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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나쁜 사람이야?"…'더뱅커' 김상중·유동근·채시라가 전할 '정의란 무엇인가'(종합)

기사입력 2019.03.27 17:39
  • '더뱅커' 제작발표회 / 사진: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 '더뱅커' 제작발표회 / 사진: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드라마의 주역으로 나서는 세 사람이 받은 '연기대상'만 8개다. 말 그대로 '연기신'들의 만남이다. 김상중, 유동근, 채시라가 '더 뱅커'에 출연해 각각 선인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악인일 수도 있는 '입체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이들이 각자 맡은 캐릭터에 '정당성'을 부여한 만큼, '변하지 않는 정의'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27일 서울 마포구 상암MBC 사옥에서는 MBC 새 수목드라마 '더 뱅커'(극본 서은정·오혜란·배상욱, 연출 이재진) 제작발표회가 열려, 연출을 맡은 이재진 감독을 비롯해 배우 김상중, 채시라, 유동근, 김태우, 안우연, 신도현, 차인하가 참석했다.

    '더 뱅커'는 대한은행 대기발령 1순위 지점장 노대호(김상중)가 뜻밖에 본점의 감사로 승진해 '능력치 만렙' 감사실 요원들과 함께 조직의 부정부패 사건들을 파헤치는 금융 오피스 수사극이다. 이재진 감독은 "정확하게는 금융 드라마의 탈을 쓴 정치 드라마인 것 같다. 은행에서 벌어지는 권력 다툼을 주요 주제로 다루고, 그러한 갈등을 추적하는 정의로운 감사의 이야기다"라며 "돈에 대한 욕망을 보여주는 것은 증권이나 주식 등도 있지만, 은행을 선택해서 사회에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라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 '더 뱅커'는 '대한은행'이라는 거대한 조직 안에서 펼치는 치열한 권력 암투를 통해 도처에 있지만, 쉽게 드러나지 않는 은행의 어두운 민낯을 파헤칠 전망이다. 특히 연기신'이라 불리는 김상중, 유동근, 채시라 등 레전드 배우들과 김태우, 안내상, 서이숙 등 베테랑 배우들, 신예 안우연, 신도현, 차인하가 가세해 완벽한 연기 호흡을 펼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재진 감독은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이렇게 캐스팅을 했지 생각했다. 대상 배우들이라고 하는데, 여기에 계신 분들이 왕으로 한가닥 하셨던 분들이기도 하다. 주인공들을 모두 왕으로 모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로또를 샀어야 했는데 캐스팅이 잘 된 것 같다"며 "처음에 캐스팅이 너무 잘 돼서 '운수 좋은 날'이 아닐까, 마지막에 이상한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관심을 갖고 참여해주셔서 기뻤다. 이번 드라마뿐 아니라 인생 최고의 순간을 보내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캐스팅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번 작품은 일본의 인기 만화 '감사역 노자키'(원제 監査役野崎修平)를 원작으로 한다. 최근 일본의 여러 작품이 국내에서 리메이크됐지만, 좋은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이에 대한 염려를 전하자 이재진 감독은 "일본 원작을 가져왔지만, 시대극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IMF 시대로 맞추면 됐지만, '국가 부도의 날' 영화를 한다는 이야기도 들어서 현대극으로 각색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스토리라인은 비슷하지만, 시대, 공간, 인물이 바뀌었다. 원작보다는 조금 더 가벼운 느낌이다"라며 "최근 잘 안된 드라마들은 원작의 함정에 빠지는 느낌이 있다. 원작 작품은 되게 좋은 작품이지만, 한국에 많이 알려진 작품은 아니기 때문에 원작의 느낌을 덜 받을 것 같다"라고 우려를 불식했다.

  • 극 중 김상중은 대한은행 사격단 출신의 올림픽 메달리스트로 이후, 대한은행에 입사하게 되는 노대호를 연기한다. 승부 근성과 끈기를 갖추고 있어 우수한 실적으로 지역 지점장으로서 인망을 쌓아가던 중, 뜻밖에 본점의 감사로 승진하게 되고 여러 부정부패들과 마주하게 되며, 감사로서 자신의 역할을 심각하게 고민한다.

    이재진 감독은 "'황금무지개'를 같이 했는데, 기획안과 대본도 없이 만화책만 있는 상태에서 제안을 했는데 관심을 주셨다. 첫 허들을 쉽게 넘었다"는 캐스팅 비화를 밝혔고, 이에 김상중은 "정확하게는 만화책 세 권이었다"며 "드라마는 허구라고 하지만, 이 드라마는 현실을 제대로 꼬집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작품을 선택했다. 은행이라는 조직을 통해 세상의 이야기를 하는데, 그 속에 사람이 중심이 되는 휴머니즘이 있는 드라마다"라고 소개했다.

