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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세라티 스포츠 세단 '기블리'를 만났다. 이 모델은 작년 592대가 판매됐으며, 마세라티 2018년 전체 판매량 중 약 35%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르반떼와 함께 마세라티 전체 판매량을 책임지는 주력 모델이다.
마세라티의 성공 신화를 쓴 기블리가 2017년 10월 '뉴 기블리'로 4년 만에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로 돌아왔다. 이 모델은 공기역학을 고려한 새로운 범퍼 디자인과 라디에이터 그릴로 우아함과 역동성을 동시에 갖췄다. 무엇보다 결정적인 변화는 두 가지 트림으로 구성한 이원화다. 플래그십 세단 콰트로포르테와 마찬가지로, 절정의 럭셔리와 기품을 강조한 '그란루소'와 역동적인 성능과 레이싱 DNA를 반영한 '그란스포트'로 스포츠 세단의 독보적인 감성을 재조명한다.
'사막의 열풍'이라는 의미를 가진 기블리의 디자인은 콰트로포르테와의 연계성을 유지해 역동적이다. 외관은 헤드램프와 그릴 주변에서 찾을 수 있는 강한 인상과 함께 4도어 세단에 쿠페의 디자인을 반영해 날렵하다. 기블리만의 스포티한 개성은 쿠페를 연상시키는 세련된 프레임리스 윈도우와 강인한 느낌의 펠린 전조등, 1950년대 출시된 A6 GCS의 라인을 계승한 기블리 그릴에서 더욱 돋보인다. 긴 보닛과 지붕부터 흘러내리는 유려한 라인의 짧은 후미는 입체적인 볼륨감을 강조해 스포츠 세단의 역동성을 과감하게 표현했다.
프런트 펜더에 그란루소 배지를 단 시승차는 기존 라디에이터 그릴을 날렵한 형태로 매만지고, 그릴 상단에는 두꺼운 크롬을 넣어 세련되게 마무리했다. 크롬 인서트를 더한 범퍼는 고급스러움과 세련미를 한층 끌어 올린다. -
실내에는 에르메네질도 제냐 실크 에디션과 스포트 도어 클로즈 기능을 적용했다. 기본으로 제공되는 이탈리아 명품 슈트 브랜드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실크 원단을 적용해 럭셔리하고 장인정신이 묻어난다. 부드럽게 닫히는 소프트 도어 클로즈 기능은 세단의 우아함을 완성한다.
이외에 고유의 계기판, 이태리 장인이 한땀 한땀 수놓은 스티치, 곳곳에 새겨져 있는 마세라티 엠블럼, 운전자 편의를 고려한 인터페이스 등 기존 모델과 같다. 계기판은 주행에 필요한 각종 트립 정보를 운전자로 하여금 확인할 수 있게 했으며, 스티어링 휠과 변속기는 그립감도 좋다. 버킷 시트는 최고급 가죽 소재로 마감돼 있어 착좌감이 뛰어나고 조절은 자동이라 편리하다. LCD 모니터 아래에는 에어컨 조작 버튼이 위치하고 그 아래 트레이를 열면 AUX와 USB, SD 카드를 연결할 수 있는 포트가 있다. -
뒷좌석은 전장 4970mm, 전폭 1945mm, 전고 1455mm, 축거 3000mm의 차체 크기로 성인 3명이 탑승하면 레그룸과 헤드룸이 적당하다. 트렁크 공간은 9인치 골프백 2~3개가 들어가며, 트렁크 버튼은 전동식이어서 문을 여닫을 때 편리하다.
시승차는 기블리 S Q4로 3.0리터 V6 트윈 터보 가솔린 엔진, 8단 자동변속기, Q4 시스템 등이 탑재돼 기존 모델 보다 20마력의 출력과 3.1kg.m의 토크가 더해져 최고출력 430마력, 최대토크 59.2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기블리의 V6 엔진 중 가장 강력한 엔진이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는 기존 모델 보다 0.1초 단축된 4.7초 만에 도달하며 최고속도는 시속 286Km이다. 복합 연비는 7.4km/l이다.
