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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재규어 디자이너 박지영 "두 번째 전기차 'XJ'는 재규어의 과거와 현대가 융합돼 탄생할 것"

기사입력 2019.12.10 18:25
  • 재규어 리드 익스테리어 디자이너 박지영 /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제공
    ▲ 재규어 리드 익스테리어 디자이너 박지영 /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제공

    "두 번째 전기차 'XJ'는 재규어의 과거와 현대가 융합돼 탄생할 것"

    지난 3일 서울 중구 서울신라호텔에서 만난 박지영 씨는 영국 자동차 브랜드 재규어 최초 아시아 여성 외장 디자이너이다. 영국왕립예술학교(Royal College of Art, RCA)를 졸업한 후 2014년 재규어 어드밴스드 디자인 스튜디오(Advanced Design Studio)의 익스테리어 디자이너로 입사했다. 어드밴스드 디자인 팀에서 컨셉트카 프로젝트와 미래의 재규어 디자인 컨셉 개발을 해왔으며, 입사한 지 3년 만에 리드 익스테리어 디자이너로 승진했다. 전통을 중시 여기는 영국 자동차 업계의 관행상 이례적인 인사라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재규어에서 담당하는 일은 무엇인가?

    재규어 어드밴스드 디자인 팀에서 리드 익스테리어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우리팀에서는 디자이너 관점에서 향후 10년간 나올 차종들을 계획하고 구체화시켜 회사의 디자인 포트폴리오를 설정하고, 그 포트폴리오에 필요한 자동차들을 디자인해 컨셉카를 만든다. 이 컨셉카 디자인을 바탕으로 재규어의 디자인 랭귀지와 철학을 정립하고 앞으로 나아갈 디자인적 방향을 제시하는 일을 한다.

    -재규어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디자인 요소는 무엇인지?

    재규어는 그 어떤 차종이든 그 차의 특색에 맞는 아름다운 프로포션을 찾기 위해 노력해왔다. 또한, 자극적인 선과 표현으로 눈길을 끄는 디자인을 추구하기 보다는 오래오래 보아도 질리지 않고, 끊임없이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디자인을 추구한다.

    눈, 코, 입 하나하나가 예쁜 것과 더불어 그 눈·코·입의 조화 또한 중요하듯, 자동차 한 대가 하나의 조형으로써 각 요소가 잘 조화되고 아름다울 수 있게, 그리고 그 아름다움을 통해 감성적인 아우라가 표현될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

    -재규어는 헤리티지를 강조하는 것 같다. 재규어에서 헤리티지가 갖는 의미와 중요성은?

    헤리티지는 단순히 과거에 인기 있었던 자동차를 강조하려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과 여러 변화 속에서도 굳건히 지켜온 브랜드 고유의 가치를 보존하는 일이다. 재규어는 과거 르망에서 통산 7번 우승을 비롯해 여러 레이싱 경기에서 큰 두각을 보여왔고, 디자인적으로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최고의 디자인으로 인정받아 왔다. 이런 부분은 하루아침에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닌 끊임없는 도전과 함께 시간이 쌓이고 쌓여 단단하게 만들어 온 것이기 때문에 우리에겐 소중하고 중요할 수밖에 없다.

    자동차 그 자체의 본질과,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빠르게 달리고 싶은 인간의 본능에 끊임없이 다가갔던 브랜드인 만큼 앞으로도 어떤 기술력과 환경 속에서도 우리 브랜드와 디자인 가치를 지켜가고 싶다.

    -전기차, 자율주행 시대를 맞이하며 자동차 산업에 변화가 일고 있다. 자동차 디자인에는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나?

    일단 전기차의 경우에는 내연기관 엔진에 내어주어야만 했던 공간들에 자유가 생기면서 디자이너에게는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내부 공간의 확장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외형적으로도 전체 프로포션의 변화가 가능해졌음은 물론 전기차가 갖는 특성들을 디자인적으로도 표현해볼 수 있게 됐다.

