가 있습니다."

    "이것은 야구 이야기가 아니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던 '스토브리그'가 그 어렵다는, 야구 팬들의 통합을 이뤄내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간 많은 스포츠 드라마가 있었고, 그중 야구가 소재였던 드라마 역시 여러 편 있었다. 하지만 이처럼 많은 야구 팬들의 주목을 끈 것은 '스토브리그'가 처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스토브리그'는 무엇이 달랐기에, 야구 팬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을까.

    지난 13일 첫 방송을 시작한 SBS 금토드라마 '스토브리그'(극본 이신화, 연출 정동윤)는 팬들의 눈물마저 마른 꼴찌팀에 새롭게 부임한 단장이 남다른 시즌을 준비하는 '돌직구 오피스 드라마'로, 그라운드 주연인 선수들에게 가려져 있지만, 매번 선수들보다 더 치열한 삶을 살고 있는 프런트들의 뜨거운 겨울 이야기를 담았다.

  • 방송 전 공개되며 화제를 모았던 캐릭터 설명 / 사진: SBS '스토브리그' 공식홈페이지
    ▲ 방송 전 공개되며 화제를 모았던 캐릭터 설명 / 사진: SBS '스토브리그' 공식홈페이지

    사실 '스토브리그'는 본격적으로 방송이 시작되기 전부터 여러 야구 팬들의 주목을 받았다. 그간 다뤄지지 않았던 야구 '프런트'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는 것이 흥미를 끌었으며, 특히 올해 새롭게 단장을 선임한 몇몇 구단을 비롯해 여러 구단이 색다른 행보를 펼치며 실제 KBO 리그의 스토브리그 역시 '핫하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드라마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담기게 될 것인지 궁금증을 자극했다.

    하지만 방송에 앞서 공개된 캐릭터 설명과 예고 영상 등은 오히려 기대를 반감시켰다. 국내에서 가장 팬이 많은 스포츠를 묻는다면, 단연 '국가대표 축구'겠지만, 개인적인 응원 팀을 토대로 가장 많은 팬을 동원할 수 있는 스포츠 종목은 바로 '프로 야구'다. 이에 수많은 부류의 팬들이 있고, 일부 팬들은 정보에 대한 분석을 즐긴다. 이들은 해당 콘텐츠의 잘못된 설정과 오류 등을 지적하며 '야구에 대한 이야기'를 제대로 담아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작도 전에 찬물이 뿌려진 듯하지만, 사실 프로 야구와 관련된 주제를 선택한 이상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한 마디로 트집 잡히기 쉬운, 야구를 주제로 설정한 이유가 궁금했다. 이에 대해 정동윤 감독은 "야구를 업으로 삼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면서 "야구 프런트 조직 내에 정말 많은 사람이 있고, 이들이 문제를 헤쳐나가고, 좋은 조직으로 변해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면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실제 실책 장면을 재현한 극 중 '드림즈'의 실책 / 사진: SBS '스토브리그' 방송 캡처
    ▲ 실제 실책 장면을 재현한 극 중 '드림즈'의 실책 / 사진: SBS '스토브리그' 방송 캡처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연 '스토브리그'는 야구 팬들의 이목을 사로잡을 다양한 요소들이 등장해 눈길을 사로잡았다. 프런트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프로 야구'에 대한 내용 역시 세심하게 담아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특히 분명 가상의 팀인 '드림즈'에게서 어딘지 익숙한 '우리 팀'의 모습이 보인 것은 그저 기분 탓만은 아닐 것이다.

    극 중 남궁민이 신임 단장으로서 새롭게 부임하게 되는 구단인 '드림즈'는 한마디로, 야구를 못하는 야구팀이다. 이에 수차례 실책을 범하고, 이로 인해 경기의 흐름을 넘겨주는 모습이 담기는데, 해당 실책 장면은 실제 모 야구팀의 모습을 재현해 팬들의 아픈 기억을 상기시켰다.

    또한, 늘 못해왔던 팀이라면, 사실 이러한 모습을 누구보다 잘 아는 것은 다름 아닌 팬들이다. 그렇기에 좋은 성적을 기대하지 않았겠지만, 이러한 팬들에게도 의미가 남다른 날이 있으니 바로 홈경기 마지막 날이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상황인 만큼, 비시즌을 앞둔 마지막 경기인 셈인데, 극 중 드림즈는 이러한 경기에서조차 최선을 다하는 것이 아닌, 최악의 모습을 보여주며 야구 팬들로부터 극한의 감정 이입을 끌어냈다.

