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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치킨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기사입력 2019.05.30 18:15
세계 주요 4 개국, 10개 도시 20종의 닭 품종을 찾아
히스토리채널 위대(胃大)한 계발자(鷄發子) - 제1부 세계의 토종닭
  • 다양한 전세계의 토종닭과 다양한 요리가 등장하는 위대한 계발자/사진=히스토리 채널 캡쳐
    ▲ 다양한 전세계의 토종닭과 다양한 요리가 등장하는 위대한 계발자/사진=히스토리 채널 캡쳐

    인문학 엔터테인먼트 방송 히스토리 채널에서 흥미로운 방송을 지난 5월 25일에 시작을 했다. 총 2부로 진행되는 이 프로젝트는 전 세계의 토종닭 이야기다.

    사실 이 이야기에 한국이 빠질 수 없다. 한국은 연간 닭 소비량이 10억 마리에 육박하는 치킨 공화국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육계라는 단일 품종 위주로 즐긴다는 것. 보통 1 달이면 바로 도계 처리가 되어 식탁에 오르게 된다. 다 성장하지도 않는 상태에서 식탁에 오르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이유는 효율. 빨리 기르고 빨리 파는 것이 자본주의적 관점에서는 관리에 용이하며, 매출 증대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육계가 무조건 맛이 나쁜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부드러운 맛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향은 적고, 모두의 맛이 비슷하다는 것. 즉, 획일적인 시장이라는 것에 과제를 가지고 있다. 이 방송은 이러한 한국의 획일적인 닭 문화에 다양성을 알리고, 우리나라의 토종닭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 보기 위해 제작된 다큐멘터리이다.

    우리가 몰랐던 치킨의 세계를 찾으며 전세계의 20여 명의 닭 전문가를 만난다. 서울대학교 푸드 비즈니스랩 문정훈 교수가 기획을 했으며, 장준우 작가 겸 셰프, 그리고 프랑스 요리 전문점 루블랑의 신민섭 셰프가 출연했다. 워낙 특별한 프로젝트인 만큼 국내 뿐만이 아닌, 프랑스, 스페인, 일본의 토종닭 여정을 직접 함께 했다.

    닭의 여왕. 프랑스 브레스 토종닭
  • 프랑스의 브레스 토종닭. 닭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사진=히스토리 채널 캡쳐
    ▲ 프랑스의 브레스 토종닭. 닭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사진=히스토리 채널 캡쳐

    세계 최고의 닭요리 국가가 어디냐는 질문에 바로 프랑스를 꼽을 수 있다.

    종교전쟁의 대타협을 이끌 앙리 4세는 모든 일요일에는 모든 프랑스 국민이 닭고기를 먹을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다. 덕분에 프랑스의 상징은 닭이고, 소비량 역시 소비량 역시 일 년에 26.1kg, 우리나라 12kg의 두배가 넘는다. 이러한 프랑스의 대표 토종닭은 바로 브레스 닭. 프랑스의 보나(Vonnas)라는 남동쪽 소도시에 있는 특별한 닭이다. 마리당 가격은 약 30유로. 우리 돈으로 가볍게 3만 원이 넘으며, 1년 가까이 기르는 게 세 수탉 샤퐁은 미라당 30만 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브레스 토종닭의 가격이 이렇게 지켜질 수 있는 것은 철저한 관리 제도인 AOP(Appellation d'Origine Protégée, 아펠라씨옹 도리진 프로테제) 지리적 표시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브레스 토종닭의 주식은 간단하다. 바로 그 동네의 것이다. 15km 이내의 농장에서 수확한 옥수수, 콩, 메밀 등이 그들의 주식이며, 방목 사육을 통해 자연의 것을 그대로 섭취한다. 물론 방목을 하다보니 곤충도 먹고, 지렁이도 먹으며 하루 종일 뛰어다닌다.

    우리나라의 경우 닭한마리당 불과 0.05제곱미터인 사육공간이 이곳에서는 최소 10 제곱미터의 사육공간이 확보되어야 한다. 사육기간 역시 실내에서 35일, 실외에서 110일 이상으로 5개월 이상을 사육하게 된다. 한국의 육계보다 5배 이상인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자연의 맛을 최대한 끌어들인 브레스 토종닭에 대해 철학가이지 미식가인 브리야 사바랭은 “브레스 토종닭은 닭 중의 여왕이자 왕의 닭이다”라고 극찬했다.

    방송에 방영된 곳은 바로 이 브레스 토종닭을 키우는 농장. 말 그대로 방목을 통한 사육을 하는 곳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곳에서 도계 및 숙성까지 같이 하고 있다는 것. 역시 한국에서는 없는 모습이다.

