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일반

이렇게 다를 수가! 알수록 재미있는 북한의 일상용어

기사입력 2018.07.30 09:00
  • 2018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북한말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남북 교류와 소통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요소가 바로 ‘언어’이기 때문이다.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인 남한의 표준어와 ‘평양의 말을 중심으로 로동계급의 지향과 생활감정에 맞게 혁명적으로 세련되고 아름답게 가꾸어진 언어’인 북한의 문화어는 분단 70년의 세월만큼 많은 부분에서 차이를 보인다.

    국립국어원의 ‘2016년 남북언어의식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사람들은 북한말을 ‘강하고, 낯설며, 순박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생각은 ‘한자어나 외래어를 고유어로 대체하고, 고유어가 없을 때는 그 뜻을 풀어 쓴다’는 문화어의 특징과 남한에 알려진 북한말 중 이색적인 것들이 뇌리에 강하게 남아있는 탓인 듯하다.

    실제 북한에서는 외래어, 외국어 한자어를 많이 쓰는 우리와 달리 문화어의 규정에 맞춰 고유어 형태로 변화시킨 일상용어를 많이 사용한다.

    남북정상회담 만찬 메뉴로 올라 인기몰이를 한 ‘랭면’ 같이 차가운 국수는 북한말로 ‘찬국수’라고 한다. ‘온면’은 ‘더운국수’, ‘국수사리’는 ‘덧국수’, ‘라면’은 ‘꼬부랑 국수’다.

    주스나 탄산음료 등은 단맛이 나는 물이라는 뜻의 ‘단물’을 붙여 ‘과일단물’, ‘오미자단물’ 등으로 쓰며, ‘빙수’는 ‘단물얼음’, ‘젤리’는 ‘단묵’, ‘잼’은 ‘단졸임’, ‘시럽’은 ‘진단물’이라고 한다.

    ‘어묵’은 ‘고기떡’ 혹은 ‘물고기떡’이라고 한다. ‘소시지’는 러시아어 kolbasa를 차용해 ‘칼파스’라고 부르다 ‘고기순대’로 다듬었다. 이외에 ‘찰떡’은 ‘차떡’, ‘카스텔라’는 ‘설기빵’, ‘도넛’은 ‘가락지빵’, ‘팝콘’은 ‘강냉이튀기’ ‘캐러멜’은 ‘기름사탕’이다. 

    현대인에게 빼놓을 수 없는 ‘휴대 전화’는 북한말로 ‘손전화’, ‘스마트폰’은 ‘지능형 손전화기’이다. 여름 필수품 ‘선글라스’는 ‘검은빛보안경’, ‘에어컨’은 ‘랭풍기’, ‘냉장고’는 ‘랭동기’이다. ‘다이어트’는 ‘살까기’, ‘주름살’은 ‘살주름’, ‘주름발’, ‘잔주름’은 ‘가시주름’, ‘손주름’이다. ‘스타킹-하루살이 양말’, ‘파마-볶음머리’, ‘염색약-머리물감’, ‘가발-덧머리’, ‘각선미-다리매’ 등의 말도 남북언어의 차이를 확연히 보여준다.

    ‘거짓말’은 꽝 소리만 요란한 대포하는 뜻의 ‘꽝포’라고 하며, ‘단점’은 ‘부족점’이라고 한다. ‘손가락질’은 ‘손가락총질’, ‘따귀’는 ‘볼치떡’, ‘벌렁코’나 ‘들창코’는 ‘발딱코’ 또는 ‘사자코’, ‘소꿉동무’는 ‘송아지동무’나 ‘송아지벗’이라고 한다. ‘벼락부자’는 ‘갑작부자’, ‘영수증’은 ‘령증’, ‘계좌’는 ‘돈자리’이다.

    ‘골키퍼’, ‘슛’, ‘번트’, ‘좌익수’ 등의 스포츠 용어는 그 뜻을 풀어 만든 ‘문지기’, ‘차넣기’, ‘살짝치기’, ‘왼쪽지기’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출입문’은 ‘나들문’이며, ‘주차장’은 ‘차마당’, ‘화장실’은 ‘위생실’, ‘수유실’은 ‘젖먹이방’ 혹은 ‘적먹임칸’이다.

    ‘치통’, ‘복통’, ‘요통’, ‘편두통’ 등의 의학 용어는 북한말이 훨씬 쉽다. ‘이쏘기’, ‘배아픔’, ‘허리아픔’, ‘쪽머리아픔’처럼 아픈 부위와 증상을 직관적으로 나타내기 때문이다. 북한어로 ‘귀통증’은 ‘귀쏘기’, ‘귀아픔’, 식욕이 병적으로 좋아져서 지나치게 많이 먹는 ‘다식증’은 ‘게걸증’, 머리카락이 빠지는 증상인 ‘탈모’는 ‘털빠짐증’, ‘언어 상실증’은 ‘말잃기증’, ‘우울증’은 ‘슬픔증’, ‘야맹증’은 ‘밤눈증’ 또는 ‘밤눈어둠증’이라고 한다. ‘건망증’은 ‘망각증’, ‘건강 염려증’은 ‘병감증’, ‘합병증’은 ‘병합증’, ‘소염제’는 ‘염증약’이다.

    이외에 ‘노크-손기척’, 분유-가루젖’, ‘나이프-밥상칼’, ‘공항-항공역’, ‘종착역-마감역’, ‘견인차-끌차’, ‘가축-집짐승’, ‘수화-손가락말’, ‘문맹-글장님’ 등도 우리와는 다른 북한말의 특징을 잘 나타내는 단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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