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의 인공지능(AI) 반도체 스타트업 '그래프코어(Graphcore)'가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기업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에 AI 전용 반도체를 납품하기로 했다고 13일 발표했다. MS는 이를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Azure)'에 탑재해 고객에게 좀더 편리한 AI 개발 환경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래프코어의 AI 반도체는 머신러닝(AI의 데이터 학습)에 특화된 IPU(지능처리장치)로, CPU(중앙처리장치)나 GPU(그래픽처리장치) 등 기존 시스템 반도체보다 AI 데이터 처리 속도가 10배에서 최대 100까지 빠른 것으로 평가된다.
2016년 사이먼 놀스(Simon Knowles)와 나이젤 툰(Nigel Toon)이 설립한 그래프코어는 현재까지 로버트 보쉬 벤처캐피털(Robert Bosch Venture Capita), 삼성, 아마데우스캐피털파트너스(Amadeus Capital Partners), C4벤처스, 드라퍼 에스프리트(Draper Esprit), 파운데이션 캐피털, 피탕고 캐피털(Pitango Capital), 암(Arm) 공동 창업자 헤르만 하우저(Hermann Hauser)와 딥마인드(DeepMind) 공동 창업자 데미스하사비스(Demis Hassabis) 로부터 3억 달러를 모금, 15억 달러 가치 평가를 받고 있다. 첫 상용 제품은 2018년에 출시된 16나노미터 PCI Express 카드 ‘C2’로 이 패키지가 에저에 론칭 됐다.
-
MS와의 협력은 그래프코어에 기념비적인 사건이다. 2016년 설립된 신생 회사가 반도체 분야에서 급성장할 발판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나이젤 툰 그래프코어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파이낸셜타임스에 "앞으로 누구나 애저를 통해 시스템을 만들 수 있게 됐다"면서 "이것은 우리 기술의 효용과 성숙도가 인정받았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2019년 AI준비도 지수에 따르면, 영국의 AI산업 발전 대비수준은 세계 2위이다. 영국 정부는 ‘인공지능 분야 민관합의’를 중심으로 AI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 유럽 중 가장 많은 AI 스타트업을 배출하여 현재 약 500개의 AI스타트업이 있으며, 이는 유럽 전체의 1/3에 해당한다.
최근, 그래프코어와 같은 영국의 AI 스타트업 기업이 AI 산업에서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내고 있다. 머신러닝/딥러닝/이미지식별 등 기술을 바탕으로 기업환경, 보건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영국의 AI 스타트업이 이목을 끌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의 AI 스타트업 데이터베이스에도 한국 기업의 이름을 찾아보기 어렵다. 미국 스타트업 조사업체 CB인사이츠가 올해 2월 발표한 ‘글로벌 AI 스타트업 톱 100’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보고서엔 한국 기업의 이름이 아예 없다. 중국과 영국, 이스라엘 기업이 각각 6곳 선정된 것과 대조적이다.
이런 점에서 영국 AI 스타트업의 성과는 4차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AI 시장에 후발주자로 뛰어든 우리기업과 정부에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적극 대비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
이에 국내에서 올해 12월 개최되는 ‘AI UK Conference 2019(UK 인공지능 컨퍼런스 2019)’를 눈 여겨 볼 만하다. 주한영국대사관 국제통상부에서 개최하는 이 행사는 영국의 4차 산업 전문가들과 국내 관련 산업계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AI에 대한 성장 방향성과 영국과 한국의 미래 산업에 대한 비즈니스의 비전을 제시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이 행사는 오는 12월 12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알림2관에서 개최된다.
- 황민수 기자 stock@chosun.com
- 이주상 기자 jsf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