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일반

목포가 맛의 도시를 선포한 이유는?

기사입력 2019.04.16 17:47
  • 지난 금요일, 여의도 63 빌딩에서는 흥미로운 행사가 하나 열렸다. 바로 목포시가 맛의 도시를 선포한 것이다. 목포 김종식 시장을 시작으로 서울대 푸드 비즈니스랩 문정훈 교수, 전 국회의장 정세균 의원, 박지원 의원에 배우 최불암 씨까지 참석한 행사였다. 그렇다면 목포가 맛의 도시를 선포한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남도의 음식을 즐길 수 있다는 의미일까? 이러한 내용에 관해 문정훈 교수는 목포가 가진 역사적 문화적 종합하여 다음과 같은 발표를 진행하였다.

    모든 길의 시작과 끝은 목포

    목포는 신의주까지 가는 1번 국도와 부산까지 가는 2번 국도가 시작하는 곳이다. 신의주까지는 1068km, 부산까지는 378km로 모든 길의 출발과 도착에 있다는 것. 문화를 전파하는 시작점이자, 받아들이는 마지막 지점이라는 의미다. 

    파도 위의 시장 파시가 있던 곳

  • 1960년 대 목포 파시. 파시라는 것은 파도 위의 시장이라는 의미다 / 사진 = 문정훈 교수
    ▲ 1960년 대 목포 파시. 파시라는 것은 파도 위의 시장이라는 의미다 / 사진 = 문정훈 교수

    1960년대만 하더라도 목포는 파도 위의 시장 파시가 있던 곳이었다. 서해와 남해 모든 해산물이 이쪽에서 모여들었으며, 자연스럽게 음식문화가 발전을 했다. 특히 소금, 김, 쌀, 여기에 목화는 1흑 3백이라는 목포의 특산품까지 만들게 되었다. 흑산도로 귀양 가 있던 정약전의 경우 자산어보라는 주변의 어류 및 해산물에 대한 기록을 남기는데, 인근 섬인 만큼 목포와도 깊은 연관이 있다.

    남해와 서해가 만나는 지리적 위치. 그곳에서 태어난 9 미

  • 목포 삼합과 인동초 막걸리 / 사진 = 전통주 갤러리
    ▲ 목포 삼합과 인동초 막걸리 / 사진 = 전통주 갤러리

    목포는 남해와 서해가 만나는 곳이다. 따라서 다양한 맛을 가지고 있고, 목포시에는 이러한 맛을 9 미로 선정했다. 대표적으로는 세발낙지. 발이 가는 낙지라는 의미로 낙지 새끼를 의미한다. 주로 가을, 겨울 등이 철이다. 자산어보에는 낙지 서너 마리만 먹으면 강한 힘을 가지게 된다고 기록했다. 흑산도와 연결된 만큼 홍어삼합도 유명한 음식이다. 특히 흑산도와 가까운 만큼 삭히지 않은 홍어도 목포에서는 많이 먹는다.

    서해안에서 잡은 꽃게를 이용한 꽃게 무침과 꽃게 살도 유명하다. 특히 뜨끈한 밥 위에 올려 먹는 꽃게살은 목포만의 매력이다. 그 외 담백한 맛의 민어회와 민어조림, 은빛 보드라운 속살의 먹갈치 조림, 두툼한 살과 작은 얼굴로 유명한 병어 요리, 썩어도 준치라는 준치 무침, 못생겨도 맛은 별미인 아귀탕(찜), 우럭을 말려서 국물로 우려낸 우럭 간국은 담백하고 개운한 맛을 자랑한다.

    맛의 도시 성공사례. 스페인의 산세바스티안과 벨기에의 플랑드르

  • 맛의 도시 폭포 선포식에서 목포의 맛 이야기를 강연하는 서울대학교 문정훈 교수 / 사진 = 문정훈 교수
    ▲ 맛의 도시 폭포 선포식에서 목포의 맛 이야기를 강연하는 서울대학교 문정훈 교수 / 사진 = 문정훈 교수

    문 교수는 맛의 도시로 성공적인 모델을 거두고 있는 스페인의 산세바스티안과 벨기에의 플랑드르를 목포시가 참고할만한 사례라고 설명하였다. 대서양의 인접한 산세바스티안의 경우 해안가의 지리적 조건으로 다양한 해산물 기반 요리로 성장하였다. 무엇보다 전통적인 바스크 요리를 현대적으로 해석하여 전 세계의 미식가들이 몰려오는 곳이다. 플랑드르는 지역 미식 마케팅으로 실시한 캠페인을 통해 플랑드르만의 독특한 요리문화를 알리고, 그를 통해 이 지역만의 매력을 알렸다고 설명하였다.

    미슐랭 스타 셰프의 독창적인 목포 음식 레시피 선보여

    이를 위해 목포시는 미슐랭 셰프를 초대, 목포의 9 미를 활용한 새로운 레시피를 선보였다. 정식당의 임정식 셰프는 낙지를 이용한 멕시칸 낙지 또띠야, 이충후 셰프는 홍어 스테이크와 사바용 소스, 김성운 셰프는 목포 우럭 부야베스, 이형준 셰프는 목포 민어 앙크 루트가 대표적이다. 해당 레시피는 4월 말까지 목포시청 홈페이지에 올라갈 예정이다.

    문화와 맛의 도시로 이어지길 기대하며

    개인적으로 가졌던 목포에 대한 이미지는 영화 목포는 항구다 등에서 나온 대로 거친 곳이라는 느낌과 현대화되지 못한 구 건축물이 즐비한 곳으로 여겨졌던 곳이었다. 하지만 알고 보면 100년 전의 모습을 그대로 갖췄고, 남해와 서해의 다도해에서 잡힌 해산물과 음식으로 번창하던 곳이었다. 어떻게 보면 숨겨진 우리의 보석 같은 존재다. 목포 맛의 도시 선포식은 단순한 행사가 아닌, 역사와 문화, 그리고 음식이 합쳐진 복합적인 공간이라는 것을 알리는 것이었다.

    아무쪼록 이번 행사를 시작으로 목포뿐만이 아닌 전국의 다양한 지역에서 맛과 멋, 그리고 역사와 연결된 곳이 더욱 알려져, 맛과 문화를 통한 도시 재생과 문화 복원으로 이루어지길 기대해 본다.

  • 칼럼니스트 명욱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 전통주 갤러리 부관장
    일본 릿쿄(立教) 대학교 사회학과 졸업. 10년 전 막걸리 400종류를 마셔보고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서 포털사이트에 제공했다. SBS 라디오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에서 전통주 코너를 2년 이상 진행하였다. 최근에는 O tvN의 '어쩌다 어른'에서 술의 역사 강연을 진행하였으며. '명욱의 동네 술 이야기' 블로그도 운영 중이다. 현재는 SBS 팟캐스트 말술남녀와 KBS 제1 라디오 김성완의 시사야에서 '불금의 교양학' 코너에 고정 출연 중이며, 숙명여자대학교 미식문화 최고위 과정과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에서 외래교수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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