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일반

누가 조개껍데기에 구멍을 뚫었을까?

기사입력 2018.03.27 15:53
  • 사진=픽사베이
    ▲ 사진=픽사베이
    바닷가에서 조개껍데기를 줍다 보면, 궁금해지는 것이 있다. 누군가 송곳으로 뚫어놓은 듯한 구멍이 뚫린 것들이 의외로 많기 때문이다. 매끈하고 작은 구멍은 ‘조개껍질 묶어 그녀의 목에 걸고~’라는 노래처럼 목걸이를 엮기 딱 좋아 보이지만, 목걸이를 엮으려고 일부러 뚫어놓은 것 같지는 않다. 구멍 뚫린 조개껍데기는 전국 어느 해변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을 정도로 양이 많고, 누군가 일부러 구멍을 뚫은 것이라면 굳이 다시 버렸을 리 없기 때문이다.

    도대체 조개껍데기 구멍의 정체는 무엇이고, 누가 어떤 이유로 뚫어 놓은 것일까?

    바닷가 조개껍데기에 구멍을 뚫은 범인은 사람이 아닌 ‘구슬우렁이’다. 구슬우렁이는 한국, 일본 등지에 분포하는 연체동물로, 흔히 ‘골뱅이’라 통칭하는 종류다. 우리나라에는 갯우렁이, 물레고둥, 수염고둥 등 30여 종의 구슬우렁이가 살고 있다.

    수심 10~30m 모랫바닥에서 사는 구슬우렁이는 다른 조개류를 습격해 먹고 산다. 조개껍데기의 구멍은 구슬우렁이의 공격 흔적이다. 구슬우렁이는 표적이 된 조개의 껍데기에 염산 성분의 분비물을 뱉어 녹인 후 딱딱하고 날카로운 치설(齒舌)로 갉아 구멍을 만든다. 그리고 이 구멍에 독침을 분비해 조개가 껍데기를 단단하게 닫는데 사용하는 폐각근을 마취시켜 입을 벌리게 만든다. 조개껍데기 구멍이 하나같이 두 개의 껍데기가 맞닿아 있는 부분에 나 있는 것도, 우연의 일치가 아닌 조개 입을 쉽게 열기 위한 구슬우렁이의 치밀한 계산에 의한 것이다.

    입을 벌린 조개는 영락없이 구슬우렁이의 먹이가 된다. 구슬우렁이에게 살을 먹힌 조개는 구멍 뚫린 껍데기만 남아 해변까지 파도에 밀려오게 된다.

    구슬우렁이는 주로 껍데기가 두 개인 조개류를 잡아먹지만, 자신과 동류도 잡아먹는다. 따라서 바닷가에서 고둥, 소라 등의 뿔 끝에 구멍이 뚫린 것을 발견한다면, 이 역시 같은 이유로 생긴 것이라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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