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일본 기업 경영의 새로운 바람? "너무 열심히 하지마"

기사입력 2018.08.17 10:13
[일본 술 산업 분석 시리즈 제3탄]
  • 일본 주류업계에 두각을 나타내는 두 회사
    최근에 일본식 청주(사케)와 소주 분야에 두각을 나타내는 회사가 있다. 오바마 건배주로 유명한 ‘닷사이(獺祭)’와 고구마 소주로 일본 최고의 증류식 소주 매출을 자랑하는 ‘키리시마(霧島)’ 주조장이다. 닷사이는 대량으로 만들고 판매하는 제품은 버리고, 손이 많이 가는 프리미엄 제품만 만들며 일본 청주업계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업체이며, 키리시마는 최근 수년 사이에 갑자기 일본 증류식 소주 매출 1위(약 7천억 원 )를 이룬 업체다.

    버리는 전략으로 성공하다
    두 회사 모두 20년 전만 해도 경영적으로 굉장히 힘들었던 회사였다. 지금은 일본 술을 조금만 아는 사람이라면 접해보거나 들어 봤을 정도로 인지도가 있다. 일본의 중요 시사지 토요케자이(東洋経済)에 따르면 두 회사 모두 ‘버리는 전략 또는 멀어지는 전략(離れる戦略)’을 취했다고 말한다. 바로 기존의 고객을 신경 쓰지 않고, 새로운 고객을 생각한 전략이다. 기존의 고객은 단가를 높이면 높다고 불평을 하고, 새로운 것보다는 적응된 모습과 늘 그 자리에 있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닷사이는 ‘취하기 위한 술이 아닌 맛을 보기 위한 술’이란 철학아래 저가의 사케를 소비하는 고객은 포기하고, 쥰마이다이긴죠급(純米大吟醸)이라는 프리미엄 제품을 구매하는 새로운 소비층에만 매진하고 있다. 키리시마는 자신의 지역 판매망을 벗어난 타 도시 판매에 매진하고 있다. 기존 고객보다는 신규 고객에 초점을 맞춘다는 의미다.

  • 사진 출처=닷사이 홈페이지
    ▲ 사진 출처=닷사이 홈페이지
    "비싸게 사지마"
    최근에 닷사이는 독특한 신문광고를 하나 냈는데, 바로 자사 제품을 고가로 사지 말라는 것이었다. 이유는 프리미엄이 붙어서 소비자가격 이상으로 가격이 높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의 대리점을 통해 구입하면, 정가에 구입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바로 소비자 프렌들리 정책이라고나 할까? 이것 때문에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하고 브랜드가치도 상승하게 됐다.

    "사장을 믿지 마"

    두 회사 모두 기업 철학도 흥미롭다. 닷사이의 경우 사원들이 좌절하면 회사의 타격도 커지기에 ‘열심히 안 해도 돼. 포기만 하지 마’, ’실패해도 괜찮아. 다음에 바꾸면 되니까’, ’절대로 사장을 믿지 마’란 부분이다. 특히 사장을 믿지 말라는 것은 사장의 경영방침, 마케팅전략 등을 맹신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교환하자는 의미로 해석된다. 키리시마의 경우는 ‘너무 열심히 안 하는 정도가 좋아’이다.

  • 사진 출처=키리시마 홈페이지
    ▲ 사진 출처=키리시마 홈페이지
    사람의 가치는 학력과 수치로 나타낼 수 없어
    두 회사를 살펴보면, ‘세계 1위’, ‘최고를 위해’, ‘회사는 가족’, ‘목표 달성’ 등의 구호들은 이제는 사라지게 된 것이다. 그렇다 보니 사원들의 유연한 생각과 발상이 회사를 이끌어가는 것으로 귀결된다. 결국 회사를 이끄는 것은 사람이고, 모든 사원의 역량이 회사를 바꿔나간다는 의미다. 예전의 일본은 ‘너무 머리 쓰지 마. 적당히 잘만 따라와’란 철학으로 엘리트주의를 내세우며 사원을 구분 짓고 관리해왔지만, 일본도 다양성을 인정해가며 바뀌어 가고 있다.  사람의 능력을 학력과 수치로 나타내는 것이야 말로 가장 구시대적 발상이기 때문이다.
  • 일본 기업 경영의 새로운 바람? "너무 열심히 하지마"
    명욱 전통주 갤러리 부관장, 주류문화칼럼니스트
    일본 릿쿄(立教)대학교 사회학과 졸업. 일본 나스닥 재팬 상장기업에서 아시아 투자담당을 맡았었다. 10년전 막걸리 400종류를 마셔보고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서 포탈사이트에 제공하면서 본격적인 주류칼럼니스트로 활동한다. 가수겸 배우 김창완 씨와 SBS라디오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에서 전통주 코너를 2년 이상 진행했으며, 본격 술 팟캐스트 '말술남녀'에도 고정 패널로 출연하고 있다. 최근에는 O tvN의 어쩌다어른에서 술의 역사 강연을 진행했다. 명욱의 동네술 이야기 블로그도 운영중이며,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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