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현시대를 논하다…앨리 스미스의 사계절 4부작 중 첫 번째 소설 ‘가을’

기사입력 2019.04.10 17:09
  • 독특한 필체의 작가 앨리스미스의 사계절 4부작 중 첫 번째 단편 ‘가을(Autumn)’은 정치와 사회의 비판적인 측면을 꼬집으며 현실의 문제를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다. 

    소설 ‘가을’의 배경이 되는 시대는 2016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 전후의 시점이다. 탈퇴 찬성 51.9%, 반대 48.1%로 근소한 격차로 여론이 나누어진 영국 사회가 반으로 갈라져 뒤숭숭한 시기의 이야기. 

  • 주인공 엘리자베스가 어릴 적에 이웃과 인터뷰하는 숙제를 하기 위해 옆집 노인 대니얼 글럭의 집을 방문하고, 그와 친구가 된다. 대니얼은 십대 엘리자베스의 삶에 가장 중요한 가치들을 일깨우며 엘리자베스가 인문학적 소양을 가진 인간으로 성장하게끔 도와주게 되는 역할을 한다. 

    이 소설은 극 중에서 엘리자베스가 스쳐 지나가는 동네 풍경, 관공서에서 대기하는 주민들의 모습, 다양한 등장인물들을 통해서 당시 영국이 어떤 분위기인지 생생하게 전달한다. 특히 엘리자베스가 여권을 새로 신청하기 위해 우체국에서 하염없이 순서를 기다리거나 우체국 직원과 대화하며 ‘머리 크기가 규격에 맞지 않기 때문에’ 여권 신청을 거절당하는 장면 등은 이 사회가 가진 관료주의적 성격을 정확히 꼬집기도 한다.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영국의 브렉시트 논의가 이 소설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상을 만들어 내는 건 아무 의미 없어요. 엘리자베스가 말했다. 
    실제 세상이 이미 있으니까요. 그냥 세상이 있고, 세상에 대한 진실이 있어요. 

    네 말은 그러니까 진실이 있고 그것의 가짜 버전이 따로 있는데 우리는 그 가짜를 듣고 산다는 거로구나. 대니얼이 말했다. 

    그게 아니라 세상은 실재해요. 이야기들은 만들어지고요. 엘리자베스가 말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덜 진실인 건 아니지. 대니얼이 말했다. 

    그건 초강도 헛소리예요. 엘리자베스가 말했다. 

    그리고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야말로 세상을 만들어 낸단다. 대니얼이 말했다. 
    그러니까 늘 네 이야기의 집에 사람들을 반겨 맞으려고 해 보렴. 그게 내 제안이다

    - 앨리 스미스의 ‘가을’ 中

    엘리자베스와 대니얼의 다양한 대화는 타자를 혐오하는 것이 아니라 타자를 포용해야 한다는 국제적인 난민 문제, 감성적인 창조에 대한 중요성, 일자리에 대한 불안함 등에 대해서도 간접적으로 말하고 있다. 

  • 맨부커상에 4회나 최종 후보작에 올랐던 작가 앨리 스미스는 스코틀랜드 출신으로 신화와 회화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지적인 주제, 그리고 사회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의식 등으로 영국에서 독보적인 여성 작가라는 평가를 받는 영국 작가다. 

    2017년에 출간되어 올해 국내 나온 ‘가을’은 ‘사계절 4부작’으로 기획한 연작 중 첫 번째로 출간된 책이다. ‘뉴욕 타임스’에서 ‘올해의 책’에 선정되기도 하며, 출간하자마자 문단과 독자들에게 화제가 된 책이다. 스미스는 현재까지 ‘가을’과 ‘겨울’을 집필해 발표했고, 4월에 ‘봄’이 출간을 앞두고 있다. 국내 출판은 민음사가 4부작 작품을 모두 계약해 차례대로 국내에 소개할 예정이다.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