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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그 어느 때보다 촘촘하게 연결된 요즘, 아이러니하게도 1인 세대, 독거노인, 혼밥, 혼술이 유행한다. 모두가 행복해 보이는 사이버 세상을 지켜보다 보면, 나만 홀로 뒤처지는 듯한 소외감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영화 ‘메모리즈’는 이런 현대인의 고독을 잘 담아냈다. 구청에서 운영하는 심리 상담센터에서 상담원으로 일하는 민호와 그를 찾는 이들은 모두 반복되는 일상과 주변인의 무관심에 상처받은 고독한 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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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결같이 굳은 표정의 사람들의 끊임없는 넋두리를 듣는 반복된 일상에 민호는 지쳐간다. 스트레스로 가족은 물론 주변 사람과도 원만한 관계를 맺지 못하는 것은 상담사인 그나, 그에게 상담받으러 오는 이들이나 매한가지다.
하지만 새로 이사한 집에서 우연히 발견한 메모로 민호는 조금씩 변해간다. 빨래를 분리하는 법, 그릇의 얼룩을 없애는 법 등 소소한 곳에서 발견한 작은 배려가 민호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집안 곳곳에 숨겨진 메모를 찾아가며, 민호는 전 주인에 대한 호기심을 키워간다. 그와 동시에 사람들을 대하는 민호의 태도도 달라진다. 사소해 보이는 작은 배려가 타인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받은 배려를 나누고 싶다고 생각한 민호는 전 주인인 여자를 만나겠다고 결심하지만, 그녀의 흔적은 좀처럼 찾을 수 없다. 과연, 민호는 포스트잇을 남긴 그녀를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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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잇에 담긴 메모를 찾으며, 변화되는 민호의 모습은 보는 이의 공감을 십분 자아낸다. 그의 삶은 일상에 지쳐있는 우리의 모습과 똑! 닮아있기 때문이다.
현대인의 일상을 담백하게 그려내며, 잔잔한 희망의 빛을 던지는 영화 ‘메모리즈’. 외로움과 일상에 지친 현대인에게 추천할 만한 영화다.
-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