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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푸드 비즈니스랩 선정, 2019 뜨는 식품과 지는 식품

기사입력 2019.01.28 13:42
한국의 식품 산업 및 음식문화의 움직임이 변화무쌍하다. 전 세계의 다양한 음식이 한국에 꾸준히 소개되고 있는 것은 물론,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소확행’ 및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워라벨’에 식품이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로 서울대 푸드비즈니스랩(담당교수 문정훈)은 2018년도에 이어 2019년도 푸드 트렌드를 발표했다. 이 중 2018년도부터 현재로 이어지는 트렌드를 알아보자.
  • 서울대 푸드비즈니스랩에서 기획한 2019 푸드 트렌디 펀슈머편/사진=명욱
    ▲ 서울대 푸드비즈니스랩에서 기획한 2019 푸드 트렌디 펀슈머편/사진=명욱
    새콤한 한입 과일의 시대
    과일 시장에서는 1인 가구가 늘면서 간편하게 씻어서 바로 먹을 수 있는 작고 새콤한 과일들이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한자리에서 끝낼 수 있는 딸기, 자두, 체리가 대표적이다. 반대로 크기가 큰 과일은 소비자에게 어필이 잘 안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배와 수박이다. 특히 수박은 냉장고에 넣기도 힘들고 음식물 쓰레기가 많이 나온다는 단점이 있다. 다만 이러한 상황에서도 크기를 줄인 애플 수박과 복수박, 컬러수박 등은 선전을 하고 있다. 최근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샤인머스캣의 경우 씨가 없고, 아삭한 식감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결국 작고 쓰레기가 적으며, 냉장고에 쉽게 들어가는 사이즈가 성공을 한다는 이야기이다. 또는 크기가 크다면 먹기 좋게 잘라서 판매하는 것도 하나의 답이다.
    얇은 고기의 돌풍
    한국에서는 늘 두터운 고기가 인기가 많았다. 얇은 것은 저렴한 냉동육이나 수입산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최근에 신선육에서 대패삼겹살과 차돌박이, 가공육에서는 베이컨이 돋보였다. 빨리 조리해 한 입에 넣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유튜브 등에서 먹방을 진행할 때는 빨리 익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얇은 고기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굽는 속도가 빨라 입에 넣기도 편하고, 몇 점을 입에 넣는지 등을 즐거움의 코드로 삼고 있다.
    증가하는 탄산음료, 줄어드는 과즙음료
    2015년 당이 첨가되지 않은 탄산수 제품들이 대거 출시되면서 탄산수 시장이 급성장하자, 기존의 탄산음료 시장이 위험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오히려 탄산음료 시장이 더 커졌다. 코카콜라 제로 매출액은 23% 성장, 탄산수 대표 브랜디 트래비도 26%나 성장했다.

    반대로 탄산이 없는 과즙음료는 미끄럼틀을 타고 있다. 오렌지 음료, 감귤 음료 등이 대표적이다. 유일하게 오른 것은 배즙 음료. 이것은 배즙이 숙취에 좋다는 이야기가 있어, 2018년 상반기 CU 편의점에서 가장 많이 팔린 과즙음료가 되었다.
    가격이 덜 중요한 시장의 성장
    푸드비즈니스랩은 가격이 덜 중요한 시장도 소개하였다. 특히 커피, 라면, 돼지고기다. 커피는 탕비실에서 무료로 마실 수 있는 커피를 과감히 버리고, 십수 분의 시간을 기다리고 수천 원의 비용을 내는 원두커피를 즐기고 있다. 이 시장이 한때 포화상태라고 했지만, 2017년 10조 원, 2018년에는 11조 원을 넘었다.

    라면매대도 정말 다양해지고 있다. 대중적인 라면이 대세가 되던 시절은 저물고, 이벤트성 제품이 쏟아져 나오며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다. 특히 라면을 먹고 싶으나 건강함을 추구하는 소비자층을 공략한 비유탕면 시장도 성장 중이다.

    돼지고기는 이베리코 돼지고기가 한국 진출한 이래 고급 돼지고기 시장이 움직이고 있다. 일반적인 이베리코 돼지고기는 한국의 백돈보다 1.5배 이상 가격이 높지만, 특별한 것을 먹었다고 알릴 수 있는 스토리텔링 재료로 젊은 소비자들에게 각광을 받고 있다.
    생닭 구매는 내려가고, 즉석 국탕찌개류는 올라가고
    생닭, 사골 등의 직접 요리해야 하는 시장은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삼계탕이나 설렁탕 들을 안 먹는다는 것은 아니다. 바로 즉석 국탕찌개류의 레디밀 시장은 커지고 있다. 이유는 혼밥시장의 성장과 더불어 서울 지역 부동산 가격의 영향으로 중산층 사람들이 외곽으로 주거지를 이동하고, 출퇴근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가정에서 요리하는 시간이 줄어든 것이다.

    또한, 여성의 사회진출에 따른 가사노동시간의 축소를 들 수 있다. 무엇보다 레디밀의 장점은 식재료가 잘 안 남는다는 것이다. 삼계탕을 먹고 남긴 것을 다시 냉장고에 넣으면 자리를 차지하는 등 번거로움이 생긴다. 이러한 시장은 2015년 비비고 시리즈를 필두로 한 상온유통 즉석 국탕찌개류 출시를 기점으로, 해당 카테고리가 영역을 확산, 컵밥류를 압도하고 있다.
    꾸준한 성장, 샐러드 시장
    샐러드 관련 상품은 최근 3년간 연평균 17.1%로 꾸준히 성장 중이다. 샐러드 체인점, 편의점 샐러드, 가정에서 먹는 샐러드가 대표적이다. 이렇게 샐러드를 먹는 소비층은 기혼보다 미혼이 높고, 남성과 여성의 비율은 거의 비슷하다. 주로 수도권에 몰려있으며, 소득 수준이 높은 집단으로 밝혀졌다.

