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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영화] '바이스', 백악관을 통제한 '한 남자'의 욕망이 우리에게 미친 영향

기사입력 2019.04.10 15:52
관객들의 호평과 입소문은 극장가에서 새로운 관람 현상을 만들고 있다. 시작은 미비하지만, 흥미와 공감을 이끌어 박스오피스 역주행을 일으키기도 한다. 쟁쟁한 영화들 사이에서 '작지만 강한' 개봉예정작을 만나보자.
  • 4월 2주차
  • Vice
    바이스
  • 개봉  2019.04.11
    등급  15세 관람가
    시간  132분
    감독  아담 맥케이
    출연  크리스찬 베일(딕 체니), 에이미 아담스(린 체니), 샘 록웰(조지 W. 부시) 
  • 상상해보자, 타임캡슐을 타고 지금 우리 인생에 영향을 끼친 역사적인 순간의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면, 우리는 분노를 하게 될까 감탄을 하게 될까.

    오는 11일 개봉하는 영화 '바이스'는 실재인물 '딕 체니'의 일대기를 다루며 우리를 타임캡슐에 태워 백악관의 은밀한 지하 벙커로 안내한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재임 동안 미국의 46대 부통령이었던 '딕 체니'는 우리의 인생을 뒤바꾼 '희대의 정치꾼'이다. 영화에 따르면 그는 부시 대통령이라는 수풀에 숨어 은밀하고 용의주도하게 민주주의와 헌법 위에 군림했다. '백악관 최고의 포식자'로서 그는 권력을 남용해 전 세계인을 속이고 온갖 비리를 저질렀다.

  • 디지틀조선일보
    ▲ 영화 <바이스>에서 '딕 체니(크리스찬 베일)'는 조지 W. 부시(샘 록웰)를 허수아비로 만들고 은밀하고 용의주도하게 민주주의와 헌법 위에 군림했다. '백악관 최고의 포식자'로서 그는 권력을 남용해 전 세계인을 속이고 온갖 비리를 저질렀다. 콘텐츠판다 제공

    아담 맥케이 감독이 연출한 '바이스'는 감시와 견제를 받지 않는 권력의 위험성을 세밀한 인물묘사, 기발한 풍자와 유머로 풀어냈다.

    배우들도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 실존 인물에 완전히 몰입했다. 특히 딕 체니 역을 맡은 크리스천 베일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영화 속 베일의 눈빛, 손짓, 표정, 걸음걸이 모든 것이 체니였다. 남의 인생을 연기하는 '명배우의 명연기는 이런 거구나'하는 감탄이 절로 났다. 베일은 이 영화로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감독은 '이것은 실화다, 혹은 실화에 가까운 이야기다'고 밝혔다. 영화는 접근 가능한 자료와 사실을 근거로 딕 체니의 만행을 촘촘하게 폭로하지만 '그 시절' 백악관을 통제한 '한 남자'의 신념은 관객에게 열어놨다.

  • 디지틀조선일보
    ▲ '딕 체니(크리스찬 베일)'는 부시에게 위임받은 예산, 조세, 국방, 대외정책에 대한 재량권과 '부통령은 입법부나 행정부에 속하지 않는 제4부'라는 황당한 헌법 해석을 동원해 사리사욕을 채우고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주도한다. 영화 <바이스> 스틸컷

    딕 체니는 국가와 국민을 사랑한 정치가였을까? 그의 절대권력은 영화 첫 장면부터 확인할 수 있다. 2001년 9·11 테러의 순간, 백악관 벙커에서 체니는 "위협으로 간주되는 여객기는 격추하라"고 군에 명령한다. 부통령이 할 수 있는 지시가 아니었다. 딕 체니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체니는 부시에게 위임받은 예산, 조세, 국방, 대외정책에 대한 재량권과 '부통령은 입법부나 행정부에 속하지 않는 제4부'라는 황당한 헌법 해석을 동원해 8년 동안 백악관에서 사리사욕을 채우고 무소불위 '권력의 끝'을 휘두른다.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그로 인한 오늘날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테러 등 국제적 안정과 평화를 뒤흔드는 역사적인 시작점에 딕 체니가 있었다.

    이라크 침공의 명분은 '사담 후세인 정권이 대량살상무기(WMD)를 보유했다'는 것이었지만, 이라크에 WMD는 없었다. 그의 욕망과 이기적인 신념이 평범한 우리에게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우리나라도 2004년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 동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었고 미국과 영국에 이어 가장 많은 병력을 파병했다. 체니의 손가락 하나, 말 한마디로 수많은 군인과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다. 전쟁은 증오를 낳고 혐오는 테러를 부르는 악순환이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    

  • 디지틀조선일보
    ▲ 아담 맥케이 감독이 연출한 영화 <바이스>는 감시와 견제를 받지 않는 권력의 위험성을 세밀한 인물묘사, 기발한 풍자와 유머로 풀어냈다. 빠른 화면 전환, 쉴 새 없이 나오는 대사와 배우들의 환상적인 호흡, 창의적인 연출력이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을 사로잡는다. 콘텐츠판다 제공

    이쯤 되면 딕 체니가 어떻게 세계를 쥐고 흔드는 '최고 포식자'가 되었는지 궁금해진다. 영화는 그가 대학 중퇴 후 하루하루 기생하는 '밥버러지', '술주정뱅이' 시절부터 어떻게 백악관에 입성하여 세계를 주무르는 '넘버원'이 되었는지 날카롭게 파헤친다. 소재는 묵직하지만 2시간이 넘는 상영 시간 동안 단 한 번도 시계를 보지 않았다. 빠른 화면 전환, 쉴 새 없이 나오는 대사와 배우들의 환상적인 호흡, 창의적인 연출력이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을 사로잡는다. 

    딕 체니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고 싶은 '미친 포식자'였다. 포식자는 공격이 본능이다. 그들만 사는 세상은 자기들끼리 물어뜯고 싸우다가 자멸할 것이다. 하지만 '선량한 먹잇감'이 있기에 거대 포식자가 연명하며 살아갈 수 있다. 우리 인생을 노리는 포식자는 계속 나타난다. 순수한 눈만 끔뻑거리며 그들에게 먹잇감이 될 것인가, 주변을 한 번 더 경계하고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는 현명한 유권자가 될 것인가. 영화 '바이스'는 뛰어난 완성도와 통찰력을 모두 갖춘 영화다. 쿠키 영상도 놓치지 말자.

  • 외국 누리꾼 평점
  • IMDb User 7.2/10
    메타크리틱 Metacritic 61/100 (METASCORE)
    로튼토마토 Rotten Tomatoes 66/100 (TOMATOME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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