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년 걸그룹 '걸스데이'(GIRL'S DAY)의 새 멤버로 합류, 어느덧 데뷔 10년 차 연예인이 됐다. 이후 연기자로서도, 또 예능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그럼에도 아직 '26살'이라는 어린 나이를 무기로,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자 의지를 다진다. 이혜리의 다음은 어떤 모습일까.
지난 2월, 소진의 계약 만료를 시작으로 유라, 민아, 그리고 혜리까지 걸스데이의 모든 멤버들이 기존 소속사였던 '드림티 엔터테인먼트'를 떠났다. 멤버들 중 가장 마지막에 행보가 결정된 것은 혜리였다. 그는 걸스데이 혜리가 아닌, '이혜리'라는 본명으로, 지난 4월 30일 신생 기획사 '크리에이티브 그룹 아이엔지'(Creative group ING)와 전속계약을 체결했다.
본격적인 '2막'의 시작이다. 이혜리는 "데뷔한 지 10년 차인데, 어떻게 보면 그전에는 조금 더 만들어진 것들에 대해 임하는 것이 컸던 것 같다"라며 "걸스데이도 그렇고, 누군가가 만들어줘서 멤버가 됐고 움직였다면 이제는 저 스스로 뭔가를 만들어가는 때인 것 같다. 2막이라는 표현이 제 인생에 맞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
사실 이러한 지점에서 이혜리가 소속사 이적 후 첫 작품으로 어떤 드라마를 선택할까 궁금했다. 그의 선택은 다소 의아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청일전자 미쓰리'였다. 드라마의 작품성이나 메시지를 폄하하려는 것이 아니다. 단순하게 '화제성'을 놓고 봤을 때, 이슈가 되기에는 어렵지 않을까라는 생각이었다. 실제로 시청률 측면에서도 다소 아쉬운 성과를 거둔 것이 사실이다.
이혜리는 "사실 저는 '이 작품이 내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런 생각은 안 하는 것 같다"라며 "그냥 그 순간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작품을 선택할 때, 우리가 살아가는 이야기에 대해 하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는지 묻자 "제가 되게 이상할 수도 있는데, 즐겨보는 것은 장르물이나 범죄물 이런 것들을 좋아한다. 그런데 제가 하는 드라마나 손이 가는 작품들은 따뜻함이 있었으면 좋겠다. 어떤 심경의 변화나 이런 것 보다는 제 취향에 이게 딱 맞았던 것 같다. 내가 모르는 이야기가 궁금했다"라며 "다만 지금이 2막이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이 작품을 좀 더 깊이있게 대하려고 처음부터 준비를 많이 했던 것 같다"라고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
지금까지 이혜리가 해온 연기의 결이 비슷하게 느껴지는 것 역시 이러한 이유에서일까. 2012년 주말드라마 '맛있는 인생'의 조연으로 첫 연기 도전에 나선 이혜리는 2014년 방영한 '선암여고 탐정단'을 통해 첫 주연을 맡았다. 이후 2015년 '하이드 지킬, 나'를 통해 연기력을 다졌고, '응답하라 1988' 성덕선 캐릭터를 통해 주연 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진 것은 물론, 캐릭터와 완벽한 싱크로율을 이루며 '혜리가 곧 덕선'이라는 호평을 받기도 했다. 이후 '딴따라'(2016), '투깝스'(2017) 등에 주연으로 나서며 '20대 대표 여배우'로 발돋움했지만, 매번 꼬릿말처럼 '성덕선 같다'는 평가가 따라다녔다.
이혜리는 "사실 캐릭터로 작품을 결정하는 것 보다는 전체적인 이야기를 보는 것 같다"라며 "이야기를 다 보고 그 안에서 이 친구가 어떤지 생각한다. 기준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캐릭터는 조금씩 달라도 공통적으로 이야기가 따뜻하다. 휴머니즘이 있고, 사람이 사는 이야기 위주로 작품을 고르다 보니까 결이 비슷한 캐릭터를 많이 만난 것 같다"라고 솔직하게 답했다.
