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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다양한 닭요리를 찾아서

기사입력 2019.07.08 14:50
우리는 치킨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제2부
  • 인문학 엔터테인먼트 히스토리 채널 위대(胃大)한 계발자(鷄發者)에서 보여준 세계의 닭, 그리고 다양한 음식에 대한 소개가 지난달 막을 내렸다. 신민섭 셰프와 장준우 작가, 그리고 서울대 푸드 비즈니스랩 문정훈 교수가 세계 주요 4개국을 돌며, 20여 종의 닭 품종을 소개했고, 개인적으로 함께 탐방했다.

    지난 칼럼에서 닭 품종에 대한 소개를 했다면, 이번에는 닭 음식에 대한 소개를 한다. 직접 맛을 본 만큼 개인의 평가가 들어가 있음을 미리 밝혀둔다.

  • 미슐랭 3스타 조르쥬 블랑의 ‘소금 크러스트 브레스 토종닭 요리’. 소금 크러스트 안에 프랑스 브레스 닭을 넣고 굽는다. 소금 크러스트로 덮어서 굽는 이유는 브레스 닭 특유의 맛과 향을 가두기 위함이다/사진=명욱
    ▲ 미슐랭 3스타 조르쥬 블랑의 ‘소금 크러스트 브레스 토종닭 요리’. 소금 크러스트 안에 프랑스 브레스 닭을 넣고 굽는다. 소금 크러스트로 덮어서 굽는 이유는 브레스 닭 특유의 맛과 향을 가두기 위함이다/사진=명욱
    프랑스 미슐랭 3 스타 죠르주 블랑 레스토랑의 닭요리
  • 프랑스 드롬지역의 뿔닭으로 만든 살구 타진 요리. 타진요리는 본래 모로코 요리였지만 이 지역에서 독특한 스타일로 발전한다.  프랑스 론와인 및 다양한 증류주와도 함께 즐긴다/사진=명욱
    ▲ 프랑스 드롬지역의 뿔닭으로 만든 살구 타진 요리. 타진요리는 본래 모로코 요리였지만 이 지역에서 독특한 스타일로 발전한다. 프랑스 론와인 및 다양한 증류주와도 함께 즐긴다/사진=명욱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닭으로 미슐랭 3 스타를 받은 레스토랑 ‘죠르주 블랑’이다.

    이곳에서 나오는 요리는 바로 프랑스 토종닭인 브레스 닭을 이용한 ‘소금 크러스트 브레스 토종닭’. 닭의 부드러운 식감을 살리기 위해 반죽으로 완전히 뒤덮고 오븐에 구운 요리다. 소금으로 크러스트를 한 이유는 반죽에 소금을 넣으면 밀도가 높아지면서 닭에서 나오는 다양한 감칠맛과 육즙을 살려주기 때문이다. 허벅지 부분이 굉장히 두꺼우며, 붉은 육색을 가지고 있는 것도 특징. 껍질 밑에 지방층이 두터운 것도 특이점이다.

    전체적인 맛은 부드러움과 쫄깃한 맛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느낌. 입안으로 넘긴 후에도 진한 맛이 오랫동안 남는 것도 이 요리의 매력이다.

    하니발이 남겨놓은 닭으로 만든 살구 타진 요리
  • 프랑스 드롬 뿔닭. 야생의 모습을 그대로 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며, 인간에 대한 경계심이 크다/사진=장준우 작가
    ▲ 프랑스 드롬 뿔닭. 야생의 모습을 그대로 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며, 인간에 대한 경계심이 크다/사진=장준우 작가

    카르타고의 명장 하니발이 피레네 산맥을 넘어 로마로 진격을 할 때, 군수물자였던 아프리카 닭을 드롬이라는 지역에 남겨 놓고 갔다고 한다. 그것이 바로 프랑스 드롬 뿔닭 [Pintadeau de la Drôme].

    드롬은 지역 명으로 알프스 산맥이 시작되는 산악지대이다. 드롬 뿔닭은 출생이 아프리카인 만큼 기존의 닭과 외형도 다른 야생의 스타일 그대로 가지고 있으며, 그래서 인간에 대한 경계심이 무척 높다. 이곳에서 나온 요리는 부드럽게 익힌 살구에 닭 육수를 넣어 간 살구 퓌레를 뿌린 ‘살구 타진 요리(Façon Tajine à L'abricot )’ 요리다. 육질이 단단하지만, 살구의 달콤하고 새콤한 맛, 그리고 진한 육향이 매력적인 맛이다.

