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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기대작으로 꼽히던 '나랏말싸미'가 출연 배우 전미선의 사망에 이어 저작권 관련 소송에 놓였다. 개봉 전부터 악재를 만난 '나랏말싸미'가 극장가를 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소송으로 곤혹을 치른 또 다른 한국 영화에는 어떤 작품이 있는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나랏말싸미', 저작권 관련 상영금지가처분 피소…언론 시사회 예정대로 진행 -
오는 24일 개봉을 앞둔 '나랏말싸미'는 한 출판사로부터 상영금지가처분 소송을 당했다. 지난 2일 출판사 나녹 측은 "'나랏말싸미'가 '훈민정음의 길-혜각존자 신미평전'(박해진 지음)을 원작으로 영화를 제작했으나, 원작 동의 없이 영화 제작을 강행했다"며 제작사와 조철현 감독, 배급사를 상대로 상영금지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에 영화사 두둥 측은 "'나랏말싸미'의 원작은 '훈민정음의 길이 아니다"라며 "출판사가 원안이라 주장하고 지속적인 문제를 제기해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았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확인 받기 위해 지난달 20일 '저작권 부존재 확인 소송'을 먼저 제기했다"고 반박했다.
이후 지난 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가처분 심문기일이 진행됐고, 이날 재판부는 엔딩 크레딧에 '도서출반 나녹'을 명시한다면 소송을 취하할지에 대해 원고와 피고에 의견을 물었다. 원고 측은 "그 정도 표기면 원만히 합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피고는 "극장에 상영되는 엔딩 크레딧을 지금 바꿀 수는 없다"며 "정확하게 판단 받아야지, 합의했다고 하면 뒤에서 뭔가 왔다 갔다 했다는 이야기를 들어 영화에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합의에 응하지 않았다.
결국 합의가 불발된 '나랏말싸미'는 재판부 내 합의를 통해 나올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출판사가 낸 상영금지가처분 신청이 인용될 경우 당초 24일로 예정된 개봉은 연기된다. '나랏말싸미' 측은 오는 15일 언론·배급 시사회를 진행하고 법원 판결이 나오는 대로 개봉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한편, '나랏말싸미'는 모든 것을 걸고 한글을 만든 세종과 불굴의 신념으로 함께한 사람들, 역사가 담지 못한 한글 창제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배우 송강호, 박해일, 故 전미선이 출연한다. 특히, 최근 작고한 전미선을 애도하기 위해 '나랏말싸미' 측은 인터뷰 등 대외홍보를 자제하고, 언론·배급 시사회에서도 별도의 포토타임을 갖지 않기로 했다.
◆'사바하', 신천지 항의에 이어 대종교·나주 나씨로부터 명예훼손 피소 -
'사바하'는 언론시사회 직후 종교단체 신천지로부터 명예훼손 항의를 받았다. 신천지는 극 중 박 목사(이정재)가 국내 이단 종교에 관해 설명하는 대목을 지적하며 단체의 명예를 훼손시킬 수 있는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제작사 측은 해당 장면을 조정하기 위해 이정재의 대사 일부를 재녹음하면서 사건이 일단락됐다.
하지만 '사바하'는 개봉 후 명예훼손으로 피소되기도 했다. 극 중 사이비 교주의 사진에 독립운동가이자 대종교 교조인 홍암 나철 선생의 사진을 합성해 사용한 것. 4월 9일 대종교 측은 "특정 정교관에 심취해 의도적 모독과 심각한 명예훼손의 자행에 큰 분노와 좌절감, 자괴감을 느낀다"며 '사바하' 제작사 외유내강을 고소했다고 밝혔다.
이에 제작사는 해당 논란에 대해 "명백한 실수"라며 사과했지만, 논란은 식지 않았다. 이후 같은 달 25일에는 홍암 나철 선생의 후속인 나주 나씨 직장공파 대종회도 '사바하' 제작사를 고소했다. 이들은 "나철 선생 사진의 존안을 도려내고 남의 얼굴을 갖다 붙여 사이비 교수로 둔갑시킨 과정과 배경의도를 거짓 없이 고백하고 즉시 영화 상영을 중단하라"고 주장하며 상영 중인 영화 화면을 즉시 교체하고 상영 전 사과문을 방영할 것, 공중파 방송 및 일간지에 5단 이상의 사과문을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또, 명예회복을 위해 나철 선생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방영해 달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한편, '사바하'는 신흥 종교 집단을 쫓던 박 목사가 의문의 인물과 사건들을 마주하게 되면서 시작되는 미스터리 스릴러. '검은 사제들' 장재현 감독의 차기작으로 기대를 모았던 '사바하'는 이정재, 박정민, 이재인, 유지태, 정진영의 열연과 미스터리한 전개로 2월 20일 개봉 후 230만 관객을 동원했다.
◆상영금지가처분 피소 '암수살인', 유가족에 진심 어린 사과…무사히 개봉 -
지난해 10월 3일 개봉한 '암수살인'은 개봉 전, 법원에서 영화 일부를 공개하기도 했다. '암수살인'은 감옥에서 7건의 추가 살인을 자백하는 살인범과 그 자백을 믿고 사건을 쫓는 형사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2007년 부산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일찌감찌 '믿고 보는 배우' 김윤석과 주지훈의 만남으로 기대를 모았던 '암수살인'은 개봉을 2주를 앞두고 상영금지 가처분 소송에 놓였다.
실제 사건 피해자 A씨의 여동생은 "'암수살인'이 오빠의 살해장면과 범행 수법, 살해 지역까지 그대로 묘사해 가족이 고통받고 있다"며 서울중앙지법에 상영금지가처분신청서를 제출했다.
이에 제작사 (주)필름295는 "영화가 모티브로 한 실화의 피해자 유가족분들께 상처를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실화에서 모티브를 얻는 과정에서 이와 관련된 분들이 상처받으실 수 있다는 점을 세심하게 배려하지 못해 유가족의 동의를 구하는 과정에서 부족했던 부분이 있었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어 "늦었지만, 실제 피해자의 유가족분들과 충분한 소통을 거치겠으며, 앞으로 마케팅 및 홍보 과정에서도 유가족들께 피해가 가지 않도록 최선의 조처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유족 측이 감독과 배급사의 직접 사과를 요구, 결국 법정 공방에 이르렀다. 이에 '암수살인'은 개봉 전, 재판장에서 논란이 된 50분 가량의 영상을 공개하게 됐다. 당시 유가족 측 대리인은 "투자·배급사인 쇼박스는 유족들이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받을 것을 충분히 예상하고도 제작 전에 동의를 구하거나 협의를 한 적이 없다"며 "영화가 그대로 상영될 경우 유족들은 되돌릴 수 없는 고통을 받을 것이고, 영화 제작으로 피해자 유족들의 '잊힐 권리'도 침해당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배급사 쇼박스는 "유족의 동의를 받지 않고 촬영한 점에 대해 사죄드리지만, 길에서 '묻지마 살해'가 벌어지는 테마 구성은 영화에서 일반적으로 구성할 수 있는 창작의 영역이다. 범죄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닌 범인과 형사에 초점을 맞춘 영화"라고 주장했다.
이후 10월 1일, 유가족 측이 "제작사 측이 지난달 30일 저녁 유족들을 찾아가 제작 과정에 충분히 배려하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를 했고, 유가족은 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며 소송 취하 소식을 전했다. 이로써 무사히 10월 3일 개봉일에 맞춰 개봉한 '암수살인'은 충격적인 소재와 배우들의 열연으로 370만 관객을 동원하며 호평을 받았다.
- 연예 칼럼니스트 이우정 thestar@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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