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추석에 즐길만한 마트 막걸리 5종 추천

기사입력 2018.09.19 16:50
  • 차례, 성묘, 음식 준비로 1년 중 가장 분주해지는 시간이자, 혹자에게는 진학, 취직, 결혼, 출산 이야기까지 듣기 싫은 질문이 나오는 추석이 다가왔다. 분주하고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만나는 친지들이 반가운 경우가 많다. 추석이나 명절이 아니면 얼굴 보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이렇게 친지들이 모이면 자주 등장하는 것이 술이다. 우리에게는 차례나 제사 이후에는 술을 다 같이 즐기는 음복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복을 나눈다는 음복. 여성도 술 마실 수 있었던 유일한 문화
    조선의 역사를 살펴보면, 집안에서 어머님들이 술을 빚기는 했지만 마신다는 기록은 잘 안 나와있다. 실질적으로 여성의 음주는 무녀 및 기생을 제외하고는 당시의 유교적 사회통념상 허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실 수 있는 계기가 있었으니, 바로 이 음복이다. 음복(飮福)이란 복을 마신다는 뜻으로, 조상이 내려준 복을 다 같이 나눈다는 의미다. 그래서 어린아이부터 어른,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나누어 마셨다. 조상이 내려준 복을 마다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특이한 점은 음복하는 데 있어서 소주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청주, 약주 그리고 장소에 따라서는 탁주 등을 사용했다. 자연상태에서 발효될 수 있는 낮은 도수의 술이어야만 어린아이나 여성들도 마실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양한 막걸리를 찾는 소비자, 다양한 막걸리를 판매하는 마트
    그렇다면 우리 전통주 중에서 어떤 주종이 가장 도수가 낮을까? 아마 청량감을 중시하는 막걸리일 것이다. 최근에 지역별로 다양한 막걸리가 출시되면서 마트 등에서도 판매 종류를 늘리고 있다. 기존에는 막걸리라고 하면 해당 지역별로 막걸리 2~3종류밖에 없었다. 하지만 최근 2~3년간 이러한 추세가 바뀌었다. 소비자들이 다양한 막걸리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막걸리 마니아라면 인터넷 및 양조장에서 막걸리를 골라 마시고, 막걸리에 관심을 두는 소비자는 마트 등에서 골라서 마셔보는 경우가 늘었다. 그렇다면 일반 소비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마트 막걸리는 어떤 것이 있을까? 그런 의미로 이번 추석 때 가족 및 친지들과 재미있게 마실 만한 막걸리 6종을 선정해 보았다.

  • 사진=가평 막걸리
    ▲ 사진=가평 막걸리
    잣의 주산지 가평에서 태어난 ‘가평 막걸리’
    가평 잣 막걸리의 새로운 이름은 ‘가평 막걸리’이다. 국내산 쌀과 가평의 잣, 그리고 천연 암반수로 빚었다. 가평은 전국 최고의 잣 산지인데, 잘 자라기 위해서는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하나는 산이 많아야 하며, 두 번째는 물, 세 번째가 안개다. 이 세 가지 조건을 갖춘 곳이 바로 가평이고, 덕분에 아침 고요수목원 등 유명한 명승지가 많다.  부드러운 맛의 쌀과 담백하고 고소한 잣 맛이 잘 어우러진다. 담백한 맛이 강해 기름지고 매운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 흔들어도 잘 터지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며, 가평의 ㈜우리술에서 만들고 있다.
  • 사진=호랑이 생막걸리
    ▲ 사진=호랑이 생막걸리
    호랑이해에 태어난 ‘호랑이 막걸리’
    2010년 호랑이해에 태어난 막걸리이다. 2010년은 남아공 월드컵이 열렸던 해로, 당시 한국이 원정 최초로 16강에 올라간 해이다. 이때 16강을 기원하며 만들어진 제품이기도 하다. 일반적인 막걸리는 밥을 찐 후에 물과 누룩을 넣어 술을 빚는데, 호랑이 막걸리는 밥을 찌지 않고 생쌀을 갈아서 만드는 생쌀 발효법을 채택했다. 이유는 생쌀 발효법은 쌀의 영양소가 덜 파괴되며, 동시에 밥을 찌는 등의 에너지를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가볍고 경쾌한 맛이며 잘 느껴보면 바닐라 향이 살짝 느껴진다. '떡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라는 라벨의 카피가 운치있게 느껴진다. 화성의 배혜정도가에서 만들고 있다.
  • 사진=사미인주
    ▲ 사진=사미인주
    소중한 사람과 마시고 싶은 술 '사미인주'
    조선시대 최고 문학가 중 한명인 송강 정철은 담양에 유배를 왔을 때, 가장 소중하게 생각한 사람을 그리며 시를 하나 지었다. 개인적으로 학창시절, 문학 시간에 머리를 아프게 한 가사 문학의 대명사,  사미인곡(思美人曲)이다. 사미인곡은 말 그대로 미인을 생각하는 노래인데, 여기서 미인이란 중요한 사람, 즉 정철이 충절을 가지고 모시던 선조를 뜻하며, 이러한 마음을 남편과 생이별하고 계속 그리워하는 여인의 속내로 비유했다. 너무나도 애절히 사랑하는 모습을 통해, 자신의 충절과 연군의 정으로 나타낸 것이다.
    여기에 모티브를 얻은 것이 바로 지금 소개하는 사미인주라는 막걸리이다.  소중한 사람과 마시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빚어진 술로 전남 장성에서 생산된 친환경 쌀과 직접 띄운 전통누룩으로 정성스럽게 빚었다. 저온에서 숙성을 시킨 국내 1세대 프리미엄 막걸리로 인공감미료를 첨가하지 않아, 살짝 드라이한 맛을 가지고 있는데, 국내산 천연벌꿀과 사과 농축액을 더해져  싱그러운 과일향과 산뜻한 풍미가 느껴진다. 사미인주를 만드는 청산녹수는 최근에 홍콩에서 열린 Asia International Spirits Competition 2018 증류식 소주 부문에 출전, 최고 영예인 Gold를 수상하기도 하는 등, 기술력 있고 튼실한 기업으로 성장 중이다.

