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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16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2003년 2월 18일, 국민들의 마음속에 상처를 안겨준 그 날의 기억을 다시 스크린으로 불러왔다. 아픈 기억이지만, 그날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기에 잊지 말아야 할 기억이기도 하다.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가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29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 언론시사회가 열려 연출을 맡은 이계벽 감독을 비롯해 배우 차승원, 엄채영, 박해준이 참석했다.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하루아침에 딸 벼락을 맞게 된 '철수'가 자신의 미스터리(Mystery)한 정체를 찾아가면서 벌어지는 반전 코미디 영화로, 차승원은 아이보다 더 아이 같은 아빠 '철수'로, 엄채영은 어른보다 더 어른 같은 딸 '샛별'로 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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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코미디 장르로 돌아오게 된 차승원은 "예전에는 아마 마음이 크게 동하지 않았었던 것 같은데, 12년 만에 좋아하는 장르로 돌아오게 됐다. 아무래도 예전에 했던 것과 결이 다르고 저의 사고방식이나 시선 같은 것도 달라졌다"라며 "이 사람이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그런 내용을 담은 작품인데 이걸 과연 코미디로 풀 수 있을까 생각을 했었는데 잘 나온 것 같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극 중 차승원이 맡은 철수는 소문난 맛집 '대복 칼국수'의 수타 달인으로 알려졌지만, 영화 속에서 모두의 운명을 바꿨던 '소방관'이라는 과거가 차차 드러나면서 '반전의 키'를 지닌 인물로 활약을 펼친다. 이에 철수의 서사에 따라 전·후반부, 또 회상신 등에서 각각 다른 분위기를 선사한다. 연기를 하는 것에 어려움은 없었는지 묻자 차승원은 "철수의 삶의 경계가 넘어가는 부분들에서 유연하고 스무스하게, '연기가 단절되지 말아야 할텐데' 라는 생각을 했다"라며 " 찍는 동안 감독님과 많이 상의하면서 촬영을 진행했다"라고 밝혔다.
영화에서 철수가 마주하는 사건은 16년 전의 대구 지하철 참사. 이로 인해 철수는 지하로 향하는 것에 트라우마를 겪게 됐으며, 지적 장애라는 후유증을 겪게 된다. 왜 그 날의 참사에 대해 조명했는지, 어떻게 접근했는지 묻자 이계벽 감독은 "조심스러웠고, 또 어떻게 접근을 해야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 안전문화재단을 통해 많이 만나 뵙게 됐는데, 그 다음에는 영화를 만들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세월이 많이 흘렀는데도 여전히 상처를 입고, 고통 속에 계시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시 뒤돌아 가서는 안 된다고, 진솔하고 자세하게 그 분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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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철수에게 '지적 장애'라는 설정이 꼭 필요했을까 궁금증이 생긴다. 자칫 '희화화'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오해를 부를 수도 있는 설정인 것. 이계벽 감독은 "이 영화에서 철수는 '사고 후유증'을 가진 인물이다"라며 "희화화하려는 것이 아닌, 결핍이 있는 사람에게 딸이 있다는 식으로 어떤 상황에 처하게 됐을 때, 그러한 것을 대처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표현하고자 했다"라고 말했다.
차승원은 이러한 철수의 모습을 '사람 냄새' 묻어나게 잘 표현해냈다. "커다란 사고 뒤에 결핍을 겪은 만큼, 희화화가 되어서는 안 됐고, 이상하게 보이면 안될 텐데 하는 걱정과 우려가 있었다"라며 운을 뗀 차승원은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감독님께 도움을 많이 받은 것 같다. '감독 이계벽' 보다 '인간 이계벽'이 매력적이라고 항상 이야기를 하는데, 감독님께 약간 철수 같은 모습이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코미디 영화'라기에는 지나치게 '감성적'일 수 있는 신파와 마주하게 한다. 이계벽 감독은 "엔딩을 위해 필요한 장면이다. 감성적인 그런 면 보다는 철수의 진심, 주변 사람들의 진심과 같은 사람들의 마음을 묘사하는 것에 집중했던 것 같다"라며 "'럭키' 때도 사실 코미디로 가다가 뒤에는 미스터리 액션물로 바뀌는 지점이 있다. '힘을 내요, 미스터 리'에서는 그런 지점이 좀 더 감성적으로 나온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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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이 영화의 가장 큰 반전은 '코미디 영화'가 아닌 '히어로물'인 것이 아니냐는 반응도 나왔다. 이계벽 감독은 "앞서 블라인드 시사회를 했을 당시에도 철수 캐릭터를 히어로로 생각하는 분들이 계셨다. 생각해 보니 소방관 분들을 곁에 있는 히어로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철수에 감정 이입을 그렇게 해주신 것 같다. 철수를 히어로로 만들겠다는 생각은 없었다"라고 강조하며 "영화 말미에서 일반 시민들, 우리같은 사람들이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는 그런 것을 보여주는 데 그런 '소시민 히어로' 같은 느낌은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운명을 뛰어넘는 반전코미디를 예고하는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오는 9월 11일(수) 개봉을 확정했다.
- 연예 칼럼니스트 하나영 hana0@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