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3일인 오늘은 24절기 중 16번째 절기인 ‘추분(秋分)’이다.

추분은 예로부터 여름과 가을의 분기점으로 여겨졌다. 추분 이후에는 밤이 낮보다 점점 길어지며, 가을 기운이 완연해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추분이 지나면 우렛소리 멈추고 벌레가 숨는다’, ‘덥고 추운 것도 추분과 춘분까지이다’라는 속담이 전해진다.

추분은 태풍이 부는 때이기도 하지만, 백곡이 무르익는 수확시기이기도 하다. 추분 즈음 농촌은 논밭의 곡식을 거두어들이고 목화와 고추를 따서 말리는 등 가을걷이로 분주해진다. 호박고지, 박고지, 깻잎, 고구마순 등도 이때 거두고 산채를 말려 묵나물을 준비하기도 한다.

추분에 건조한 바람이 불면 다음 해 대풍이 든다고 여겼으며, 추분이 지신(地神)에게 제사를 드리는 날인 사일(社日) 앞에 있으면 쌀이 귀하고 뒤에 있으면 풍년이 든다고 생각했다. 또 바람이 북서쪽이나 남동쪽에서 불어오면 다음 해에 큰바람이 있고, 북쪽에서 불어오면 겨울이 몹시 춥다고 생각했으며, 비가 적게 내리면 길하고 개면 흉년이 든다고 믿었다.

한편, 추분에는 노인성제(老人星祭)를 지내기도 한다. 인간의 장수를 담당한다는 노인성에 지내는 제의로, 고려시대에는 국가 단위로 이뤄졌다.

노인성은 시리우스 다음으로 밝은 별인 남극성이다. 남반구 별자리라 남쪽 해안이나 제주도가 아니면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들어 옛사람들은 신앙의 대상으로 여기기도 했다. 옛날에는 노인성이 나타나면 세상이 태평해지고 군왕이 장수한다고 여겨 백관이 왕에게 축하를 올렸으며, 노인성이 보이지 않으면 군주가 위험하고 전쟁이 일어났다고 여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