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일반

[궁금한 우리말] ‘겹말’은 꼭 고쳐 써야 할까?

기사입력 2019.02.11 06:00
  • 사진=픽사베이
    ▲ 사진=픽사베이

    우리가 사용하는 말 중 ‘겹말’이라는 것이 있다. 겹말은 같은 뜻의 말을 겹쳐서 된 말로, ‘역전 앞’, ‘황토 흙’, ‘동해바다’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미 잘 알려진 이런 겹말 외에도 일상에서 사용되는 겹말은 많다. ‘실내체육관’은 ‘실내’라는 뜻이 겹쳐진 겹말인데, ‘체육관(體育館)’이 ‘실내에서 여러 가지 운동 경기를 할 수 있도록 시설을 갖추어 놓은 건물’을 뜻하기 때문이다. ‘검정색’도 ‘색’이 중복된 겹말로, ‘검은색’ 또는 ‘검정’이라 쓰는 것이 옳다.

    ‘석가탄신일’, ‘충무공 이순신 탄신일’ 등 국정 기념일 명칭에 쓰인 ‘탄신일’도 겹말이다. ‘탄신(誕辰)’은 ‘임금이나 성인이 태어난 날’의 높임말로, 굳이 뒤에 ‘일’을 붙일 필요가 없다. ‘탄신일’은 ‘탄일’, ‘생일’, ‘탄생일’ 등으로 바꿔 쓸 수 있다.

    ‘겹말’은 같은 뜻의 말이 겹쳐진 말로, 고쳐야 할 잘못된 말버릇으로 여겨진다. 굳이 반복하지 않아도 되는 말을 중복하는 비효율적인 언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 대부분의 겹말은 한자어나 외국어에 우리말을 덧붙인 표현을 습관적으로 쓰다 굳어진 꼴을 하고 있다.

    하지만 겹말 중에는 표준국어대사전에 등록된 것들도 많다. 더러는 많은 이가 널리 사용하고 이미 굳어졌다는 이유로, 더러는 단어의 뜻을 더욱 명확하게 해주거나 강조의 의미가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고목나무’는 ‘오래된 나무’를 뜻하는 ‘고목(古木)’과 ‘나무’가 합쳐진 겹말이지만,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됐다. ‘모래’와 ‘모래밭’을 뜻하는 ‘사장(沙場)’이 합쳐진 ‘모래사장’, ‘처(妻)의 집’을 뜻하는 ‘처가(妻家)’에 다시 ‘집’을 붙인 ‘처갓집’, ‘사람이 죽어 장례를 치르는 집’인 상가(喪家)에 다시 ‘집’을 붙인 ‘상갓집’ 역시 마찬가지다.

    한자 ‘족(足)’과 ‘발’이 합쳐진 ‘족발’은 ‘돼지의 발, 또는 그것을 조린 음식’이라는 뜻으로 한정되어, ‘귀밑이나 목덜미 언저리에서 머리털을 가지런히 자른 머리’를 뜻하는 ’단발(斷髮)‘과 ’머리‘가 합쳐진 겹말인 ’단발머리‘는 ’그 머리를 한 사람‘이라는 뜻이 더해져 표준국어대사전에 등록됐다.

    물론 어려운 외래어나 외국어를 사용하느라 불필요한 겹말을 만드는 것은 절대 피해야 하겠지만, 적어도 표준국어대사전에 등록된 겹말만큼은 무조건 배타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한다.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