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등 악조건 속에서도 참여 열기 뜨거워
'평화, 생명, 소통' 가치 전하는 152편 다큐멘터리 축제의 장
서울 도심에서 대중교통 이용 관객들 "접근성 아쉬워"
제11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가 지난 9월 27일 폐막하면서 8일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등 악조건 속에서도 이번 DMZ영화제는 새로운 10년을 위한 첫 신호탄을 성공적으로 쏘아 올렸다는 평가다. 역대 최다 상영작인 46개국 152편의 다큐멘터리 상영되어 관객을 맞았다.
특히 올해는 한국다큐멘터리의 성장과 약진이 두드러졌다. 상영작 중 64편이 장·단편 한국다큐멘터리였다. 이는 작년에 비해 두 배로 증가한 수치다. 작품 편수의 증가뿐 아니라 한국사회의 다양한 면을 포착해내어 안정적인 완성도를 자랑했다.
◇ '그림자꽃' 최우수한국다큐멘터리상 수상
이승준 감독의 '그림자꽃'이 '최우수한국다큐멘터리상'을 수상했다. 북한 여성 김련희는 탈북 브로커에게 속아 억지로 남한으로 와 남한 시민이 되었다. 가족들이 있는 북으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 7년간 고군분투한다. 북으로 송환을 원하지만, 남북의 이데올로기 막혀 남한에 갇혀 지내게 된 한 사람... 남북문제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다룬 작품으로 큰 호평을 받았다. -
DMZ국제영화제의 비전은 '평화, 생명, 소통'이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에 사는 고통을 과연 몇 명이나 인지하며 살까. 매일 아침 평화를 희망하는 것이 모닝커피를 내려 마시고픈 욕망보다 과연 더 클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는 숨 쉬듯 자연스럽게 누리는 이 땅의 평화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 흰기러기상에 하센 페르하니 감독의 '143 사하라스트리트' -
11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대상인 흰기러기상은 '143 사하라스트리트'가 차지했다. 사하라 한가운데 홀로 선 작은 가게, 방황하는 영혼을 반기는 여주인 말리카. 거대한 사막을 지나가는 트럭 운전사, 커피나 담배를 사고 떠나는 사람들. 스치듯 지나가는 사람들과의 교감의 순간을 꿈처럼 기록했다. 하센 감독은 거대한 공허함으로 표현되는 사막 한복판에서 삶의 에너지로 충만한 소우주 같은 작은 가게를 시적이고 유려한 화면으로 담아냈다.
-
◇ 해외 유명 인사 특별강연 'DMZ토닥토닥(토크+다큐)' 신설 -
올해 신설된 'DMZ토닥토닥(토크+다큐)'은 다큐멘터리 저변 확대를 위한 관객 프로그램이다. 총 5회 진행했으며 유럽을 대표하는 헬레나 트레슈티코바 감독,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사운드 에디터로 유명한 밋지 코스틴 등 유명 인사의 특강과 관객과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
이번 영화제를 통해 나를, 가족을, 우리 지역을, 나라를, 세계를 생각했다. 다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특유의 색깔을 명료하게 담은 연계행사가 다채로웠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DMZ(Demilitarized zone)는 '무장이 금지된' 평화지대를 상징한다. 남과 북을 넘어 세계를 관통하는 염원이 '평화'다.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가 평화라는 키워드에 조금 더 중점을 두고 한반도 휴전의 상황을 발판으로 동아시아 평화와 협력, 나아가 경계를 넘어 세계 평화의 의미를 일깨워주는 상징적인 축제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앞으로 10년은 '평화 지킴이 관객'에게서 나올 것이다. 다음해 DMZ영화제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 한소라 기자 sola.h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