특히 지능형 기어변속 소프트웨어를 갖춘 8단 자동변속기는 기존 모델에 비해 중량은 감소했고, 효율성은 증가했다. 또한, 고속 주행 시 안락함이 향상됐고 연료 소비 감소를 위해 특수 개발된 두 개의 오버 드라이브 기어가 새롭게 장착돼 운전자는 자동 변속 모드 뿐만 아니라 수동 변속 모드에서도 스티어링 휠의 변속 패들을 사용해 드라이빙의 묘미를 즐길 수 있다. 변속 모드 중 새롭게 추가된 I.C.E.(Increased Control Efficiency) 모드는 탁월한 연료 경제성을 위해 개발된 모드로, 편안한 주행 뿐만 아니라 접지력이 낮은 노면에서도 효과적으로 작용한다. -
강력한 엔진을 확인하기 위해 서울 강남에서 용인서울고속도로를 타고 용인 수지를 돌아오는 코스로 시승했다. 운전을 위해 탑승해보니 버킷 시트가 몸을 안정적이고 편안하게 감싸준다. 이후 엔진 스타트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었다. 엔진 소리가 웅장하게 뿜어져 나와 운전자로 하여금 달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한다. 이는 이탈리아 특유의 감성이 묻어있는 독특한 엔진 소리 덕분이다. 마세라티 본사에는 '엔진 사운드 디자인 엔지니어'라는 특이한 직책이 있는데 이는 말 그대로 엔진 소리를 듣기 좋게 만드는 전문가를 칭한다. 전문가는 튜닝 전문가, 피아니스트, 작곡가를 자문위원으로 초빙해 함께 악보를 그려가며 배기음을 조율하는데, 이때 '작곡'한다는 표현을 사용할 정도로 배기음 사운드에 각별히 공을 들인다.
천천히 주행을 시작했다. 강남에서 용인서울고속도로까지 시속 60~80km로 주행했다. 주행해보니 시속 80km 정도의 속도에서 진동과 소음이 적고, 승차감도 편안하다. 또한, 미묘한 조작에서도 절묘하게 대응하고 오르막길에서는 힘이 넘치듯 올라간다. 과속 방지턱을 넘었을 때는 서스펜션이 충격을 잘 흡수해 불편함이 없다.
스포티한 차인 만큼 안전성 확보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럭셔리카로는 최초로 자율주행 기능 레벨2 수준의 ADAS(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를 탑재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자율주행은 미국 자동차공학회 기준에 따라 0단계에서 5단계로 구분하며, 현재는 2단계 수준이 확대되는 추세이다. 기존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에 차선 유지 어시스트, 액티브 사각지대 어시스트, 하이웨이 어시스트 시스템 등을 추가해 안전한 주행을 돕는다. -
고속도로에 진입했다. 진입해서 주행해보니 시속 80~100km까지 가속 페달을 밟으니 강력한 힘 덕분에 차체를 가볍고 민첩하게 밀어내 밟는 만큼 속도가 나가고 힘이 넘친다. 진동과 소음도 적고 스티어링 휠(핸들)도 묵직해 안정적이다. 코너에서는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시켜 준다. 안정적인 주행은 스포츠 스카이훅 서스펜션 시스템이 한몫한다. 이 시스템은 4개의 바퀴에 장착된 가속 센서를 통해 주행 스타일과 도로 상태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ECU에 전달함으로써 지속적으로 댐핑률을 조절해 최상의 주행이 가능하도록 지원해준다.
특히 스포츠 모드로 선택하고 시속 100km 이상으로 주행해보니 엔진음은 더 웅장하면서 날카로워지고, 속도는 주춤거림이 없이 올라간다. 또한, 서스펜션은 더 단단해지고 브레이크도 더 민첩하게 반응해 고속에서도 안정적이다. 좀 더 과감하게 가속 페달을 밟으니 웅장하고 거친 엔진음과 함께 운전자를 시트에 파묻히게 한다. 시속 100km 이상 고속에서는 스티어링 휠에 있는 패들 시프트를 이용해서 수동 변속으로 주행하면 시프트 업과 다운이 확실해 더 빠른 변속할 수 있어 역동적이다. 하지만 엔진음과 풍절음(차와 바람이 부딪쳐 나는 소리)이 들어온다. 다만 부담스러울 정도는 아니다. 이후 용인서울고속도로를 빠져나와 일반도로 코너를 시속 40~60km로 주행해보니 서스펜션이 원하는 만큼 잡아주어 안정적이고 만족스럽다. 또한, 의도한 궤적보다 바깥으로 밀리는 현상인 언더스티어가 일어나지 않는다.
기블리 S Q4의 부가세 포함한 판매 가격은 1억2870만원~1억4080만원이다.
- 성열휘 기자 sung12@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