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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10월 9일을 한글로 지정해 기념하지만, 북한에서는 우리의 한글날에 해당하는 ‘조선글날’을 1월 15일로 지정해 기념하고 있다. 모두 한글 창제를 기념하는 날이건만 ‘한글날’과 ‘조선글날’의 날짜는 왜 다른 걸까?
‘한글날’과 ‘조선글날’이 무려 10개월 가까운 날짜 차이가 있는 것은 기념일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글날’은 훈민정음이 반포된 날을, ‘조선글날’은 훈민정음이 창제된 날을 기준으로 한다.
세종대왕은 한글을 만드는 작업을 은밀하게 추진했기 때문에, 실록에 한글 창제와 관련된 기록은 분명하게 나오지 않는다. 단지 세종 25년(1443년) 12월 조의 맨 끝에 ‘이번 달에 왕이 언문 28자를 만들었다’는 기록과 3년 뒤인 세종 28일(1446년) 9월 조의 맨 끝에 ‘이번 달에 훈민정음이 완성되었다’는 기록이 남아있을 뿐이다.
북한의 학자들은 실록의 기록에 따라 훈민정음이 창제된 세종 25년 12월을 기준으로 삼고, 정확한 날짜를 알지 못하기에 중간 날짜인 15일을 양력으로 환산한 1월 15일을 ‘조선글날’로 지정했다. 하지만 북한에서는 ‘조선글은 인민이 만든 과학적인 글자’라고만 해, 북한 주민들은 세종대왕에 대해 잘 모른다고 한다.
우리가 한글날의 기준을 훈민정음 반포일로 삼은 것은 세종 25년 12월에 한글이 만들어지기는 했지만, 수정·보완하는 작업을 3년 동안 해서 세종 28년 9월에 한글이 제대로 완성되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우리가 10월 9일을 ‘한글날’로 정한 이유는 훈민정음 해례본에 적힌 ‘세종 28년 9월 상순’이라는 날짜를 근거로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