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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물은 같은 병맥주와 캔맥주, 맛이 다를까?
회식의 계절인 12월이다. 평상시에 못 만나던 친구와 동기 그리고 동창을 만나는 수많은 모임이 즐비한 시기다. 여기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것은 바로 맥주. 한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도 가장 많이 팔리는 술이 맥주다. 기본적으로 병맥주는 업소용, 그리고 캔맥주는 가정용으로 많이 팔리는데, 사람에 따라 기호가 엇갈리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캔맥주, 병맥주의 내용물은 같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둘의 맛도 완전히 같을까? 만약 다르다면 어떤 것이 더 맛있을까? 다양한 각도에서 서로의 맛을 체크해 보았다. -
빛을 차단하는 캔맥주, 그래서 맛있다?
캔맥주가 맛있다는 입장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알루미늄 캔 자체가 완벽히 빛을 차단한다는 것이다. 빛, 특히 자외선이 술에 들어가면 색과 맛이 변질이 되는데, 와인셀러 등이 빛이 없는 공간을 연출하는 것도 같은 이치다. 캔맥주는 빛이 들어올 틈새가 없기 때문에 온도만 잘 유지되면 시간이 지나도 초기의 맛을 가장 잘 유지한다고 한다.
캔맥주는 금속 맛이 난다?
가끔 캔맥주에서 금속 맛이 나 이질감이 느껴진다는 소비자가 있다. 30년 전 캔맥주에 적용되는 부분이 있을 수 있으나, 현재의 캔 맥주 용기 안에는 특수한 코팅처리가 되어 있어, 금속과 맥주가 직접 맞닿는 부분이 없다. 금속 맛이 난다고 하는 경우는 금속 맛이라기보다는 입술에 닿는 촉감에 이질감을 느끼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본다.
캔맥주는 탄산이 쎄다?
캔맥주가 탄산이 강해서 불편하다는 소비자들이 있다. 캔맥주를 잔에 따르지 않고 바로 마시면 탄산의 자극이 병맥주보다 강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아직 탄산이 밖으로 나갈 시간이 없어서 그렇다. 따라서 조금 부드러운 맛을 즐기고 싶다면 캔맥주라도 잔에 따라 마시는 것이 좋을 수 있다.
캔맥주는 여름에 맛있다?
여름에 캔맥주가 맛있다고 느끼는 경우는 맥주 맛 자체도 있지만, 시원한 캔맥주를 손에 든 촉감이 좋다는 의견도 있다. 결국 맛이라기보다는 인간이 가진 5감 중에 하나가 다르게 느껴지는 것이다.
병맥주가 맛있다?
병맥주가 가장 맛있다고 말하는 이들은, 병맥주가 캔맥주에 비해 온도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알루미늄 캔은 열전도율이 높아 맥주 맛을 변하게 한다는 것이다. 즉 병맥주가 온도에 덜 민감한 만큼 맛이 안정적으로 보관 된다는 주장이다. 실례로 유리병의 두께는 약 3mm 정도이며, 캔은 0.13mm 정도다. 두께까지 생각하면 열전도율이 5000배나 차이 난다고 한다.
병맥주는 보통 색을 즐긴다?
병맥주는 기본적으로 늘 컵에 따라 마시는데, 이것을 보면 색을 즐기면서 마실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즉 맥주의 황금색과 흰 거품 등을 즐기며 마실 수 있는 것이다. 캔맥주가 활성화 된 시기는 최근 30년 전후다. 이전에는 전 세계적으로 병맥주가 메인이었다. 막걸리를 멋진 와인잔보다는 대접에 받아 마시는 것이 느낌이 더욱 살듯이, 좋은 분위기에서는 캔맥주보다는 병맥주가 더 정감이 가는 것이다.
수입 병맥주가 4병에 만원이 어려운 이유?
캔맥주를 만드는 것보다 병맥주를 만드는 것이 더 비용이 든다. 단순히 병값 뿐만이 아니다. 병이 무겁고 또 파손의 염려가 크기 때문에 관리 비용이 더 들어가는 것이다. 따라서 수입수출도 병맥주보다는 캔맥주가 편하다. 편의점에서 수입 맥주 4캔에 1만 원 행사를 할 때, 병맥주가 아닌 캔맥주로만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병맥주는 관리 비용이 높아서 내용물이 같아도 수입원가는 더 높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일본 사케도 종이 팩에 든 제품은 저렴하고, 유리병 제품은 비교적 높은 가격인 것도 같은 이치라고 설명할 수 있다. 내용물이 아닌 관리의 차이인 것이다. 참고로 병맥주와 캔맥주를 따로 생산하는 곳도 있다. 한국에 수입되는 아사히 맥주 중 병맥주는 중국생산, 캔맥주는 일본 생산이다. 공장이 다른 경우 미묘하게 맛이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맛
캔맥주와 병맥주, 어떤 것이 더 맛있는가는 결론 내리기 어렵다. 맛이라는 것은 분위기와 추억, 그리고 같이 마시는 사람에 따라 확 달라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철저히 주관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번 정말 맛이 다른지 시도는 해볼 만하다. 주변의 상황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는 재미가 나름의 흥미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
일본 릿쿄(立教) 대학교 사회학과 졸업. 10년 전 막걸리 400종류를 마셔보고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서 포털사이트에 제공하면서 본격적인 주류칼럼니스트로 활동한다. 가수 겸 배우 김창완 씨와 SBS 라디오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에서 전통주 코너를 2년 이상 진행했다. 최근에는 O tvN의 '어쩌다 어른'에서 술의 역사 강연을 진행하였으며. '명욱의 동네 술 이야기' 블로그도 운영 중이며,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이 있다. 현재는 SBS 팟캐스트 말술남녀와 KBS 제1 라디오 김성완의 시사야에서 <불금의 교양학> 코너에 고정 출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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