    샐러드 시장은 직접 조리보다는 완성 샐러드 시장이 주도를 하고 있다. 특히 점심 식사 때의 샐러드 시장은 외식업 중심, 저녁식사 샐러드는 완성 샐러드 시장 중심으로, 쉽고 간편하게 샐러드를 살 수 있는 ‘그랩앤고(Grab-And-Go)샐러드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샐러드 전 문업체뿐만이 아닌 ‘샵인샵(Shop in Shop)’ 개념의 샐러드 냉장 매대 비즈니스도 가능성이 엿보인다. 동시에 편의점 디저트 시장, 초콜릿, 젤리, 양산빵, 파이, 케이크 등의 시장이 계속 성장 중이다. 이 시장에서 CU는 210%, GS25는 200%가 넘는 성장률을 보였다.
    즐거움을 먹는다, 펀슈머들의 등장
    블로그 및 SNS에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는 것이 자유로워지면서 소비자는 제품을 소비하는 것이 아닌 그 과정에서 발견한 재미와 즐거움을 계속해서 공유 및 확장시키고 있다. 즉, 맛이 핵심이 아니라 경험이 핵심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것이 놀이문화로 자리 잡으며 SNS를 통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배경으로 소매유통기업의 마케터들은 펀슈머들의 놀이 문화에 맞게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까르보 불닭 볶음면이 있으며, 이 제품을 시작으로 펀슈퍼 제품들이 계속 출시가 되었다. 츄파춥스 음료나 벡셀 에너지 드링크도 대표적이다.

    이러한 제품들의 관심은 폭발적이기도 하지만 기억에서 쉽게 잊히기도 한다. 따라서 펀슈퍼 제품은 단기간에 집중적인 판매를 하는 제품으로 기존의 일반 식품 브랜드 마케팅과는 확연히 다른 전략과 기획이 필요하다.
    의미를 두는 소비자, 까다로운 소비자의 선택 동물 복지
    소비자들이 까다롭게 구매하기 시작했다.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동물복지 인증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자유방목 달걀이다. 돈육 산업에 있어서는 아직 큰 성과는 못 내고 있지만, 서서히 성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직 비중은 작지만 2017년부터 급격히 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미국에서는 주별로 케이지 사육 금지령을 실행하고 있으며, 맥도날드가 2025년까지 자사에서 사용하는 달걀을 동물복지란으로 교체하겠다고 선언했고, 월마트, 켈로그 등도 같은 추세로 움직이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움직이고 있다. 2014년도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돼지 농장은 1곳에 불과했다. 2018년 11월에는 12곳으로 늘어났다. 같은 면적의 일반 농장에 비해 돼지 두수가 적어 생산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동물복지 농장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일반 돼지보다 높은 가격의 시장이 형성되어야 한다. 소비자들이 동물복지에 대한 가치에 동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교육 및 홍보를 통해 인식 변화를 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주류품목에서는 주목 받을 술, 전통주
    서울대 문정훈 교수는 비공식적으로 2019년 주목받을 품목으로 전통주 등을 꼽기도 했다. 특히 증류식 소주 및 브랜디(과실 증류주), 한국와인의 성장은 확연히 드러날 것으로 내다보았다. 이유는 다양한 맛과 향이 있으며, 도수와 맛을 소비자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술에서도 의미를 찾는 소비자(meaning out)들이 증가하고 있는데, 지역의 농산물로 만든 전통주는 소비자들에게 사회적 가치를 선사하기도 한다.

    한국와인의 경우, 푸드 비즈니스랩이 수입와인과 한국와인의 라벨을 가리고 블라인드 테이스트를 진행한 결과, 90% 이상이 맛을 구별해 내지 못했다. 이 뜻은 한국와인도 기존의 와인 애호가들에게 어필 할 수 있는 레벨이 되어간다는 의미다. 또한, 한국와인은 수입와인과 달리 제조자 및 와이너리를 방문할 수 있는 소통채널이 있는 것도 가장 큰 장점이다. 이날 수입와인과 블라인드 테이스팅한 한국와인은 산머루 품종으로 만든 젤코바 프리미엄 와인(레드)이, 그리고 영천의 거봉으로 만든 고도리 와인(화이트)이었다. 특히 이 두 종의 와인은 다른 수입 와인과 5종과 블라인드 테이스팅 비교를 한 결과, 타닌감이 좋고, 과실향이 풍부한 고급적인 맛이 나는 제품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문정훈 교수는 한국와인이 복분자주 등에 머물러 있다는 인식은 이제는 버려야 한다며, 앞으로 다양한 와이너리 체험도 할 수 있는 한국 와인이 올해 주목해야 할 주종이며, 이 시장은 의미를 찾는 소비자(Meaning out)들이 이끌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8년부터 이어지는 푸드 트랜드
    서울대 푸드 비즈니스랩이 설명한 푸드 트랜드는 노스트라다무스가 이야기한 예언 같은 것은 아니다. 2018년, 아니 그 이전부터 꾸준히 움직이고 있는 시장에 대해 흐름을 설명하며, 한번 더 생각하게 해 주는 역할을 한다. 이것은 나아가 식품 및 트랜드 전반에 대한 생각의 패러다임을 확장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소확행, 워라벨로 이어지는 푸드 트랜드, 올해는 무엇이 나를 행복하고 의미 있게 해줄지 기대되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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