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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에 술 마시고 숙취를 줄이기 위한 방법

기사입력 2019.02.06 08:17
  • 적절한 음주는 기분을 좋게 만든다. 단순히 분위기 및 대화를 통한 것이 아닌 과학적으로 입증된 내용이다. 적당한 음주는 기분을 제어하는 호르몬에 영향을 주는데, 식도를 통해 위와 소장에서 흡수된 알코올은 혈액을 타고 뇌로 올라간다. 이때 알코올은 세로토닌이라는 호르몬을 억제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 세로토닌이라는 호르몬의 역할이다. 세로토닌은 행복을 느끼게 하는 도파민, 흥분을 하게 하게 아드레날린, 스트레스를 감쇄해주는 엔도르핀 등을 컨트롤 한다. 조금 무리하게 비유하자면 세로토닌은 규율을 책임지는 부모님 또는 언니, 오빠이며, 도파민, 아드레날린 등이 늘 자유를 갈망하는 자식 같은 존재인 것이다(물론 세로토닌의 기능은 이것뿐만은 아니다). 그래서 술을 마시면 억제성 호르몬인 세로토닌의 역할이 작아지고, 도파민으로 기분이 좋아진다. 또한, 아드레날린으로 분노와 용기가 동시에 생기며, 엔도르핀으로 괴로운 것을 잊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사람들은 술을 즐기고 교류를 하는데, 문제는 과음이고 결과물로 숙취가 찾아온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숙취를 최대한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마시는 것이 몸에 부담을 덜 주고 잘 마실 수 있는 것일까?

    알코올을 천천히 내려가게 해라. 간 요리는 최고의 안주?
    일단 숙취를 최대한 적게 하기 위해서는 혈중알코올농도를 빠르게 높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즉, 천천히 마셔야 한다는 것이다. 알코올은 보통 위에서 10% 전후, 소장에서 90% 전후가 흡수되는데, 소장에서의 흡수율이 빠르다. 따라서 최대한 위에서 알코올을 가둬두며 천천히 내려가게 해야 한다. 알코올을 위에 가둘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기름진 음식이다. 위에서 십이지장으로 내려가는 유문 (幽門)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예전에 썸싱스페셜 등의 위스키를 마실 때 우유를 마셨던 것도 같은 이치다. 치즈도 고형물이라서 위를 보호해준다. 다만 삼겹살, 치킨, 전 등의 너무 기름진 음식은 좋지 않다. 간이 알코올을 분해할 때, 지방의 연소가 저해되어 지방간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일본의 의학상식 서적 ‘최고의 음주방법(最高の飲み方)’에 의하면 밥은 위에서 2시간 15분, 소고기는 3시간 15분, 간 요리는 12시간이 머문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간 요리가 위를 보호하고 다음날 숙취를 적게 하는 최상급 단백질 음식 중 하나라는 의미다.

    우리는 콩나물국밥, 일본은 이온음료 데워도 마셔
    기본적으로 높아진 혈중알코올농도를 바로 낮추기는 어렵다. 하지만 간이 알코올 해독작용 하는 것을 도울 수는 있다. 대표적인 음식이 오징어와 문어다. 오징어와 문어에 함유된 타우린이 간의 알코올 대사를 돕는다고 한다. 해바라기씨 및 대두에도 있는 L-시스테인도 마찬가지다. 물을 많이 마셔야 하는 이유는 알코올 자체가 이뇨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음을 하게 되면 피부 등이 건조해진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술만 마시면 몸이 탈수상태가 될 수 있다. 일본 주조 협회에서는 청주를 마실 때, 똑같은 양의 물을 마시라고 권고하고 있다. 식이섬유 등도 같이 섭취하면 좋다. 소화되지 않기 때문에 위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다. 치즈나 우유는 알코올 흡수를 천천히 시킨다.

    오징어도 같이 먹는 전주 콩나물국밥
    이러한 부분이 상당 부분 해결되는 메뉴가 우리 음식에 있다. 식이섬유, 단백질 그리고 대두와 수분까지 모두 섭취할 수 있는 음식, 바로 콩나물국밥이다. 그런데 그냥 콩나물국밥이 아니다. 오징어가 있는 전주식 콩나물국밥이어야 한다. 간 회복을 돕는 타우린과 단백질까지 상당 부분 여기에 있다. 내륙인 전주음식에 오징어를 넣는 이유는 여기에 있었던 것이다.

  • 오징어가 올라간 전주식 콩나물 국밥
    ▲ 오징어가 올라간 전주식 콩나물 국밥

    체온에 맞는 따뜻한 수분을 섭취가 중요
    중요한 것은 그냥 수분이 아닌 따뜻한 수분이라는 것이다. 만약 차가운 수분을 섭취하면 위에서 체온과 유사한 온도가 될 때까지 체내에 흡수되지 않는다. 위장에서 10도 이하의 차가운 물은 36.5도까지 오르는데 1시간 정도 소요된다. 그때까지 내내 괴로움은 연장되는 것이다. 그래서 일본은 숙취해소용으로 포카리스웨트 등의 이온음료를 전자렌지에 데워서 마시기도 한다.

    대화를 많이 하면 알코올이 배출된다?
    기본적으로 혼술은 좋은 문화는 아니다. 이유는 혼자 마시면 음주를 컨트롤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알코올 대사에 있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대화를 하면 호흡 횟수가 늘어나고, 이를 통해 숨을 내쉴 때 알코올이 더 배출될 수 있다. 참고로 술을 마시면 식욕이 당기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알코올이 간에서 포도당 방출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혈당치가 높아지기 어렵고, 이를 통해 공복감을 느끼기 쉬워진다.

    알코올분해 효소가 적은 한국은 해장 문화가, 일본은 온더록스 문화가 발달
    한국인 및 일본인은 서양에 비해 알코올분해 효소가 거의 절반 수준이다. 그 뜻은 쉽게 취하며 숙취도 많고, 또 알코올 중독에 걸리기 쉽다는 의미다. 그래서 한국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해장국이라는 문화를 발달시켰으며, 일본은 스트레이트로 먹는 위스키 및 증류주 문화에 얼음이나 물을 넣어서 먹는 온더록스 문화가 발달하게 되었다. 결국은 선천적으로 부족한 알코올 해독능력을 음주문화에서 해결했다고나 할까? 어떻게 하던 술은 마시고 싶었던 사람들의 속내가 느껴지기도 한다. 다만 아무리 이렇게 준비해도 과음에는 장사 없다. 적당히 마시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 설날에 술 마시고 숙취를 줄이기 위한 방법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
    일본 릿쿄(立教) 대학교 사회학과 졸업. 10년 전 막걸리 400종류를 마셔보고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서 포털사이트에 제공했다. SBS 라디오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에서 전통주 코너를 2년 이상 진행하였다. 최근에는  O tvN의 '어쩌다 어른'에서 술의 역사 강연을 진행하였으며. '명욱의 동네 술 이야기' 블로그도 운영 중이다. 현재는 SBS 팟캐스트 말술남녀와 KBS 제1 라디오 김성완의 시사야에서 <불금의 교양학> 코너에 고정 출연 중이며, 숙명여자대학교 미식문화 최고위 과정과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에서 외래교수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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