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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 "세련된 누아르"…'남산의 부장들' 이병헌이 재현할 '코리아 게이트'→10.26사태

기사입력 2019.12.12 18:07
  • 영화 '남산의 부장들' 제작보고회 / 사진: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 영화 '남산의 부장들' 제작보고회 / 사진: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1979년, 충성이 총성으로 변한 그날. 18년간의 독재정권의 종말을 알린 10.26사태가 스크린에서 재현된다.

    12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CGV에서 영화 '남산의 부장들'(감독 우민호) 제작보고회가 열려 우민호 감독을 비롯해 이병헌, 곽도원, 이희준이 참석했다.

    '남산의 부장들'은 대통령 암살사건 발생 40일 전, 청와대와 중앙정보부, 육군 본부에 몸담았던 이들의 관계와 심리를 밀도 있게 따라가는 정치 드라마. 기자 출신 김충식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했다. 영화는 독재정권 시절의 과열된 '충성 경쟁'의 민낯을 담담하게 담아낸다.
  • 이날 우민호 감독은 작품을 제작하게 된 비화를 전했다. 그는 "20년 전 군 전역 후 우연히 '남산의 부장들'을 접했는데, 당시 책을 읽으면서 제가 몰랐던 한국 근현대사의 18년이라는 시간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졌다. 언젠가 기회가 주어진다면 꼭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원작은 중앙정보부(이하 중정)의 시작과 끝을 다루고 있는데, 그걸 영화로 담기에는 너무 방대해서 그중 가장 드라마틱한 순간이었던 중정의 마지막 40일의 순간을 영화에 담았다"고 전했다.

    특히, 메인 사건 10.26사태가 왜 일어났는지 가장 궁금했다던 우 감독은 "1977년 전 중정부장이 미국 청문회에서 한국 정권을 고발한 '코리아 게이트'가 10.26의 발단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가지고 영화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 극 중 이병헌은 대통령을 암살한 중앙정보부장 '김규평' 역을 맡았다. 김규평은 국가 권력의 2인자로서 언제나 박통 곁을 지키던 인물로, 박통이 중앙정보부가 아닌 제3의 인물을 '2인자'로 두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후 변화를 맞는다.

    시나리오를 읽고 "굉장히 뜨거웠다"고 소감을 전했던 이병헌은 "실제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하지만, 장르적으로 아주 세련된 누아르라는 생각이 들어서 꼭 하고 싶었다"며 작품 선택의 이유를 밝혔다.

    이날 공개된 예고편 속 이병헌은 얼굴 근육까지 세밀하게 연기하는 면모를 보여주며 이목을 끌었다. 그는 "극 중 김규평의 심리에 따라 연기했을 뿐"이라며 "영화에서 보여주는 감정이 극단적이지만, 표현은 자제되어야 하는 감정이라서 그렇게 표현된 것 같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이병헌은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작품에 참여하는 부담감도 드러냈다. 그는 "실제 사건과 실존했던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모든 것이 조심스러웠다"며 "어떤 의도가 왜곡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경계하면서 촬영했다. 이 영화는 당시 사람들이 갖고 있던 실제 감정들과 관계들을 풀어내는 작품이라 되도록 많이 공부하면서 연기를 준비했다"고 덧붙였다.
  • 곽도원은 내부 고발자로 변모한 전 중앙정보부장 '박용각'으로 분한다. 박통의 무한 신임을 받았던 그는 한순간에 권력에서 밀려나고, 이후 대한민국 정부의 비리를 고발하는 데 앞장선다.

    제작기 영상 속 촬영장에서 대본을 손에 놓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 곽도원은 캐릭터에 완벽 동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제가 대본을 잘 못 외워서 더 열심히 외워야 했다"고 너스레를 떤 그는 "시나리오를 몸으로 표현하는 게 저희 직업이다 보니 시나리오 안에 연기의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시나리오에는 감독님과의 대화 등 여러 가지가 쓰여 있어 표현하기 전에 숙지하려고 하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그런 그도 이번 작품만큼은 시나리오를 받은 순간부터 두려움을 느꼈다고. 곽도원은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두렵고 떨리는 마음이 많았다. 그만큼 최선을 다해 연기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 이희준은 '박통=나라'라는 신념을 가진 대통령 경호실장 '곽상천'을 연기한다. 엘리트 김규평을 못마땅해하는 곽상천은 청와대 안보를 위해서라면 국민의 생명은 경시해도 좋다고 생각하는 인물.

    곽상천 캐릭터를 "실제 2인자라기 보다는 스스로를 2인자라고 생각하는 인물"이라고 소개한 이희준은 "캐릭터를 연기하기 전에 대본 자체를 보고 정말 가슴이 뛰었지만, 막상 연기해보니 공감이 안 되는 부분들이 있어 감독님과 많이 대화를 나눴다. 자기 신념을 너무 믿고 있는 인물이라 그런 사람들을 찾아보면서 연기를 준비했다"며 그간의 노력을 전했다.

    이처럼 매 작품 메소드 연기를 보여주는 연기파 배우들의 시너지만으로도 관객의 기대를 모으고 있는 '남산의 부장들'. 한 나라의 대통령에 대한 충성이 총성으로 바뀐 그날을 좇아가며 리얼한 근현대사의 현장을 재현할 '남산의 부장들'은 2020년 1월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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