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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에게 동물원은 흔히 행복을 떠올리게 하는 공간이지만, 동물들에게 동물원은 마냥 행복한 공간만은 아니다. 사람의 편의대로 만들어진 좁은 공간에 갇혀 사는 것은 동물들에게 큰 스트레스와 좌절감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종일 축 늘어져 잠을 자는 사자와 곰, 같은 자리를 빙빙 도는 호랑이, 쉬지 않고 코를 흔들어대는 코끼리 등의 모습은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나타난 이상 행동일 확률이 높다.
세계 각지에서는 동물들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자연의 서식 환경과 가까운 동물원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활발하다. 동물원의 이런 불편한 사실이 알려지며, 세계 각지에는 동물들의 활동 범위에 맞게 부지를 넓히고, 대다수의 동물이 야행성이라는 사실을 포착해 관람 시간을 동물들이 움직이는 야간으로 맞추는 등 동물원 동물들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더욱 친환경적인 동물원을 만들기 위한 움직임이 많아졌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오락적인 재미를 제공하는 동물원이 존재하는 한, 근본적인 문제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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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점에 있어 국제단체 세계자연기금(World Wide Fund For Nature, 이하 WWF)과 SK텔레콤이 함께 오늘(22일)부터 한 달간 진행하는 ‘동물 없는 동물원’ 캠페인은 동물원 문제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지 않을까 싶다.
캠페인은 AR(Augmented Reality, 증강현실) 등 SK텔레콤의 ICT 기술을 활용한 AR동물원이 주축이 되어 진행된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은 물론 통신사와도 상관없이 이용할 수 있는 전용 앱 ‘Jump AR’을 이용하면, 동물들의 스트레스 걱정 없이 실제와 같이 생생한 다양한 가상 동물들을 소환해 관찰하고, 즐길 수 있다. SNS에서 화제가 된 ‘자이언트 캣’ 등 거대 동물과 ‘레서판다’, ‘웰시코기’ 등 귀여운 미니동물들도 증강현실로 만날 수 있다. WWF는 AR 동물원이 동물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높이고, 더 나아가 동물이 살아가는 자연을 보전하기 위한 활동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외에 자연 보전을 위한 후원 규모도 늘릴 수 있는 ‘#동물하트챌린지’와 AR동물원에 소환하고 싶은 동물을 추천하는 이벤트도 함께 진행한다. 9월 22일까지 진행되는 이벤트는 전용 웹사이트(arzoo.sktinsight.com)에서 참여할 수 있으며, 참가자에게는 추첨을 통해 경품을 제공한다.
WWF 이정미 선임국장은 “WWF는 앞으로 SK텔레콤과 함께 사람과 동물이 자연 속에서 조화롭게 살아가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만들어 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