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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년 전 독일에 한국어 강좌 개설! 영화 ‘말모이’ 실존 모델 이극로 관련 기록 공개

기사입력 2019.10.07 16:57
  • 96년 전 독일 훔볼트대에 유럽 최초로 개설되었던 한국어 강좌에 대한 관련 기록이 공개됐다.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은 영화 ‘말모이’의 주인공 류정환(윤계상 분)의 실존 모델로 알려진 한글학자이자 독립운동가인 이극로(1893~1978)가 1923년 독일 프리드리히 빌헬름대학(현재는 훔볼트대, Humboldt University of Berlin)에 한국어 강좌를 개설했다는 독일 정부의 공식 문서와 이극로 자필서신 등 관련 기록을 수집해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이극로 관련 기록은 국가기록원이 지난 2014년 독일 국립 프로이센문화유산기록보존소에서 수집한 기록물 6철 715매 가운데 11매다. 국가기록원은 번역 등의 과정을 거쳐 일반 국민에 제공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독일서 수집한 이 기록에는 1868년 발생했던 독일인 오페르트의 남연군묘 도굴사건 보고서, 한국주재 독일대사관이 본국에 보낸 정세보고서 등 19~20세기 초 한국 정치·경제·외교 관련 기록물 등이 포함돼 있다.

  • 이극로의 한국어 강의를 허가한다는 내용을 담은 문교부 발송 8593호 공문서 /이미지=국가기록원
    ▲ 이극로의 한국어 강의를 허가한다는 내용을 담은 문교부 발송 8593호 공문서 /이미지=국가기록원

    기록물 11매 가운데 공문서는 5매로 훔볼트대 동양학부와 독일 문교부, 이극로가 한국어 강좌 개설과 관련 주고받은 것이다. 1923년 8월 10일 동양학부 발송 975호는 학장 대리가 문교부 장관에게 한국어 강좌 개설허가를 요청한 것이며, 같은 해 8월 31일 문교부 발송 8593호는 이를 허가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이극로의 요청으로 유럽 최초로 훔볼트대에 한국어 강좌가 개설됐음을 입증하는 공문서다.

    2007년 이 기록을 발굴해 국내에 처음 발표한 조준희 국학인물연구소장은 “이때의 경험이 경제학 박사인 이극로가 훗날 조선어학회 간사장을 맡아 ‘조선어 큰사전’ 편찬을 주도하고, 주시경과 함께 한글 사업을 완수한 어문운동가의 길을 걷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면서, “이 기록은 96년 전 이미 유럽인을 대상으로 한국어 강좌가 있었음을 보여 줄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독일 학계에 알려진 1952년 한국어 강좌 최초 개설을 29년이나 앞당긴 것으로 사료적 가치가 매우 높다”고 평가했다.

    나머지 6매는 이극로 선생이 타자기로 작성한 문건이 2매, 자필 편지 2매, 기타 2매(초안 추정)다.

    홍선표 나라역사연구소장은 “이극로는 유럽 최초 유학생 단체인 유덕(당시는 독일을 덕국으로 표기)고려학우회에서 민족의식 고취와 독립운동을 이끈 인물”이라며 “독일인 부르크하르트가 관동대지진 때 일어난 재일한인 참상을 독일신문에 기고하자 그를 찾아가 일본의 대량학살 진상을 듣고, 1923년 10월 26일 베를린에서 유럽 최초의 재독한인대회를 개최해 일본의 만행을 전 세계에 알렸다. 한글학자뿐만 아니라, 독립운동가로서도 재조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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