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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영화] 어제도 오늘도 열심히 산 한 남자 이야기… '미안해요, 리키'

기사입력 2019.12.17 16:59
관객들의 호평과 입소문은 극장가에서 새로운 관람 현상을 만들고 있다. 시작은 미비하지만, 흥미와 공감을 이끌어 박스오피스 역주행을 일으키기도 한다. 쟁쟁한 영화들 사이에서 '작지만 강한' 개봉예정작을 만나보자.
  • 12월 3주차
  • 미안해요, 리키
    Sorry We Missed You
  • 개봉  2019.12.19.
    등급  12세 관람가
    시간  101분
    감독  켄 로치
    출연  크리스 히친, 데비 허니우드, 케이티 프록터, 리스 스톤
  • "사는 게 이렇게 힘든지 몰랐어. 모든 게 엉망진창이야"
    "악몽을 꿔. 모래 구덩이에 빠졌는데 아이들이 밖으로 끌어내려해도 점점 모래 속으로 빠져"

  • 아들과 딸, 이렇게 두 자녀를 둔 맞벌이 부부인 '리키'와 '애비'.
    한 집안의 가장인 ‘리키(크리스 히친)’는 주택 배관 공사, 목공 등 돈을 벌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했다. 심지어 무덤 파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번에 새로 구한 일은 택배 배송이다. 이 일을 하려면 물품을 실어 고객에게 배송할 수 있는 차가 필요하다. 리키는 화물칸을 갖춘 '밴'을 빌릴 것인지 살 것인지 고민에 빠진다. 돈이 넉넉하면 이런 고민 안 하겠지만 그는 갚아야 할 대출금으로 생활이 빠듯하다.

    고민 끝에 새 차를 구입해 택배 일을 시작하는 리키. 업무 첫날, 동료 기사가 리키에게 빈 생수병을 건넨다. 빈 생수병 용도는 바빠서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을 테니 소변볼 때 쓰라는 것이다. 리키는 설마 그런 일이 있겠냐는 듯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막상 시작한 택배 업무는 생각보다 고된 일이었다. 배송 물품에 적힌 주소대로 찾아갔지만 빈 공터이거나, 고객 요청으로 물건을 집 안에 두다가 사나운 개에 엉덩이를 물리기도 한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리키가 소변을 참고 끼니도 제때 못 먹으며 하루 14시간 주6일 근무하는 동안 아내 ‘애비(데비 허니우드)’도 장애인과 노인을 병간호하며 하루 10시간 이상 일한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의 약과 식사를 챙기고, 기저귀도 채워준다. 그녀가 노인들을 돌보는 시간이 긴 만큼 자신의 자녀들과 보내는 시간은 없다.

  • 어느새 훌쩍 큰 사춘기 아들은 학교를 자주 빼먹는다. 어느 날은 학교에 갔다가 친구와 싸움이 벌어졌고 말리던 교사가 다쳐 10일간 정학 처분을 받는다. 자꾸 엇나가기만 하는 아들은 가게에서 물건을 훔쳐 경찰서로 잡혀간다. 경찰의 연락을 받은 아버지 리키는 아들이 전과자가 될까봐 회사 일을 제쳐놓고 경찰서도 향한다.

    공부에 손을 놓고 문제아가 돼버린 아들이 안타까운 아버지는 "가능성을 차버리지 마"라며 언성을 높인다. 지금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을 가고 번듯한 직업을 가진 어른이 되는 미래의 무한한 가능성을 포기하지 말라는 뜻이다. 하지만 아들은 대학을 가면 학자금 대출에 빚만 지고, 원하는 직업도 못 가질텐데 왜 공부를 해야 하느냐고 항변한다. 아버지와 아들 대화는 평행선을 긋듯 좁혀지지 않는다.
  • 어느 날 밤, 지친 하루의 일과를 마친 리키와 애비 부부는 침대에 나란히 누워 이런 이야기를 나눈다.
    리키 "사는 게 이렇게 힘든지 몰랐어. 모든 게 엉망진창이야"
    애비 "난 악몽을 꿔. 모래 구덩이에 빠졌는데 아이들이 밖으로 끌어내려해도 점점 모래 속으로 빠져"

    삶의 고달픔을 이야기하는 부부는 돈을 벌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지만, 점점 빚만 늘어간다. 행복하게 살고 싶지만, 일하느라 가족과 즐겁게 지낼 수 있는 시간조차 없다. 어떻게 해서든 자녀들과 시간을 보내려고 리키는 회사 관리인에게 휴가를 쓰고 싶다고 말하지만 거절 당한다. 관리인은 다른 동료의 이야기를 꺼낸다. 가족 중에 아픈 환자가 있는 택배 기사도, 딸이 자살 시도한 택배 기사도, 휴가를 허락하지 않았다며 개인 사정을 봐줄 수 없다고 한다.

    하루의 쉼도 허락 되지 않는 나날들. 지친 몸과 마음을 이끌고 운전대를 잡은 리키에게 뜻하지 않은 사건이 발생한다. 팍팍한 삶에 닥친 이 불행은 부부의 일상을 흔든다. 리키의 인생은 마치 자전거를 타고 가파른 오르막 길을 오르는 것과 같다. 두 발로 열심히 페달을 밟지만 제자리이거나 점점 뒤로 밀려날 뿐이다.

    영화 끝부분에 리키가 아내에게 쓴 메모를 보는 순간, 리키 가족은 물론 관객도 가슴이 철렁하면서 복잡한 감정이 밀려온다. 그리고 영화가 모두 끝난 후엔 ‘리키의 삶은 이후 어떻게 되었을까? 당장 1시간 뒤에 그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진 않을까’ 가슴 조이게 된다. 어제도 오늘도 열심히 일했고, 내일도 부지런히 살아갈 수많은 현실 속 '리키'들이 떠오른다. 현실 속 리키는 내 아버지, 내 어머니, 가까운 미래의 나 자신일 수 있다. 우리의 이야기라서 가슴 깊이 긴 여운을 남기는 영화 ‘미안해요, 리키’. 12월 19일 개봉.

  • 외국 누리꾼 평점
  • IMDb User 7.8/10
    메타크리틱 Metacritic 79/100 (METASCORE)
    로튼토마토 Rotten Tomatoes 85/100 (TOMATOME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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