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력서의 자기소개를 쓰거나, 직장에서 기획서나 보고서를 쓸 때, 심지어 지인에게 안부 문자 메시지를 보낼 때까지 살면서 글을 써야 하는 순간은 많다. 이때 “나는 왜 글을 못 쓸까”라며 머리를 쥐어뜯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기생충 박사로 유명한 서민 교수는 이런 고민의 해결 방법으로 ‘일기’를 추천한다. 내는 책마다 말아먹던 폭풍좌절 속 그를 ‘사이다’ 같은 글을 써 사랑받는 셀럽 작가로 만든 비결이 바로 매일 30분씩 일기 쓰기였기 때문이다. 하루 세끼 밥을 챙겨 먹는 것보다 매일 조금씩 쓰는 일기가 삶에서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그는 자신의 경험담과 노하우를 담아 책 ‘밥보다 일기’를 출간했다.
‘밥보다 일기’에는 일기를 왜 써야 하며,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등 일기에 대한 모든 것이 담겨있다. 또한, 소소한 일상에 의미를 부여해 독보적인 나만의 드라마를 만드는 ‘인생의 글쓰기’부터 글 좀 써본 사람들은 물론이고 글 한 번 써보지 않았던 ‘글쓰기 초짜’에게도 콕콕 박히고 술술 따라 할 수 있을 효율적이고도 쉬운 서민 교수만의 글쓰기 노하우가 담겨있어 누구라도 당장 일기 쓸 마음을 먹게 한다.
-
‘밥보다 일기’를 보고 일기 쓰기를 실천하려는 독자들에게 서민 교수는 어떤 조언을 들려주고 싶을까? 책을 읽고 생긴 다양한 궁금증을 서민 교수에게 직접 물어봤다.
Q ‘밥보다 일기’를 보면 하루 세끼 챙겨 먹는 것보다 매일 일기 쓰기가 중요하다고 강조한 가장 큰 이유가 ‘글쓰기 장인’이 되기 위함으로 보입니다. 글쓰기 훈련을 위한 많은 방법 중 콕 집어 ‘일기’를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A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조금씩, 매일 쓰는 게 유일한 방법입니다. 그렇게 쓸 수 있는 대표적인 글쓰기 형태가 바로 일기죠. 우리가 경험해 봤기 때문에 친숙하기도 하고요. 제가 일기가 밥보다 중요하다고 한 것은 일기를 안 쓰는 사람에게 물어보면 다들 시간이 없다고 얘기하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그런 사람들도 다들 스마트폰 보느라 많은 시간을 소비한단 말이죠. 그래서 생각했죠. 일기는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라고요. 일기를 밥에 준해서 생각해 준다면, 일기 쓸 시간은 누구나 낼 수 있습니다.
Q 그날그날 겪은 일이나 생각, 느낌 등을 적는 개인의 기록인 일기는 기본적으로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 아닌데요, ‘밥보다 일기’에는 일기를 재미있게 쓰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담겨 있습니다. 남을 보여주기 위한 일기가 아니어도 일기를 재미있게 써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A 늘 그걸 필요는 없을지라도 가끔은 재미있게 쓰는 일기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대체로 그날 자신의 기분이 일기에 투영되기 마련이지만, 일기가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는 수단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일기장에다 만날 ‘나는 쓰레기야’ ‘틀렸어’ ‘안 될 거야’ 같은 부정적인 말만 쓴다면, 실제로도 자신의 삶이 수렁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반면 어려운 상황일지라도 ‘난 해낼 수 있어’ 같은 긍정적인 메시지를 일기에 담는다면 실제의 삶도 훨씬 나아지지 않을까요? 마찬가지로 자신이 재미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일기를 보다 재미있게 쓰려고 노력하면 됩니다. 더 재미있게 써야지, 같은 목표가 일기를 더 열심히 쓰게 만드는 동기부여가 될 수도 있지요.