    개인적으로는 살구의 상큼한 맛이 닭요리에 잘 어울리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참고로 타진요리는 전통의 프랑스 요리가 아니다. 고기 및 생선류를 주재료로 향신료와 채소를 넣은 아프리카 북부 모로코의 스튜다. 아프리가 북부에 있던 카르타고의 하니발이 가지고 왔다는 것은 괜한 이야기가 아니다.

    광양의 토종닭 숯불구이
  • 광양 토종닭 숯불구이요리/사진=히스토리 채널 캡쳐
    ▲ 광양 토종닭 숯불구이요리/사진=히스토리 채널 캡쳐

    한국에서 구워 먹는다고 하면 대부분 소와 돼지 정도다. 여기에 광양의 토종닭이 더해졌다.

    이 토종닭 숯불구이의 핵심은 폭발하는 육즙과 쫄깃한 맛이 매력이다. 무엇보다 두껍고 풍부한 기름기의 닭껍질은 특유의 육향을 살려준다. 숯불구이요리는 단순히 일반 육계보다는 토종닭이 훨씬 맛이 좋다. 일반 육계는 살이 너무 부드러워 숯불구이로 먹으면 잘 부스러지고, 껍질도 금방 벗겨지기 때문이다. 서울대 푸드비즈니스랩 문정훈 교수에 의하면 전라도에는 집에서 닭을 구워 먹는 문화가 별도로 있었고, 광양이 그것을 잘 지키고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일본 나고야에서 즐기는 일본 토종닭 나고야 코친 일본전골(일본식 전골)과 꼬치구이, 닭 육회, 미슐랭 등록 레스토랑 류니크에서 선보이는 국산 토종닭 합협 3호 요리, 스페인 북수 아스투리아스 지역의 귀사도(Guisado) 요리, 파바 콩과 함께 끓여낸 치킨 파바다, 치킨 크로킷 등 다양한 요리가 소개되었다.

    종의 다양성을 알려준 다큐멘터리
  • 스페인 아스투리아스 지역의 뺑닭으로 만든 스페인식 스튜인 치킨 파바다 요리와 네추럴 와인(왼쪽), 그리고 사과 발효주 시드라 (Sidra). 이 지역에서는 사과를 발효시킨 시드라 (Sidra)라는 발효주가 가장 대중적이다. 탄산감이 특별한 부분이 마치 사과 맥주와 같은 식감이 있다/사진=명욱
    ▲ 스페인 아스투리아스 지역의 뺑닭으로 만든 스페인식 스튜인 치킨 파바다 요리와 네추럴 와인(왼쪽), 그리고 사과 발효주 시드라 (Sidra). 이 지역에서는 사과를 발효시킨 시드라 (Sidra)라는 발효주가 가장 대중적이다. 탄산감이 특별한 부분이 마치 사과 맥주와 같은 식감이 있다/사진=명욱

    위대한 계발자는 전 세계의 다양한 닭과 닭요리를 보여줬다. 이것은 단순히 맛있고 없고를 떠나 치킨과 삼계탕 등으로 획일화된 한국의 양계산업에 새로운 지표를 보여줬다.

    현재 한국의 육계는 일반적으로 1달 전후로 도축장으로 가는 상황. 그래서 닭을 먹는 것이 아닌 병아리를 먹는다고도 한다. 하지만 앞서 소개한 닭은 모두 6개월 이상을 키우기도 하는 품종. 그래서 식감이 쫄깃하며, 진한 육향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두터운 지방층으로 구워냈을 때 특유의 고소한 맛을 낸다.

    이러한 종의 다양성은 맛과 음식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며, 해당 품종을 지키는 역할을 한다. 이 방송이 보여주고자 하는 본질이 여기에 있다.

  • 세계의 다양한 닭요리를 찾아서
    명욱 전통주 갤러리 부관장, 주류문화칼럼니스트
    일본 릿쿄(立教)대학교 사회학과 졸업. 일본 나스닥 재팬 상장기업에서 아시아 투자담당을 맡았었다. 10년전 막걸리 400종류를 마셔보고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서 포탈사이트에 제공하면서 본격적인 주류칼럼니스트로 활동한다. 가수겸 배우 김창완 씨와 SBS라디오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에서 전통주 코너를 2년 이상 진행했으며, 본격 술 팟캐스트 '말술남녀'에도 고정 패널로 출연하고 있다. 최근에는 O tvN의 어쩌다어른에서 술의 역사 강연을 진행했다. 명욱의 동네술 이야기 블로그도 운영중이며,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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