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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끝에 찾아온 가을장마는 많은 이들을 당황하게 했다. 게릴라성 호우에 번개 쇼까지 하루에도 몇 번씩 얼굴을 바꿨기 때문이다.
이런 요란한 날씨를 한마디로 표현하는 말이 ‘악천후’다. 그런데 이 ‘악천후’를 ‘악천우’라고 잘못 쓰는 경우가 많다. 악천후의 후를 비 우(雨) 자로 오해한 탓이다. 몹시 나쁜 날씨를 뜻하는 악천후(惡天候)는 나쁘다는 뜻의 악(惡) 자와 날씨를 뜻하는 ‘천후(天候)’가 결합한 한자어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악천후’를 ‘거친 날씨’로 순화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우레’도 ‘악천후’만큼 잘못 쓰는 이가 많은 말이다. ‘우레’는 천둥을 뜻하는 순우리말이지만, 많은 이가 우레를 ‘우뢰’라고 쓴다. 천둥은 대개 비가 오는 날에 치기 때문인지, 비 우(雨) 자와 번개 뢰(雷) 자가 합해진 ‘우뢰(雨蕾)’라는 한자어로 오해한 탓이다. ‘우레’에 대한 오해는 1988년 표준어규정 개정 전까지 ‘우뢰’가 ‘우레’를 대신해 표준어로 여겨졌을 정도로 그 뿌리가 매우 깊다. 그래서인지 ‘우뢰’는 ‘우레’의 잘못임이 밝혀지고, 15세기부터 사용했던 ‘우레’가 다시 표준어로 인정받았음에도 여전히 ‘우레’를 ‘우뢰’로 착각하고 사용하는 이가 많다. 오랫동안 오해받아 온 ‘우레’를 생각해서라도 앞으로는 ‘우레’를 ‘우뢰’로 쓰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이외에 민망함의 대명사로 여겨지는 겨드랑이 땀은 ‘곁땀’이라고 해야 하지만, 이를 ‘겨땀’으로 잘못 쓰는 경우가 많다. ‘겨땀’을 요즘 유행하는 줄임말의 하나로 여기는 탓이다. ‘겨땀’과 ‘곁땀’은 발음도 같아 착각하기 쉽더라도 글로 쓸 때는 ‘겨땀’이 아닌 ‘곁땀’으로 사용해야 함을 잊지 말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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