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지금은 일본을 읽을 시간'이 알려주는 일본(2) “벚꽃놀이, 어디까지 준비해 봤니?”

기사입력 2019.04.11 17:07
  • ‘지금은 일본을 읽을 시간’은 현직 교사들이 일본을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배경 지식을 골라 엮은 책이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듯한 말투로 제작된 ‘지금은 일본을 읽을 시간’에서 발췌한 일본에 대해 알아보자. 

    “벚꽃놀이, 어디까지 준비해 봤니?”

    일본 하면 떠오르는 꽃은? 바로 벚꽃이지. 일본어로는 사쿠라(桜)라고 해. 

    일본 포털사이트에서 사쿠라를 검색하면 나오는 이미지만 해도 1억 건이 넘어. 그리고 해마다 2월이 되면 TV에서는 벚꽃이 언제 피는지, 언제 만개하는지, 그리고 벚꽃 명소가 어디인지 하루가 멀다 하고 방송해. 우리나라 장마철에 장마전선을 예보하듯, 일본은 2월부터 사쿠라젠센(桜前線, 벚꽃 전선)을 중계하지. 사쿠라젠센이라는 용어가 있다는 것만 봐도 딱 감이 오지 않니? 

  • '지금은 일본을 읽을 시간' 제공
    ▲ '지금은 일본을 읽을 시간' 제공
    벚꽃이 언제부터 일본인에게 인기가 있었는지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일본 전통 시가집에 벚꽃을 소재로 노래한 시를 보면 대강 짐작은 할 수 있을 것 같아. 일본에서 가 장 오래된 시가집인 만요슈(万葉集, 754년)를 보면 매화를 소재로한 시는 110수이지만 벚꽃은 43수에 불과해. 이때만 해도 매화의 인기가 더 많았나 봐. 하지만 헤이안시대(平安時代, 794~1185)에 들어서면서 벚꽃의 인기가 더 많아지면서 일본 최초의 칙찬(勅撰, 명령에 따라 책을 엮음) 시가집인 고킨와 카슈(古今和歌集, 905) 봄 편에 벚꽃이 74수, 매화가 26수로 벚꽃이 등장하는 시가 더 많아졌어. 신고킨와카슈(新古今和歌集, 1205)에는 봄을 노래한 174수의 시 중에서 135수가 벚꽃이고, 매화는 17수밖에 되지 않는 걸 보면 벚꽃에 대한 사랑이 1,000년경부터 남달랐다는 건 알 수 있지. 시가집에 수록된 벚꽃 관련 시만 봐도 일본인의 벚꽃 사랑은 1,000년도 넘었다고 볼 수 있겠지? 

  • 메구로가와 벚꽃(낮)/'지금은 일본을 읽을 시간' 제공
    ▲ 메구로가와 벚꽃(낮)/'지금은 일본을 읽을 시간' 제공
    벚꽃 구경을 하나미(花見)라고 하는데, 하나미는 가마쿠라 시대(鎌倉時代, 1185~1333)까지만 해도 귀족들의 전유물이었어. 하지만 가마쿠라 시대 이후부터는 귀족 계급뿐만 아니라 무사나 일반 서민들도 하나미를 즐길 수 있게 되었어. 가마쿠라 시대 말기에 쓰여진 일본의 3대 수필 중 하나인 요시다 겐코(吉田兼好)의 츠레즈레구사(徒然草, 1330년경)에는 이런 구절이 있어. 

    貴族きぞくは桜さくらを上品じょうひんに楽たのしむが、
    田 舎者いなかものは桜さくらの木きの下したでどんちゃん騒さわぎをしている」
    (귀족은 벚꽃을 품위 있게 즐기지만, 
    서민은 벚나무 아래에서 야단법 석을 떨고 있다.) 

    이 구절을 보면 가마쿠라 시대 말부터는 서민들도 하나미를 즐길 수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지. 에도시대(1603~1868) 에는 8대 쇼군(将軍, 장군)인 도쿠가와 요시무네(徳川吉宗, 1684~1751)가 서민들도 즐길 수 있도록 벚나무를 많이 심게해서 모두가 하나미를 할 수 있었대. 

    좋은 자리에서 하나미를 즐기고 싶은 건 누구나 같을 거야. 일본에서는 회사에서도 단체로 하나미를 즐기러 가는데, ‘하나미 자리 잡기’로 갓입사한 신입사원의 능력을 시험한다고 해. 인터넷에서 조금만 검색하면 신입사원을 위한 하나미 자리 잡기 요령이 나올 정도니 알만하지? 

  • 메구로가와 벚꽃(밤)/'지금은 일본을 읽을 시간' 제공
    ▲ 메구로가와 벚꽃(밤)/'지금은 일본을 읽을 시간' 제공
    그럼 인터넷에 나오는 간단한 요령을 알아볼까? 

    1. 좋은 자리를 맡으려면 전날 밤에는 가야 함 
    2. 쓰레기통이 가까운 곳이 좋음 
    3. 화장실에서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곳을 고를 것 
    4. 세 명이 같이 가야 자리 잡기가 편함 

    이외에도 다른 사람이 이미 앉았던 자리를 이어받는 것도 요령이라면 요령일거야. 별 것 아닌 것 같은데 알아두면 분명 도움이 될 테니까 확인해 두는 게 좋겠지? 

    그런데 최근에는 이러한 ‘하나미 자리 잡기’가 초과근무에 해당하는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어. 개인적인 일이 아니라 회사 일로 밤을 새워 가며 자리를 맡는 거니까 초과근무에 해당한다는 거지. 게다가 ‘하나미 자리 잡기’가 파와하라(パワハラ)가 아니냐는 논란도 있어. 파와하라는 power harassment(パワーハラスメント)의 약자로 직장 내 인간관계에서 생기는 괴롭힘이나 학대를 말하는데, 주로 힘을 가진 자(상사)가 약자(부하)에 대해 직권이나 지위를 이용해 희롱하거나 냉대하는 걸 말해. 아무리 신입사원이라 하더라도 업무와 무관한 일까지 시킨다면 누구라도 기분이 나쁘겠지? 최근들어 신입사원의 하나미 자리 잡기가 부당하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기 시작했으니 이제 강제적인 회사 하나미는 점차 줄지 않을까? 

    벚꽃은 보통 3월에 개화해서 4월이 되면 꽃잎이 눈꽃처럼 떨어지는데, 일본 학교의 3월 졸업식, 4월 입학식 시기와 겹치면서 일본인들에게 더욱 특별한 의미를 주는 것 같아. 개화 시기가 일주일 정도밖에 안되니 누군가는 바람에 흩날리는 벚꽃을 보며 인생의 무상함을 노래하고, 누군가는 만개한 벚꽃에 흠뻑 취해 삶의 기쁨을 노래하는 등 그야말로 하나미는 한 편의 시와 같은 풍경이라 할 수 있지.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