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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心스틸러] '기적의 생존자→역대급 빌런'…이준혁, 알수록 다채로운 얼굴

기사입력 2019.08.19 17:21
  • 심스틸러 이준혁 / 사진: JS픽쳐스,얼반웍스미디어,tvN 제공
    ▲ 심스틸러 이준혁 / 사진: JS픽쳐스,얼반웍스미디어,tvN 제공
    그저 고결한, '기적의 생존자'일 줄만 알았던 그는 사실 권력을 향한 왜곡된 야망을 품은 '테러 공모자'였다. 지난 방송에서 다소 충격적인 마지막을 장식하며, '오영석'의 이야기는 막을 내렸지만, 오영석의 두 얼굴을 완벽하게 그려내며 호평을 얻은 이준혁의 이야기는 새로운 페이지를 써 내려갈 준비를 마쳤다.
  • '60일 지정생존자' 속 이준혁 / 사진: tvN 제공
    ▲ '60일 지정생존자' 속 이준혁 / 사진: tvN 제공

    이준혁은 tvN 월화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에서 국가 테러를 모의하고, 계획적으로 살아남은 테러 조직의 지정생존자 '오영석'을 연기했다. 백령해전 승전 주역이라는 타이틀 속 전우를 잃은 슬픔으로 국가에 대한 원망을 키워왔다는 설정의 오영석은 극 초반에는 선과 악을 구별하기 어려운 묘한 분위기를 보여줬지만, 극이 전개될수록 섬뜩한 악인의 아우라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이러한 오영석의 왜곡된 야망이 더욱 소름 끼치게 느껴진 이유는, 그가 기적의 생존자로서도 완벽한 얼굴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국민 앞에서 정직하고 믿을 수 있는 정치인으로서 기품을 보여주던 그는 순식간에, 싸늘한 눈빛, 차가운 목소리, 상대를 압박하는 카리스마를 과시하는 테러 배후의 중심에 선 '악인'으로 변해있었다.

    이처럼 이준혁은 '오영석의 두 얼굴'을 완벽히 오가며, 섬뜩한 야망, 그 길을 향해 가면서도 잘못된 것을 알고 스스로 분노하는 모습, 또 연민을 부르기도 하는 따뜻한 면모까지 보여주는 등 하나의 캐릭터 속에서도 '다채로운 연기'를 보여주며 '역대급 악역'이라는 평가를 얻으며, 시청자들의 뇌리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 '수상한 삼형제', '적도의 남자'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한 이준혁 / 사진: JS픽쳐스, KBS 제공
    ▲ '수상한 삼형제', '적도의 남자'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한 이준혁 / 사진: JS픽쳐스, KBS 제공

    이준혁이 이처럼 다양한 분위기의 역할을 소화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간 쌓아온 탄탄한 필모그래피가 한몫했을 것으로 보인다. 2006년 타이푼 '기다릴게'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연예계에 데뷔한 이준혁은 2007년 방영한 드라마시티 '사랑이 우리를 움직이는 방식'을 통해 본격적으로 연기자 생활을 시작, 주로 브라운관에서 활약을 펼쳐왔다.

    이러한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뺄 수 없는 것은 2009년 방영한 KBS 2TV 주말드라마 '수상한 삼형제'가 아닐까. 그가 첫 주연으로 나선 작품으로, 앞서 '조강지처 클럽'을 통해 인연을 맺은 문영남 작가와 다시 한번 재회하게 됐다. 극 중 막내아들 '김이상'을 맡은 이준혁은 극을 이끌어가는 내레이터로서, 다른 비범한 캐릭터들에 비해 다소 평범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역할이었지만, 긴 호흡의 주말 드라마, 게다가 첫 주연이었음에도 코믹한 모습부터 진지한 연기까지 자신의 맡은 바를 잘 소화해냈다.

    이후 이준혁은 '시티홀'에서 조국(차승원)의 비서 하수인이 되기도 했으며, '나는 전설이다'를 통해 유명한 기타리스트로 분하기도 했다. 또한, '시티헌터', '적도의 남자'에서는 연달아 검사 역할을 소화하게 된다. 특히 '적도의 남자'에서 그가 맡은 '이장일'은 과거에 대한 트라우마로 인한 다소 복잡한 감정선을 지닌 인물로, 극 말미에는 이로 인해 정신 분열 증상 등을 겪기도 하는 등 다소 어려운 설정의 역할이었음에도 불구, 이준혁은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주며 감탄을 자아낸다.

  • 2017년 활약을 펼친 이준혁 / 사진: KBS, tvN 제공, 영화 '신과함께' 스틸컷
    ▲ 2017년 활약을 펼친 이준혁 / 사진: KBS, tvN 제공, 영화 '신과함께' 스틸컷

    군 복무 시기를 제외,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온 이준혁의 존재감이 유독 빛난 한 해는 지난 2017년이 아닐까. KBS 2TV 4부작 드라마 '맨몸의 소방관'에 출연한 이준혁은 정인선과 남다른 케미를 보여준 것은 물론, '겉멋 든' 소방관에서 '진정한' 소방관으로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이준혁은 해당 작품 촬영 후 소방관들의 고충에 깊이 공감, 출연료 전액을 소방 공무원들에게 기부했다. 애초 비공개로 진행된 기부였지만, 이후 한 소방 공무원이 이를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개하면서 이러한 사실이 알려져 훈훈함을 더했다.

    또한, 이준혁의 재발견으로 화제를 모았던 '비밀의 숲' 역시 2017년 방영됐다. 그가 맡은 서동재는 권력과 재력, 어디든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그편에 서는 인물로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인간의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역할. 이준혁은 열등감과 자격지심으로 똘똘 뭉친, 비리검사의 모습을 리얼하게 그려냈다. 분명 얄미운 인물이지만, 어딘가 짠하고 이해가 되는 생존형 악역 캐릭터로, 시청자들은 이준혁에게 '인간 박쥐', '얄밉재' 등의 애칭을 안기기도 했다.

    이 밖에도 2017년(~2018년) 개봉한 영화 '신과 함께'에서 이준혁은 수홍(김동욱)과 원일병(도경수) 사이 실수로 일어난 총기 사고로 수홍이 사망하자, 이를 탈영으로 처리하고 죽음을 은폐하는 '박중위'를 연기했다. 이준혁은 한 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악인으로 변화해가는 박중위의 심리 상태를 섬세하게 그리며,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완성해냈다.

    여기에 악역임에도 시청자들의 마음 한 켠에 강렬한 인상을 남긴, '오영석'이라는 또 다른 인생 캐릭터를 만들어낸 이준혁이다. 이처럼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며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탄탄히 해온 이준혁이기에, 그가 새롭게 쓸 다음 페이지는 어떤 이야기일지 더욱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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