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 화두를 던졌던 '82년생 김지영'이 정유미와 공유의 연기로 다시 태어난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사이 다른 누군가가 되어 토해내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전할 '평범한 이들의 보편적인 이야기', '82년생 김지영'(감독 김도영) 제작보고회가 30일 오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렸다.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82년생 김지영'은 1982년 태어나 오늘을 살아가는 '김지영'의 아무도 몰랐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영화 '도가니', '부산행'에 이어 정유미와 공유가 세 번째 호흡을 맞춘 작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도영 감독은 "'82년생 김지영'은 제 이야기기도 하다"며 "저도 두 아이의 엄마고, 아내이고 누군가의 딸이고, 사회 생활을 하는 사람으로서 김지영의 이야기에 공감이 갔다"고 운을 뗐다.

이어 "원작이 사회에 굉장히 많은 화두를 던졌고, 저 역시 첫 장편 데뷔작으로 '82년생 김지영'을 맡게 돼  부담이 컸다"며 "원작이 가진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영화적인 이야기로 새롭게 만들어 낼까 고민했다. 이 이야기가 상업 영화의 틀 안에서 제작된다는 점이 가치 있다고 생각해서 최선을 다해 연출하기로 했다"고 부담감을 드러냈다.

정유미는 누군가의 딸이자, 아내, 동료이자 엄마로 2019년 지금을 살아가는 '김지영'으로 분한다. "저는 아직 결혼도 안 했고, 육아도 해본 적 없다"는 정유미는 "김지영 캐릭터를 보면서 주변 사람들, 엄마, 이모, 고모, 친구 어머니, 아이를 키우는 친구들의 생각이 났다"고 말했다. 그는 "바쁘다는 핑계로, (그들의 어려움을) 알지만 외면하고 있지 않았나 하는 미안한 생각도 들어서 미안했다. 저를 되돌아보면서 부끄럽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이어 그는 작품 선택의 이유로 "'82년생 김지영'이 화제가 된 소설이라고만 알고 있고, 시나리오를 통해 이 이야기를 접했다"며 "작품을 하기로 한 이후에 여러 이슈들이 있었는데, 이야기를 제대로 만들어서 보여드리는 게 저희의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참여했다"고 전했다.

공유는 극 중 지영의 남편이자 아내의 변화에 함께 힘들어하는 '정대현' 역을 맡았다. "대현만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아니었다"고 말한 공유는 "시나리오를 덮고 난 후 가족 생각이 많이 났다"고 말했다.

특히 "작품을 선택할 때 캐릭터와 저의 닮은 점이 어디일까 본능적으로 보게 되는데, 대현에게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며 "아내 지영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하는 인물이다. 그러다 보니 '내가 대현이라면 어떻게 할까' 하는 끌림이 있었다"고 작품에 참여한 이유를 전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세 번째 호흡을 맞추는 두 배우는 새삼 서로의 연기에 감탄했다고 입을 모았다. 공유는 "첫 촬영에서 유미 씨가 김지영 의상을 입고 등장했는데, 정유미라는 배우가 가진 선천적인 무드가 느껴졌다"며 "그게 배우로서의 굉장한 매력이자 무기라고 생각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카메라 밖에서나 사석에서 보면 '어휴'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친한 사이인데, 현장에서 김지영의 모습을 하고 있는 걸 보니 벌써 캐릭터에 이입이 돼 있었다"며 정유미의 재능을 부러워했다.

정유미 역시 "공유 씨와 함께한 신은 아니었지만, 첫 촬영을 몰래 봤는데 '언제 이렇게 몰입을 했지?'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깜짝 놀랐다. 어려운 신이었는데 이미 얼굴에서 대현의 모습을 하고 있더라. '왜 이렇게 잘하느냐'고 말하기도 했다"며 서로의 연기력을 극찬했다.

김도영 감독은 제작보고회를 마무리하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배우들과 함께 작업할 수 있어 행복했다"고 현장 분위기를 언급했다. 이처럼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연기력과 섬세한 감정선으로 '우리의 이야기'를 펼쳐낼 '82년생 김지영'은 오는 10월 개봉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