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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제국 시대 불화(佛畵)에 군복 입은 신이 등장한 이유는?

기사입력 2018.11.16 17:17
  • 문성, 만총, 정연 외 10인, '신중도神衆圖', 1907, 면에 채색, 181.7x171.2㎝, 신원사 소장 /이미지=국립현대미술관
    ▲ 문성, 만총, 정연 외 10인, '신중도神衆圖', 1907, 면에 채색, 181.7x171.2㎝, 신원사 소장 /이미지=국립현대미술관

    충남 공주시 계룡면에 있는 신원사에는 여느 불화와는 다른 특별한 ‘신중도(神衆圖)’가 있다.

    신중도란 불법을 수호하는 신, 즉 호법신(護法神) 무리를 그린 불화인데, 신원사의 신중도에는 전통 복장이 아닌 대한제국의 신식 군복과 군모를 착용한 호법신이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앞 열 중앙의 푸른색 상의를 입은 호법신은 군모와 상의의 꽃무늬 장식, 소매 부위의 계급을 알려주는 금줄, 어깨 견장의 태극무늬까지 대한제국 군복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표현했다. 보수성이 강한 당시의 불교 회화에서 이렇게 파격적인 행보의 그림이 나타날 수 있던 이유는 무엇일까?

    학자들은 대한제국 시대에 새롭게 출현한 신식 군인의 강력한 힘으로 수호받기를 원했던 바람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국가적으로 어렵던 당시의 상황 속에 불화의 신에게 신식 군복을 입혀서라도 나라가 굳건해지기를 염원한 것이다.

    또한, 이 그림은 대한제국 군복 이미지의 확산에 따른 영향과 더불어 근대기 불교회화의 제작자들이 전통적인 밑그림과 표현에서 벗어나 새로운 불화를 추구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현재 신원사의 ‘신중도’는 ‘대한제국의 미술-빛의 길을 꿈꾸다’ 전에 전시 중으로, 2019년 2월 6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MMCA) 덕수궁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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