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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을 뛰어넘는 반전 코미디"라고 내세운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의 가장 큰 반전은 이 영화가 '코미디'라는 것 아닐까. 기승전 '코미디 맛집'이라는 말에 마냥 웃고 즐길 수 있는 영화를 상상했지만, 반전을 즐기는 이계벽 감독답게 또 다른 장치가 깔려 있었다. 누군가는 '뻔하다'라고 느낄 수 있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기억에 대해 다시 되짚은 것만으로도 충분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하루아침에 '딸' 벼락 맞은 '철수'(차승원)가 자신의 미스터리(Mystery)한 정체를 찾아가면서 벌어지는 반전 코미디 영화. '믿고 보는 코미디 배우' 차승원과 전작 '럭키'를 통해 약 700만 관객을 동원하며 '코미디 영화의 신흥 강자'로 떠오른 이계벽 감독의 만남으로 개봉 전부터 많은 기대를 모았다. -
영화 초반은 극 중 아이보다 더 아이 같은 '철수'의 모습을 담는다. 자나 깨나 형 걱정뿐인 '영수'(박해준)부터 철수가 다니는 체육관의 관장 '김 씨'(안길강)까지 모두의 염려 속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철수는 우연을 가장해 자신에게 접근한 '희자'(김혜옥)를 만나고, 그로 인해 자신에게 백혈병을 앓고 있는 딸 '샛별'(엄채영)의 존재를 알게 된다. 이후 서로의 존재를 제대로 실감하기도 전, 철수는 샛별의 병원 탈출을 목격하게 되고, 그를 무조건 따라나서게 된다.
샛별이 병원 탈출을 계획한 것은 자신과 같은 처지에서 병을 이겨내기 위해 '버티고 있는' 친구의 생일 선물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샛별의 친구는 이승엽의 열렬한 팬으로, 그의 사인볼을 갖고 싶어 했고, 이를 구하기 위해 샛별은 대구행을 결심한 상황. 여기에 철수가 따라나서며 샛별의 여행 계획은 차질을 빚지만, 이로 인해 철수의 과거에 대한 '미스터리'한 비밀이 풀리게 된다.
소문난 맛집 '대복 칼국수'의 수타 달인으로 알려진 철수는 사실 과거 모두의 운명을 바꾼 소방관이었다. 영화에서는 처음부터 노골적으로 철수의 과거를 보여주는 것을 택하지 않고, 그가 겪고 있는 트라우마, 또, 샛별과 함께 하는 여행 중 처하게 되는 상황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과거의 시간을 녹여냈다. 이렇게 차츰 베일을 벗어가는 과거 속, 철수는 '반전의 키'를 지닌 인물로서 맹활약을 펼치게 된다. -
다만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추석엔 코미디"라는 슬로건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 무색하게, '웃고 즐길 수 있는' 코미디 영화를 기대하고 영화관을 찾는 관객에게는 아쉬움을 안길 수 있다. 늠름한 근육을 자랑하면서도, 마냥 아이 같은 '아빠 철수'와 필요할 때는 눈물 연기도 서슴지 않는 어른보다 더 어른 같은 '딸 샛별'의 모습이 대비를 이루는 모습을 통해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는 있지만, 빵 터지는 웃음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아쉬운 전반부의 코미디와 달리 미스터리가 밝혀지는 후반부는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먼저 '대구'라는 키워드에서 알 수 있듯, 철수는 과거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당시 많은 이들의 생명을 구해낸 시민들의 영웅이지만, 정작 자신은 이로 인해 지적 장애라는 후유증을 겪게 되고, 그로 인한 트라우마 속에서 살아가는 인물이다.
이계벽 감독은 '힘을 내요, 미스터 리'를 통해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차츰 잊혀 가는 '16년 전 그날'의 아픈 기억, 그리고 여전한 상처와 고통 속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고 한다. 하지만 전반부의 코믹한 분위기는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라는 사건을 회상하며 반전을 전하는 극 후반부와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고, 따로 논다는 느낌이다. 굳이 영화의 장르를 '코미디'로 설정해야 했을까 의문이 드는 이유다. -
또한, 회상 신을 통해서만 밝혀지는 과거의 숨겨진 사연이나, '소방관'이라는 반전 아래에서 예측 가능한 전개들은 '뻔하게' 다가온다. 여기에 철수와 샛별이 별다른 교감이 없었음에도, 단순히 '핏줄이 이어진' 부녀라는 이유만으로 어느 순간 진한 부성애를 느끼는 장면은 다소 설득력이 떨어지며, 두 부녀를 돕기 위해 조폭들이 동원되거나 하는 등의 모습은 영화에 등장하는 '막장 드라마'처럼 현실과 동떨어진 느낌을 선사한다.
그럼에도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사람들 기억 속에서 잊혀 가는 기억을 떠올리게 하며, '소방관' 분들에 대한 고마움을 환기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의미를 갖는다. 상황에 따라 변해가는 철수의 감정에 따라 울면서, 웃으면서 몰입하다 보면 어느새 영화의 따뜻한 엔딩과 마주할 수 있다.
여기에 영화에 깜짝 등장하는 카메오는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반가운 인물이 등장,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오는 11일(수) 개봉 확정.
- 연예 칼럼니스트 하나영 hana0@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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