    장준우 셰프는 "도축하기 최소 10일 전부터 닭장 안에서 길러 껍질 아래 지방이 끼게 하고, 숙성과정을 통해 그 지방이 근육으로 스며들게 해 최고의 식감과 육질을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것은 요리할 때의 특징은 가슴살은 따로 익힌다는 것. 가슴살 부위는 오래 익히면 퍽퍽해지기 때문이다. 가슴살이 퍽퍽하다는 것은 하나의 오해 중 하나"라며, "요리를 달리하면 충분히 부드러워진다"고 장준우 셰프는 설명한다.

    닭기름에 빵을 찍어 먹는 장면이 나오는데 한국에서는 생각도 못한 발상이다. 문정훈 교수는 닭의 기름이 브레스 토종닭의 맛의 핵심이라고 방송에서 언급한다.

    일본 최고의 토종닭. 나고야 코친
  • 나고야 코친. 육질이 쫀득하고 다양한 향이 있는 일본 제1의 토종닭이다/사진=히스토리 채널 캡쳐
    ▲ 나고야 코친. 육질이 쫀득하고 다양한 향이 있는 일본 제1의 토종닭이다/사진=히스토리 채널 캡쳐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토종닭(지도리.地鶏)이 있다. 바로 나고야 코친이다. 나고야 시 옆의 고마키시에서 태어난 이 품종은 일본의 토종닭 1호로 지정된 닭이기도 하다.

    토종닭이라고 언급하긴했지만, 나고야 코친은 순수한 일본 품종은 아니다. 바로 중국 코친과 일본 품종의 교배로 태어난 품종이기 때문이다. 일본 역시 1960년대 외국종의 수입이 늘어나서 토종닭이 고사 위기에 처하자 품종개량 위해 태어난 종. 이후 토착화를 위한 노력으로 일본 대표 토종닭이 되었다. 노력의 산물로 태어난 품종이라고 볼 수 있다.

    이날 방문한 양조장은 고마키시의 이나가키 양계장. 80이 넘는 이나가키 씨는 나고야 공대를 졸업, 일본 닭 교배의 최고 권위자다. 브레스 닭만큼은 아니지만, 넓은 공간에 닭들이 충분히 놀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있었다. 사육기간은 역시 6개월 전후. 이나가키 씨는 한두 달이면 체형적으로 모두 성장하는 브로일러와 달리 천천히 성장하는 나고야 코친의 모습을 보고 상품성이 없다는 주변의 만류가 있었지만, 오직 일본의 맛있는 닭요리를 꼭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나고야 코친을 사육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의 경우 이러한 토종닭이 약 100여 종, 한국은 겨우 10종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문정훈 교수는 말한다.

    1부에 등장한 나고야 코친 요리는 야키토리이다. 나고야에서 가장 유명한 야키토리 집 중 하나인 킨 보시. 이곳에서는 본지리라는 닭 꼬리가 구워져 나왔다. 이 나고야 코친의 꼬리 부위는 콜라겐이 풍부해서 비타민C와 섭취하면 콜라겐 자체의 흡수가 잘 되기 때문에 레몬을 곁들이고 있다고 한다. 부드럽고 쫄깃하며 육향이 가득한 맛은 닭이 부위에 따라 얼마나 맛이 달라지는 가를 보여준다. 한국에서의 꼬리는 인기 없는 부위인데, 일본 토종닭에서는 다른 것이다.

    일반 닭보다 4배나 큰 스페인의 아스투리아스. 피투 데 칼레야
  • 큰 몸집을 자랑하는 스페인의 피투 데 칼레야. 육질이 소고기 같았다/사진=히스토리 채널 캡쳐
    ▲ 큰 몸집을 자랑하는 스페인의 피투 데 칼레야. 육질이 소고기 같았다/사진=히스토리 채널 캡쳐

    스페인 역시 자신들만의 토종닭을 지키고 있다.

    대서양에 위치한 아스투리아스 지역의 식료품 가게를 방문한 문 교수 일행은 도계 된 닭을 보고 깜짝 놀라는데, 닭 무게가 무려 5킬로가 넘는 것이다. 한국의 일반 육계보다 4, 5배가 더 큰 상황이다. 이곳의 닭 이름은 피투 데 칼레야 [Pitu de Caleya]. 스페인 아스투리아스 지역의 토종닭으로 ‘거리의 닭’이라는 뜻이다. 바로 거친 산악 지형과 궂은 날씨에도 살아남은 질긴 생명력을 가진 닭이라는 의미이며, 지역 토착 종자 복원의 산물이기도 하다. 현재 이곳은 반 자유 방식으로 키우고 있으며, 닭들이 울타리 안팎으로 왕래가 가능하다. 무엇보다 3일 동안 폭우가 쏟아진 적이 있는데 한 마리도 죽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그 흔하디 흔한 조류독감 및 AI 등이 한 번도 있지 않았다고 한다. 자연에서 키우니 질병에도 강한 것이다.

