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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vs. 영화] 필로미나의 기적

기사입력 2019.03.06 17:13
  • 세상에는 어떤 소설이나 영화보다 더 기막힌 실화가 많다. ‘필로미나의 기적’도 그렇다. 1950년대 아일랜드에서 실제 일어난 사건을 바탕으로 한 이 이야기는 미혼모라는 이유로 강제로 아들을 빼앗긴 후 50년 넘게 아들을 찾아 헤맨 엄마 ‘필로미나 리’와 그녀의 아들 ‘앤터니’의 기막힌 운명을 담고 있다.
  • 로마 카톨릭교회의 엄격한 지배를 받고 있던 1950년대의 아일랜드에서 혼전 임신은 씻을 수 없는 죄악으로 여겨졌다. 혼전임신을 한 소녀들은 수녀원에 강제 수용되어 3년 동안 고된 노동에 시달려야 했으며, 이들이 낳은 아이들은 기부금이라는 명목의 돈을 위해 해외로 강제 입양되었다.

    십 대 소녀 필로미나 리도 수녀원에서 아들 앤터니를 낳고, 제대로 된 산후조리도 못 한 채 수녀원의 고된 노동에 시달려야 했다. 그녀는 일과 후 아들을 만나는 단 한 시간을 위해 그 모든 것을 견디며 살아갈 수 있었지만, 수녀원은 그녀의 의사와 상관없이 앤터니를 미국으로 입양 보내고 만다.

  • 이미지=영화 '필로미나의 기적' 스틸컷
    ▲ 이미지=영화 '필로미나의 기적' 스틸컷

    2014년 개봉한 영화 ‘필로미나의 기적’과 영화의 원작인 소설 ‘필로미나의 기적 – 잃어버린 아이’는 모두 필로미나와 앤터니의 가슴 아픈 실화를 담고 있다. 영화와 소설은 필로미나 모자의 삶을 재현함으로 정부에 의해 강제 입양된 아일랜드 미혼모와 입양아들의 진실을 폭로한다. 영화나 소설 어느 것을 보더라도 같은 무게의 충격을 전달하는데, 정부에 의해 어그러진 이들의 삶에는 고통과 불안정함이 기본으로 깔려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와 소설이 진실에 접근하는 방법은 확연히 다르다. 영화는 50세 생일을 맞은 필로미나가 BBC 기자 마틴과 함께 아들을 찾아 나서는 여정에 집중하지만, 소설은 필로미나가 아닌 아들 앤터니의 삶에 포커스를 맞춘다. 이로 인해 작품의 기본이 되는 아일랜드 미혼모의 이야기 외에 영화와 소설이 전달하는 메시지도 각각 달라졌다.

  • 이미지=영화 '필로미나의 기적' 스틸컷
    ▲ 이미지=영화 '필로미나의 기적' 스틸컷

    영화 ‘필로미나의 기적’은 아일랜드 미혼모들의 진실 폭로와 함께 ‘진정한 용서’에 대한 의미를 전달한다. 아일랜드 미혼모들이 당했던 부조리함을 목도하고 분노를 터트리는 마틴과 달리 정작 당사자인 필로미나가 자신과 아들의 인생을 바꾸어놓은 악인들마저 조건 없이 용서하는 모습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미워하면 나만 망가져”라는 필로미나의 말은 가슴 속 깊은 울림을 남기며, 우리의 삶의 태도를 되돌아보게 한다.

    소설 ‘필로미나의 기적’은 필로미나의 아들 앤터니의 삶을 재현한다. 입양된 순간부터 정체성을 잃고 방황하는 앤터니의 모습은 본인이 아니면 이해하기 힘든 입양아의 상처를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게 한다. 또한, 남들과 다른 자신의 성 정체성을 알고 당황스러워하는 앤터니의 십 대 시절과 그런 자신을 받아들이기까지의 과정은 동성애에 대한 편견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미국의 보수정당인 공화당의 핵심 변호사로 일한 그의 커리어를 통해서는 미국 정치사가 에이즈에 미친 영향이라는 의외의 정보까지 획득할 수 있다.

  • 이미지=영화 '필로미나의 기적' 스틸컷
    ▲ 이미지=영화 '필로미나의 기적' 스틸컷

    ‘필로미나의 기적’은 영화와 소설 어느 것을 선택해도 기본 이상의 만족을 전해주는 작품이다. 완성도를 따지자면, 5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의 소설이 영화보다 낫다. 하지만 영화와 소설의 내용이 퍼즐의 서로 다른 조각처럼 맞물려 있으니, 이왕이면 영화와 소설을 모두 보면 더 좋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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