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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다잉’, 현실적이기에 더 애잔한 사랑의 기억

기사입력 2018.12.26 11:19
  • 영화 '다잉' 포스터
    ▲ 영화 '다잉' 포스터

    연인의 불치병은 멜로 영화의 오래된 단골 소재다. 이런 소재를 다룬 영화는 대개 최루성 신파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불치병에 걸린 연인이 등장하는 영화는 믿고 거른다는 이도 있을 정도다. 하지만 페르난도 프랑코 감독의 신작 ‘다잉’은 불치병을 소재로 한 기존 영화들과는 사뭇 다른 행보를 보여준다.

  • 영화 '다잉' 스틸컷
    ▲ 영화 '다잉' 스틸컷

    연인과의 완벽한 휴가로 행복을 만끽하고 있던 ‘마르타’는 어느 날,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된다. 연인 ‘루이스’가 뇌종양 진단을 받았고, 상태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알렸기 때문이다. 루이스는 ‘아버지의 전철을 밟고 싶지 않다’며 치료를 포기하겠다고 하지만, 마르타는 그를 달래 수술을 받게 하고 연인의 병간호를 자처한다.

    처음에는 사랑으로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처럼 녹록하지 않았다. 마르타는 자기 일마저 제쳐둔 채 루이스를 헌신적으로 돌봐왔지만, 병과 싸우며 점점 날카로워지는 루이스는 점점 그녀를 지치게 했기 때문이다.

    체력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한계에 도달한 두 사람은 결국 크게 싸우게 되고, ‘떠나라’는 루이스의 말에 마르타는 가방을 꾸려 집을 나오지만 차마 그를 떠나지 못한다. 불치병이라는 불청객 앞에 점점 퇴색되어 가는 이들의 사랑은 과연 어떻게 남게 될까?

  • 영화 '다잉' 스틸컷
    ▲ 영화 '다잉' 스틸컷

    스페인 대표 영화제인 ‘고야상’에서 신인감독상을 받았던 페르난도 프랑코 감독은 영화 ‘다잉’을 통해 가장 완벽하게 행복했던 순간, 갑자기 찾아온 불치의 병으로 사랑하는 이가 무너져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겪게 되는 여자의 슬픔과 상처, 절망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두 남녀의 사랑과 절망, 그리고 이별은 잔잔하게 그려지지만, 더없이 현실적이기에 더 깊은 여운을 남기는 영화. 한 해의 끝자락에 있는 지금, 지나간 한 해와 삶의 일면을 차분히 돌아보고자 하는 이들에게 더 어울리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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