    극 중 김상중이 맡은 '감사'라는 직업이 시청자에게는 다소 낯설게 느껴진다. 이에 대해 김상중은 "은행의 직업들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아마 처음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저도 감사라는 직책이 궁금했다. 감사는 행장이 임의로 선출하는 직은 아니고, 주주총회를 통해 투표에 의해 선출된다. 권한이 정해져 있고, 행장이 마음에 안든다고 해서 쉽게 자를 수도 없다. 그러다보니 행장의 비리에 연루된 부패를 파헤치려고 애를 쓴다"며 "어려운 점이 많은데, 작가 중 한 분이 금융계에 계시다가 오신 분이라 그 분이 아주 상세하게 대본을 써주셔서 비교적 쉽게 연기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유동근이 맡은 대한은행 은행장 강삼도는 평사원 출신으로, 은행장을 3연임하며 '평사원 레전드 신화'를 쓴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은행 본점에서 엘리트 코스만 밟다 은행장에 오르며, 권력의 중심에 서게 된다. 소탈한 행보와 온화한 인상으로 덕망과 인망이 높지만, 자신의 권력에 도전하는 이들에게는 '이이제이'의 수법을 이용해 완전히 무너뜨리는 '야누스의 두 얼굴'을 보여준다.

    유동근은 '악역'이라는 말에 망설였지만, '사람 위에 돈과 권력이 있었어는 안 된다'는 메시지가 좋아서 작품에 참여하게 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노대호(김상중)를 감사로 앉혔더니, 저를 공격하고, 고졸 텔러(채시라)를 본부장 시켰더니 저를 의심한다. 부행장(김태우)도 제가 마련해줬는데, 극 중 아주 말도 못하는 안하무인이다. 도대체 여기 있는 사람들이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모르겠다"며 자신이 마냥 '악인'은 아니라고 소개했다.

    이에 채시라는 "포스터 문구를 보면 '각각의 방식으로 대한은행을 지킨다'는 말이 있다. 누구는 나쁘고, 누구는 착한 그런 개념이 아닌 것 같다. 상대적인 것 같다. 유동근 선배의 연기를보면 절대 악역처럼 안 느껴진다. 너그럽고 인자한 느낌이라 악역이라고 볼 수 없을 것 같기도 하다. '누가 나쁜 사람이야?' 이런 재미도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 대한은행 본부장 한수지는 채시라가 연기한다. 그는 일밖에 모르는 워커홀릭으로, 뒤에서 뭐라고 하든 자신의 일을 똑부러지게 하고, 할 말은 다하는 걸크러시 매력의 소유자다. 가는 곳마다 눈에 띄는 실적을 올려 본부장의 자리에 오르게 되지만, 자신이 존경하던 강삼도 은행장의 권력 암투를 눈치채고, 권력 싸움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채시라는 "은행이나 금융권에서 여자가 진급을 하는 것이 어렵다고 들었다. 그래서 '유리천장'이 높다는 표현을 하는데, 얼마 전 신문에서 모 은행에 여자 분이 부은행장까지 가서 대단하다는 내용의 기사를 봤다"며 "한수지라는 인물은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한 여자로서 어떻게 고비를 넘기면서 그 세계에서 버티고 살아남는지 보여준다. 어떤 일이 생겼을 때, 선택을 하고 잘 하는 것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이다. 악역도, 마냥 착하기만 한 역도 아니라서 입체적이고 매력적이다. 저도 한수지의 선택이 궁금해지는 비범한 존재"라고 자신의 캐릭터를 설명했다. 자신 또한, 선이기도 하고, 악이기도 한 인물이라고 소개한 것.

    이에 김상중은 "선과 악에 대한 설왕설래가 있는데, 저희 드라마는 선인이 악인이 되고 악인도 선인이 될 수 있다. 거대은행 행장으로서의 강삼도는 조직을 이끌기 위해 벌레를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노대호 입장에서는 은행의 중심이 고객이라고 생각했을 때, 나를 감사로 선임해준 은인은 맞지만, 정의를 구현하는 입장에서는 악의 축이다. 그런 측면에서 선인이 악인이 되기도 하는 각자의 입장이 있다. 그럼에도 정의는 한결같다. 그 정의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고 작품이 갖는 의미를 밝혔다.

  • '연기대상' 출신 배우들이 작품에 임하는 만큼, 이번 작품이 거둘 성과에 쏠리는 관심 역시 크다. 세 사람 모두 '연기대상'을 받을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에 김상중은 "방송이 잘 끝나서 모두가 '잔칫상'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며 "무거운 주제지만 풀어가는 방법은 가볍다. 사람이 먼저인 세상을 이야기한다. 소통과 화합, 재미있는 드라마, 소화제 같은 드라마를 원하는 분들께 이 드라마를 권하고 싶다"며 매력을 어필했다.

    시청률 공약 역시 특별했다. 안우연은 "아까 선배님들과 대기실에서 공약을 짰는데, 시청률이 15.5퍼센트가 넘으면 적금을 들어서 필요한 분께 드리는 것으로 생각을 모았다. 한 사람당 백만원씩 모아서 통장을 만들기로 했다"고 밝혔고, 김상중은 여기에 더해 "만약 시청률 공약이 안 이뤄져도 뭔가 필요한 분들을 위해 좋은 일을 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대한은행을 둘러싸고 권력의 소용돌이를 주도하는 치열한 '라인 게임'을 비롯해 부정부패를 파헤치는 감사실의 활약이 '금융 오피스 수사극'이라는 장르적 쾌감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MBC 새 수목드라마 '더 뱅커'는 오늘(27일) 밤 10시 첫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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