  • 사진=지평 생막걸리
    ▲ 사진=지평 생막걸리
    지평 막걸리
    지역 막걸리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성장을 하는 막걸리이다. 1925년도 전후로 설립된 양평의 지평리에 있는 양조장으로 가장 오래된 양조장 중 한 곳이라고 불리고 있다. 한국전쟁 때에는 UN 군의 기지로도 활용되며, 당시 중공군과의 지평리 전투의 승리를 이끈 곳이기도 하다. 이곳 막걸리의 특징은 예전 막걸리 방식의 밀입국을 고집하고 있다는 것. 덕분에 지평 막걸리는 옛 향수가 느껴지는 막걸리로 평가를 받는다. 향을 맡아보면 살짝 식빵과 같은 담백한 향이 올라온다. 알코올 도수는 5도로 일반 막걸리 6도에 비해 살짝 낮아서 순하다고 좋아하는 소비자도 많다. 
  • 사진=1000억 유산균 막걸리
    ▲ 사진=1000억 유산균 막걸리
    장 건강에 탁월 ‘1000억 유산균 막걸리’
    백세주, 우국생 등으로 유명한 국순당의 신제품 막걸리이다. 유산균을 막걸리 원액에 배양하여 빚은 술로, 막걸리의 기능성 중 하나인 장 건강을 추구하며 만들었다고 한다. 일반적인 막걸리도 알코올 발효를 할 때 유산균 발효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1000억 유산균 막걸리는 직접 유산균을 배양한 만큼 그보다 훨씬 많은 유산균을 가지고 있다. 전체적인 맛은 유산균이 가지고 있는 새콤함으로 인해 산미가 돋보이며, 적절한 단맛과 탄산감이 있다.

    그 외에도 쌀의 풍미가 그대로 느껴지는 느린마을 막걸리와 정화의 의미를 담은 연잎을 넣어 발효한 하얀 연꽃 백련 막걸리 등도 추천할만한 마트 막걸리 중 하나이다.

    주의해야 할 것은 모든 제품이 다 마트에 있는 것은 아니다. 가급적 많이 보이는 막걸리를 선정했지만, 재고 부족 및 마트마다 혹은 지점마다 다를 수 있으니 찾아서 마시고 싶다면 방문 전 재고 확인을 하는 것이 좋다.

  • 이번 추석에는 가족과 함께 다양한 막걸리로 비교 시음을
    2012년도의 막걸리 기사를 보면 뼈아픈 내용들이 종종 나온다. 다양한 지역 햅쌀 막걸리가 판매 부진으로 퇴출되었다는 것이다. 당시만 해도 마트 소비자는 막걸리를 골라 마신다는 개념이 지극히 적었다. 그저 저렴한 제품이면 구입하고, 빨리 시원하게 마시면 막걸리의 역할은 다 끝나는 것이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먹거리와 음료가 세분화되면서 막걸리도 취향에 따라 골라 마시는 시대가 왔다. 얼마 전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는 10종류가 넘는 막걸리를 비교하며 제품을 알아맞혀 보는 내용이 나오기도 했다. 또한,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김태리처럼 막걸리를 직접 빚어 마시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동시에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이라는 소확행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으면서, 다양한 막걸리의 맛을 즐기는 것이 소확행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를 보면, 그저 배부르고 텁텁한 막걸리 문화는 우리가 가졌던 단순한 고정관념 중 하나였다. 그런 의미로 이번 추석에는 한 종류의 막걸리를 여러 병 구매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막걸리를 구매해 보고 친지들과 맛을 비교하며 대화를 나누면 어떨까? 각자 자기가 알고 있는 우리 고향, 우리 동네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막걸리 맛과 향, 그리고 추억을 이야기하면서 말이다.

  • 추석에 즐길만한 마트 막걸리 5종 추천
    명욱 전통주 갤러리 부관장, 주류문화칼럼니스트
    일본 릿쿄(立教)대학교 사회학과 졸업. 일본 나스닥 재팬 상장기업에서 아시아 투자담당을 맡았었다. 10년전 막걸리 400종류를 마셔보고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서 포탈사이트에 제공하면서 본격적인 주류칼럼니스트로 활동한다. 가수겸 배우 김창완 씨와 SBS라디오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에서 전통주 코너를 2년 이상 진행했으며, 본격 술 팟캐스트 '말술남녀'에도 고정 패널로 출연하고 있다. 최근에는 O tvN의 어쩌다어른에서 술의 역사 강연을 진행했다. 명욱의 동네술 이야기 블로그도 운영중이며,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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