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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어떻게 하면 더 맛있게 즐길 수 있을까?"라는 주제를 다루는 술 전문 팟캐스트 '말술남녀'가 서적으로 출간되었다.
술 자체에 대한 소개와 더 나아가 술이 담은 이야기, 술을 둘러싼 문화이자 술을 만드는 사람, 술을 마시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한 에피소드들이 막걸리, 맥주, 사케, 소주, 와인, 칵테일을 막론하고 60여 편에 걸쳐 풍성하게 펼쳐진다.
tvN '어쩌다어른' 등에서도 강연을 진행한 주류 칼럼니스트 명욱, 고주망태 집안에서 태어나 남자보다 술을 사랑하게 된 사케 소믈리에 박정미, 전통주 업계의 젊은 피를 대표하는 전통주 소믈리에 신혜영, 콘텐츠 기획자 장희주 등 4인이 갈색병 맥주와 녹색병 소주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무지갯빛 맛과 향의 신세계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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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친근하고 익숙한 한국 희석식 소주의 대명사 '참이슬 후레쉬'부터 시작해 일반폭탄주, 자가 제조 폭탄주, 증류식과 희석식 소주 간의 차이점을 일목요연하게 알려주며 꼼꼼한 팁을 달아 이해를 돕는다. 그 후 고급 증류식 소주 시장이 급성장하며 나타난 주요 국내 고급 소주와 일본의 고구마/보리/쌀 소주의 명작을 소개하며, 이자카야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대중적이고 저렴한 가격대의 사케와 생산량이 적어 현지에서도 구하기 힘든 고가의 사케가 뒤를 잇는다.
맥주 편에서는 한국 맥주의 역사와 유럽 맥주의 혁명적 스타일을 대표하는 정통 맥주, 미국 서부를 중심으로 붐을 일으킨 크래프트비어의 개성 강한 제품들이 나오는데 평소 편의점과 대형 마트의 주류 코너를 유심히 살펴본 독자라면 익숙할 법한 브랜드의 이름들이 등장한다.
마지막 편에서는 특별한 날 특별한 사람들과 즐길 수 있을 만한 다양한 술들이 자리한다. 스파클링 와인과 샴페인 그리고 칵테일, 고리타분하리라는 편견을 부수는 고급스러운 맛과 향, 색을 자랑하는 한국 전통주 메이커, 국내 생산 작물을 이용하여 완성된 한국 와인 등을 골고루 다루고 있다.
또한, 특정 제품의 에피소드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부분을 고려하여 별도의 칼럼을 여러 편 실어 아직 국내 독자에겐 생소할 수 있는 일본 사케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종류별 특성을 설명한다. 동시에 1965년 박정희 정권 시대에 쌀로는 술을 만들지 못하게 하는 양곡관리법이 생기면서 그 명맥을 잃을 뻔했던 지역 전통주와 소주 시장이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계기로 어떻게 조금씩 발전해왔는가를 보여준다. 유통기간이 짧고 생산자의 규모가 영세하여 대중적인 마케팅이 어렵지만 뜻을 모은 이들이 분투 중인 한국 막걸리 업계 이야기를 모았고, 구한말 반강제적인 문호개방을 통해 한국에 이식된 맥주라는 술의 문화와 제품 변천사를 정리하기도 했다.
서울대학교 푸드비즈니스랩 문정훈 교수는 "이러한 서적이 나올 수 있게 된 것은 우리 사회가 더욱 세분화되고, 다양화되고 있다는 증거"라며, "앞으로 술을 단순히 취하기 위해 마시는 것이 아닌 맛과 원료, 그리고 그 술이 생긴 지역과 농산물을 까다롭게 따져간다면, 술이 가친 사회적 가치에 대해서 모두가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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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팟캐스트 '말술남녀'
2017년 5월 첫 회를 공개한 이후 다양한 각도에서 전통주, 맥주, 와인, 사케 등 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다. 일본 유학 시절 스모 선수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던, 몸매만큼 방대한 술지식을 가진 주류 칼럼니스트 명사마(명욱), 고주망태 집안의 장녀로 태어나 남자보다 술을 더 좋아한 사케 소믈리에 박언니(박정미), 알콜 알레르기로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전통주 소믈리에 신쏘(신혜영), 전국의 양조장을 탐방하며 기사를 쓴 러블리 장기자(장희주), 잘 먹고 잘 마시고 잘 노는 연구로는 국내 최고! 서울대 푸드비즈니스랩 달교수(문정훈), 술과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만 가득한 라디오 PD 에반스(윤의준 피디)가 함께 만들어간다.
- 박상일 기자 psi@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