하지만 이번 '청일전자 미쓰리'는 이혜리에게 분명 특별한 성장을 안겼다. 처음에는 '직장에 간 성덕선'이라는 평가를 듣기도 했지만, 차츰 성장해가는 '미쓰리'의 모습이 고군분투 노력이 느껴지는 '이혜리'의 연기와 만나 시너지를 만들어냈고, 시청자들에게 공감과 가슴 따뜻한 위로를 선사하는 '이선심'이라는 인생 캐릭터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특히 이혜리 특유의 '긍정적 에너지'가 자연스럽게 이선심에 녹아들었기 때문에 "혜리가 선심이라 답답한 상황도 응원할 수 있었다"라는 평가를 얻기도 했다. -
'청일전자 미쓰리'는 이혜리에게 어떻게 달랐던 걸까. '이선심'을 통해 직장 생활을 하면서 어떤 것을 느꼈는지 묻자 이혜리는 "사실 그렇잖아요. 다들 내가 제일 힘든 것 같고, 자기 상처가 제일 아픈데 이번 작품을 하면서 직장인도 고달플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라며 "드라마의 경우 보통 6개월 정도 촬영을 하는데, 예를 들어 선심이처럼 보기 싫은 사람이 있어도, 6개월이 지나면 안 봐도 되는데, 현실이면 퇴사할 때까지 봐야한다는 것이 정말 힘들 것 같았다. 사직서를 품에 안고, 언제 이거를 던져야할까 하는 기분을 조금은 알 것 같았다"라고 답했다.
또한, 이혜리는 "취직을 했는데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일인지도 모르겠고, 꿈꿔왔던 일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가진 직장인 분도 만났었다"라며 "새로 취업이 어렵기 때문에 그만두는 것도 어렵고, 이런 것들이 직장인의 애환일까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휴가'에 대한 아쉬움을 강조하며 "선심이가 버스로 출퇴근을 하고, 야근도 하고, 이렇게 힘들게 생활을 하는데 돈을 모아서 언제 쉴 수 있을까 생각을 했다"라며 "주변에 사회초년생인 친구들에게 연차가 얼마나 되는지 물어봤더니, 14일이라고 했다. 근데 주말과 붙여서 쓰는 것도, 몰아서 쓰는 것도 눈치를 준다고 하더라. 게다가 안 쓰면 없어지는 이런 제도를 처음 알았다. 저는 촬영 때 잠을 못 자지만, 끝나면 몰아서 쉴 수 있다. 이런 장단점이 있구나 생각을 했다. 다른 것보다 휴가가 제일 큰 것 같다. 어떻게 휴식을 취하느냐에 따라 마음이 달라진다"라는 생각을 밝혔다. -
이에 이혜리는 향후 활동 계획에 대해 '휴식'을 언급하며 "선심이로 오랫동안 살아왔기 때문에 조금은 덜어낼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빠른 시일이지만, 따뜻할 때 뵙고 싶다"라며 "소탈한 모습을 많이 보였으니까 다음에는 조금 꾸민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기도 하다"라는 바람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영앤리치' 캐릭터로 변신한 '이혜리'의 모습을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놀라운 토요일'과 유튜브 콘텐츠를 통해서는 꾸준히 시청자와 만날 계획이다. 이혜리는 "'놀라운 토요일'도 그렇고, 유튜브도 그렇고, 드라마도 그렇고, 저 스스로 느끼기에 뭔가 하고 싶은 것이 많은 사람인 것 같다. 10년 차, 26살이 된 지금, 이제는 조금씩 하고 싶은 것들을 실천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저는 제 생각보다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일을 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하고, 사랑을 받은 것에 대해 적합한 사람이 되어야 하니까 열심히 물장구를 치고 있어요. 제가 이 직업에 적합한 사람일까라는 생각도 많이 했고, 과연 가수나 연기를 계속 할 수 있을까 질문을 스스로 많이 한다. 그런 생각을 할 때마다 옆에서 응원해주고 사랑해주는 분들이 있고, 거기에 보답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서 뭐든 놓치지 않으려고 해요"
- 연예 칼럼니스트 하나영 hana0@chosun.com
최신뉴스
Copyright ⓒ 디지틀조선일보&dizz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