  • SK행복드림구장에서 촬영된 '스토브리그' / 사진: SBS 제공
    ▲ SK행복드림구장에서 촬영된 '스토브리그' / 사진: SBS 제공

    뿐만 아니라, 실제 '스토브리그'의 촬영이 진행된 곳이 프로야구 구단 중 하나인 SK와이번스의 홈구장인 인천 SK행복드림구장인 것 역시 많은 팬들의 관심을 샀으며, 극에 등장하는 야구 선수들의 기록은 실제 있는 야구 선수들의 스탯을 반영한 것으로 알려져 어떤 선수의 스탯을 반영했는지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또한, 극 중 객석에 등장한 '보살 팬'의 모습 역시 실제 야구 팬의 모습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게다가 극의 응원단장으로 등장하는 인물들 역시 모 구단 실제 응원단장이 카메오 출연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처럼 실제 상황을 참고하기도 했고, 또 실제 프로야구 팀들의 자문을 받고 있기도 한 만큼, 보다 완성도 높은 작품이 탄생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앞서 정동윤 감독은 "야구 용어 같은 자료는 조언을 얻는 분들이 있기 때문에, 그런 분들께 조언을 얻어서 거짓말이 아닌 진짜 자료를 노출시키려고 한다"라고 말했는데, 실제 엔딩 크레딧에 공개된 정보에 따르면, 야구 팬들에게 익숙한 민훈기 스포티비 해설위원을 비롯해 여러 구단(SK와이번스, 한화이글스 등)에서 자문을 구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출적인 측면에서는 실제 야구 중계팀의 협조를 얻기도 했다. 정동윤 감독은 제작발표회 당시 "실제 프로가 아니기 때문에 정교하지 않은 것이 있을 수 있겠지만, 최선의 노력을 했다"라는 촬영 비결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각종 야구 커뮤니티 등에서는 '스토브리그'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오피스 드라마'이자, '휴먼 성장 드라마'로서 야구 팬들의 큰 관심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은 완벽하게 빗나간 것.

  • 임동규(조한선)를 트레이드 시키려 하는 백승수(남궁민) / 사진: SBS 제공
    ▲ 임동규(조한선)를 트레이드 시키려 하는 백승수(남궁민) / 사진: SBS 제공

    특히 야구에 대한 고증을 잘했다는 평가와 함께 작가가 '야잘알(야구를 잘 아는 사람)'이기에 가능한 대본이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것이 잘 드러난 것이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인 임동규(조한선)를 트레이드하는 부분이다. 실제 '골든글러브'를 받는 선수를 트레이드하는 일은 없겠지만, 이는 드라마적인 요소로 감안하고, 이에 반대되는 선수를 본래 자팀 프랜차이즈이자, 국가대표에서 에이스로 활약하는 강두기(하도권)를 데려옴에 따라 완벽하게 여론을 반전시키는 모습을 담아냈다.

    이처럼 드라마라고 해도 현실적인 요소를 잘 반영해낸 것이 이 드라마가 주목을 받는 특별한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앞서 야구를 배경으로 다룬 극들 가운데에서는 야구를 겉핥기로만 아는 듯한 느낌의 설정이 주를 이뤘다면, 적어도 '스토브리그'는 '알고 쓴다'라는 느낌이기에 팬들의 호평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이처럼 야구 팬이 달리는 드라마로 화제를 모은 '스토브리그'는 점점 입소문이 나면서 차츰 드라마 팬들의 관심도 쏠리는 상황. 이에 '야알못도 볼 수 있는 내용이냐'는 질문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이러한 지점에서 '스토브리그'는 오피스 드라마를 표방하고 있는 만큼, 가끔 용어를 모르는 경우는 있을지라도, 내용을 이해하는 것에 어려움은 없다. 의학 드라마나 법정 드라마를 본다고 관련된 모든 용어를 알고 보는 것은 아닌 것처럼, 야구를 모르는 사람들 역시 쉽게 즐길 수 있다.

  • '스토브리그' 메인 포스터 / 사진: SBS 제공
    ▲ '스토브리그' 메인 포스터 / 사진: SBS 제공

    앞서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오정세는 스스로 야구를 잘 모른다면서 "야구를 몰라도 재미있게 접할 수 있을 것 같다. 꿈과 희망, 위로를 주는 드라마라고 느꼈다"라며 "다른 얘기일 수도 있지만, 저는 축구도 잘 모르는데, 최근에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을 우승팀으로 만드는 것을 보면서 꼭 경기의 룰을 모르더라도, 그 자체로도 감동과 위로가 느껴지는 그런 것들이 있다. 야구 팀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여러 걸림돌이 있지만, 이를 이겨내고 우승팀으로 갔을 때의 기쁨 같은 것을 같이 느낄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다소 아쉬운 시청률로 시작한 '스토브리그'는 2회까지 방영된 상황이지만, 분명한 상승 곡선을 기록했다. 야구계의 유명한 명언인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말처럼, '스토브리그'가 꾸준한 상승세를 기록하며, 향후 유의미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그 결과에 관심이 집중된다.

    한편 SBS 금토드라마 '스토브리그'는 오늘(20일) 밤 10시에 3회가 방송된다. 오늘 방송에서는 '야구는 제일 못하는데, 미래도 없는 팀'을 주제로 신인 드래프트 현장에 대한 이야기를 다룰 예정이다. 특히 방송을 앞두고 공개된 스틸컷에서는 극 중 '백승수'(남궁민)이 드래프트 관계자에게 멱살이 잡히는 듯한 모습이 포착돼 궁금증을 자극했다. 과연 백승수 단장의 멱살잡이 뒤에 숨은 사연은 무엇일지, 백승수는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지 관심이 쏠린다.

  • '스토브리그' 3회 예고 / 사진: SBS 제공
    ▲ '스토브리그' 3회 예고 / 사진: S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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