    피투 데 칼레야 토종닭으로 콩피(Confit)라는 조리법을 사용한 요리가 나온다. 시럽(설탕물)이나 기름에 식자재를 넣고 오랫동안 끓이는 기법이다. 닭 자체가 크다 보니 맛이 달랐다. 껍질을 씹는 맛도 좋고 탄력도 충분했다. 마치 소갈비찜을 먹는 듯한 식감이다. 염도가 높지 않은데 풍부한 육향이 난다는 것은 원래 이 고기가 향이 풍부하다는 것이라고 증명하는 것이라고 장준우 셰프는 언급했다. 조리기법에 관심을 가진 문정훈 교수는 오래 기른 닭도 조리법만 다르면 훌륭한 요리가 된다고 말했다.

    작다. 그런데 맛있다! 한국 제주도 구엄 토종닭
  • 6개월을 사육해도 1.2kg밖에 안자라는 제주도 구엄닭. 멀리 날 정도로 야생성이 좋다/사진=히스토리 채널 캡쳐
    ▲ 6개월을 사육해도 1.2kg밖에 안자라는 제주도 구엄닭. 멀리 날 정도로 야생성이 좋다/사진=히스토리 채널 캡쳐

    프랑스, 스페인, 일본을 갔으면 이번에는 제주시 구좌읍에 있는 제주 토종닭을 찾으러 갔다.

    이곳의 닭은 구엄 닭이라는 제주 재래닭. 몸이 날렵하고 날개가 큰 것이 특징이다. 질병과 야생성에 강하며, 알을 품고 부화시키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한다. 일제강점기 생산성이 뛰어난 개량닭에 의해 육지에서 우리 토종닭이 사라져 갈 때 제주에서만 살아남은 닭이다. 성장하는 데는 약 6개월 정도. 그런데 그 크기가 정말 작다. 수탉은 겨우 1.2 킬로그램, 암탉은 800g. 한 달에 1.5 킬로그램이나 자라나는 육계와 비교하면 수익성이 없는 품종이다.

    하지만 맛은 달랐다. 진하고 쫀득하고, 그리고 깊이가 느껴지는 맛 자체였다. 그리고 닭껍질에서 느껴지는 탱탱함이 최고였다.

    이 방송의 묘미는?
  • 신민섭 셰프, 문정훈 교수, 장준우 쉐프 겸 작가/사진=히스토리 채널 캡쳐
    ▲ 신민섭 셰프, 문정훈 교수, 장준우 쉐프 겸 작가/사진=히스토리 채널 캡쳐

    결국 이 방송이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기존의 닭이 나쁘고 토종닭이 좋다는 것이 아닌, 다양성을 알고 즐기자는 것이다. 닭 가슴살은 무조건 퍽퍽하고, 닭 꼬리는 인기 없는 부위가 아니며, 빵에 기름을 찍어먹더라도 맛있는 닭도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동시에 무조건 빨리 사육해서 판매를 하는 한국의 육계산업에 대해 천천히 기르는 닭의 다양한 가치를 알려주며 사회적 가치를 던지는 내용이기도 하다.

    다음 방송은 6월 1일 오전 11시로 이번에는 다양한 닭의 요리법이 등장한다. 카르타고의 한니발이 유럽에 남겨놓은 닭이라는 프랑스 뿔닭에 대한 이야기부터,미슐랭 쓰리스타 조르쥬 블랑에서의 요리법, 그리고 나고야 코친의 일본전골까지 좀 더 세밀한 요리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 명욱 칼럼니스트

    명욱 전통주 갤러리 부관장, 주류문화칼럼니스트
    일본 릿쿄(立教)대학교 사회학과 졸업. 일본 나스닥 재팬 상장기업에서 아시아 투자담당을 맡았었다. 10년전 막걸리 400종류를 마셔보고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서 포탈사이트에 제공하면서 본격적인 주류칼럼니스트로 활동한다. 가수겸 배우 김창완 씨와 SBS라디오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에서 전통주 코너를 2년 이상 진행했으며, 본격 술 팟캐스트 '말술남녀'에도 고정 패널로 출연하고 있다. 최근에는 O tvN의 어쩌다어른에서 술의 역사 강연을 진행했다. 명욱의 동네술 이야기 블로그도 운영중이며,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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