Q 책을 통해 ‘학생들이 일기 쓰는 습관을 들이기 위해 일기를 성적에 포함시키는 것을 고려해봐야 한다’, ‘학생들의 일기 검사를 위해 전담 인력이 있어야 한다’는 등의 다소 파격적인 주장을 하셨는데요. 지금도 ‘일기=숙제’로 여기며 몸을 떠는 학생들에게 교수님의 주장은 오히려 반발을 얻지 않겠냐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렇게까지 학생들의 일기 쓰기와 그 스킬 향상을 위해 힘써야 한다고 강조하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A 앗 그런가요? 이건 좀 고민해봐야 할 것 같긴 합니다. 제가 그런 주장을 한 것은 담임선생님이나 부모님처럼 매일 접촉하는 분들보다 아예 모르는 분들이 검사하는 게 더 부담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시험 때 커닝을 했다, 이거 일기장에 쓸 수 있을까요? 자신의 가족에 대한 서운함을 쓸 수 있나요? 써봤자 큰 도움은 안 되죠.
제가 기대한 것은, 그 학생이 누구인지 모르는 전담인력이 일종의 멘토 역할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였습니다. 학생이 솔직하게 고민을 쓰고, 검사자는 일기만 검사하는 게 아니라 그 일기에 적힌 내용에 대해 나름의 해법을 제시해줄 수도 있다는 얘기지요. 지금 성인들도 고민이 있을 때 인터넷에 올리고, 생판 모르는 이들이 댓글로 해법을 달아주잖아요. 직접 만날 일이 없는 제3자이기 때문에 솔직한 해법이 가능합니다. 일기 검사를 전담하는 인력이 있다면, 이런 역할도 가능하지 않겠느냐, 그러면 학생들도 더 열심히 일기를 쓰지 않겠느냐, 하는 게 제 주장이죠.
-
Q 일기장과 블로그에 쓰는 일기의 장단점을 소개한 부분에서 ‘사진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을 블로그 일기의 최대 단점으로 꼽은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사진’에는 자신만의 고유성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셨는데요, “그렇다면 저학년 아이들이 주로 쓰는 ‘그림일기’를 쓰면 되겠네”라고 생각하는 이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매일 쓰는 그림일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저학년 아이들이 그림을 그리는 것은 그 당시 언어가 제대로 발달하지 않아서입니다. 그러니까 그들에게 그림은 사진이 아니라 ‘글’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림일기가 저학년 학생들의 내면을 잘 표현하는 좋은 수단이라고 봅니다.
Q 책을 들어가며, 학창시절부터 일기만 꼬박꼬박 썼다면 '마태우스'보다 훨씬 근사한 책으로 데뷔했을 것이라고 한탄하셨는데요. 일기를 쓴 지 20년여 년이 지난 지금, 교수님의 글쓰기 실력을 스스로 평가하신다면?
A 문장력만 놓고 본다면 '마태우스' 때보다 엄청나게 발전했다, 뭐 이런 건 아닐 겁니다. 그때와 저의 차이점은 한 가지 소재를 가지고 길게, 스토리를 짜서 보다 체계적으로 글을 쓸 수 있게 됐다는 점이어요. 제가 ‘독서의 필요성’에 대해서 책을 쓴 적이 있어요. 마태우스 때 같으면 ‘독서’라는 주제로 350쪽이 넘는 책을 쓸 수 없었을 텐데, 지금은 그게 가능하죠. 그렇게 본다면 지난 20여 년의 노력이 헛된 건 아닙니다.
Q ‘밥보다 일기’를 보고 일기를 쓰려는 독자들이 많을 것으로 여겨지는데요. 마지막으로 작심삼일로 끝나지 않고 꾸준하게 일기를 쓸 수 있는 노하우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A 일기를 막상 쓰다 보면 귀찮을 때가 많습니다. 일기를 건너뛸 이유는 너무나 많죠. 바쁘고 힘들고 술 마시고 어쩌고, 수십 가지의 핑계를 댈 수 있겠지요. 반면 일기를 꼭 써야 할 이유는 별로 없어 보입니다. 대부분이 작심삼일이 되는 것도 이 때문이죠. 일기를 시작하기 전에 자신이 왜 일기를 써야 하는지, 스스로에게 납득을 시켜야 합니다. 충분히 납득한 후에 일기를 시작해야 하고, 일단 시작한 뒤로는 치타에게 쫓기는 가젤의 마음으로 일기를 쓰십시오. 오늘 일기를 안 쓴다면 치타에게 잡아먹힌다는 절실한 마음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