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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vs. 영화] 7년의 밤

기사입력 2018.12.19 15:25
  • 댐 수문을 열어 마을 사람 절반이 수장된 ‘세령호 사건’으로 인해 ‘살인마의 아들’이라는 낙인이 찍힌 서원. 아버지 현수의 부하직원인 승환의 도움으로 7년을 숨어 살아온 서원은 어느 날, 세령호 사건의 비밀을 담은 승환의 소설을 손에 넣게 된다. 소설 속에는 우발적인 사고로 소녀를 살해하고 죄책감에 미쳐가는 현수와 딸을 죽인 범인에게 똑같이 갚아주겠다는 일념으로 범인의 아들에게 복수하는 오영제의 이야기가 담겨있었고, 소설을 통해 사건의 진실을 알게 된 서원은 영제의 복수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직감한다.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 아들을 지키려고 한 남자와 딸의 복수를 위해 범인의 아들을 따라다니는 남자. 과연 이들의 승패는 어떻게 될 것인가?

  • 출간과 함께 화제가 되어 베스트셀러에 오른 인기 소설 ‘7년의 밤’은 치밀한 구성이 돋보이는 서스펜스 스릴러다. 소설은 줄거리를 요약하기조차 쉽지 않을 정도로 방대한 분량을 자랑하지만, 작가 특유의 강렬한 필력으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몰입감을 선사한다.

  • 사진=영화 '7년의 밤' 스틸컷
    ▲ 사진=영화 '7년의 밤' 스틸컷

    소설은 동명의 영화 ‘7년의 밤’으로 제작되었다. 사실 ‘7년의 밤’의 영화 제작은 처음부터 기대와 우려가 함께 존재했다. 팬덤을 이룰 정도로 높은 원작 소설의 명성과 흥행 보증수표로 통하는 장동건, 류승룡 등 굵직한 배우들의 합류는 또 하나의 명작이 탄생할 수 있겠다는 기대를 높였지만, 방대한 소설의 내용을 2시간이라는 짧은 시간에 제대로 담아낼 수 있겠냐는 의구심도 여전히 존재했기 때문이다. 많은 이의 관심 속에 영화는 소설 출간 7년만인 2018년 개봉해 그 뚜껑을 열었고, 참혹한 혹평만을 남긴 채 흥행 참패라는 씁쓸한 성적표를 거둬들여야 했다.

  • 사진=영화 '7년의 밤' 스틸컷
    ▲ 사진=영화 '7년의 밤' 스틸컷

    영화 ‘7년의 밤’의 가장 큰 실패 요인은 지나친 축소와 생략에 있다. 소설은 누가 주인공이라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인물이 각자의 시점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데, 이는 이야기를 더 촘촘하게 만들고, 공감도를 높여 독자를 더욱 몰입하게 만든다.

    반면 오영제(장동건 분)와 최현수(류승룡 분)에 집중하기 위해 다른 인물들과 에피소드를 과감하게 들어낸 영화는 그 정도가 지나쳐 이야기의 흐름과 인물들의 심리상태까지 파악하기 힘들게 만들었다. 영화에는 현수가 아버지와 우물에 대한 꿈을 꾸는 이유나 부하직원인 승환이 서원을 키우게 된 이유 등 원작을 읽지 않고서는 알아낼 수 없는 질문들이 가득하다.

    인물들의 심리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게 된 관객이 어떤 인물에게도 공감할 수 없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소설과 전혀 다른 영화의 결말에 아쉬움이 남는 것도 같은 이유라 할 수 있다. 또한, 많은 인물과 사건이 생략된 탓에 밋밋하게 변해버린 이야기도 실망을 안겨준 또 하나의 이유가 아닌가 한다.

  • 사진=영화 '7년의 밤' 스틸컷
    ▲ 사진=영화 '7년의 밤' 스틸컷

    오영제의 M자형 탈모를 보여주기 위해 매일 머리를 밀었다는 장동건의 헤어스타일이 가장 인상에 남는 영화는 장동건이나 류승룡의 팬이 아니라면 과감히 패스해도 좋을 듯하다. ‘7년의 밤’의 진가를 확인하고 싶다면 무조건 소설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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