    자율주행차의 경우에는 운전자가 핸들을 놓을 수 있게 됨으로써 자동차 안에서 할 수 있는 시간의 형태나 행동의 반경이 넓어진다. 디자이너 역시 그 시간과 행동을 새롭게 제시해줄 필요가 있고, 그에 맞는 디자인을 제안하게 될 것이다. 이에 맞춰 외장 디자인은 과거에는 저 자동차를 타고 빨리 달려보고 싶게 하는 디자인이 주를 이루었다면, 자율주행차는 아무래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저 공간에 들어가서 머물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하는 디자인을 더 추구하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에 맞춰 앞으로 재규어 디자인은 어떻게 변화할 것이라고 생각하나?

    무조건적인 새로움만을 추구하기 보다는 재규어가 오랜 시간 동안 표현해왔던 디자인 철학의 기조는 이어가되, 새로운 테크놀로지와 시대적 변화에 맞게 헤리티지의 재해석이 이루어질 것이다.

  • 재규어 리드 익스테리어 디자이너 박지영 /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제공
    ▲ 재규어 리드 익스테리어 디자이너 박지영 /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제공

    -I-PACE는 전기차로 이전과 전혀 다른 새로운 디자인 작업이 필요했을 것 같다.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사항이 있는지?

    I-PACE의 경우에는 재규어에서 처음으로 준비하던 전기차였기 때문에 아주 최소한의 엔지니어링 정보를 바탕으로 굉장히 자유로운 디자인을 시작할 수 있었다. 어느 정도 방향성이 정해지고 부터는 항상 아름다운 프로포션을 추구해온 재규어로서 캡포워드 디자인이 적용됐을 때 어떻게 이 새로운 프로포션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너무 낯설지 않고, 전기차가 가질 수 있는 특성을 잘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던 부분이었다.

    -재규어의 두 번째 전기차는 XJ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현재 재규어는 과거의 재규어와 현대화된 재규어를 더욱 적극적으로 융합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XJ의 경우에 굉장히 큰 변화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지금 자세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없다. 대신 새로 나올 XJ를 보시면 제가 앞서 이야기 한 부분들을 더 쉽게 이해하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재규어는 레이싱카 헤리티지를 갖고 있다. 자율주행 시대와 다소 거리감이 느껴지는데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이어갈 수 있나?

    앞서 자율주행차에 대해 이야기한 부분과 비슷한 맥락의 디자인을 구상 중이긴 하지만, 동시에 재규어는 레이싱 헤리티지를 갖고 있는 만큼 달리는 즐거움은 계속 추구해나갈 예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핸들이 완전히 없어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진 않고, 저 개인적으로는 달리는 즐거움이 꼭 핸들로만 전달할 수 있는가에 대해 질문을 해보게 된다.

    하지만 재규어는 레이싱 DNA만큼이나 럭셔리 세단을 통해 쌓아온 헤리티지 또한 강하기 때문에 사실 럭셔리 세단을 통해 표현해온 요소들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표현되지 않을까 싶다.

    -재규어 카 디자인 어워드로 영국 본사에서도 매년 한국 학생들의 작품을 특별히 심사하는데, 재규어에서 우리나라 학생들을 어떻게 평가하나?

    전반적인 수준이 매우 높다. 매년 더 성장하고 있음을 다들 이야기했으며, 특히 올해 몇몇 작품들의 실력과 완성도는 매우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가진 강점과 키워야 할 부분이 있다면?

    우리나라 학생들은 기본적으로 자동차를 그리는데 필요한 기본기와 스킬, 그리고 최종 완성도가 높은 경우가 많다. 하지만 컨셉을 구체화시켜과는 과정을 좀 더 깊이 있고 또 재미있게 표현하는 것을 함께 연구하면 좋을 것 같다. 종종 설명하는 컨셉과 최종 결과물의 개연성이 없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에 디자이너들은 최종 결과물에 억지로 컨셉을 끼워 넣었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게 된다. 이런 부분들만 좀 더 보완된다면 국내외 막론하고 지금 현업에서 일하는 그 어떤 디자이너들 보다 더 뛰어난 활동을 펼칠 수 있는 학생들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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