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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과(油果)’는 바삭바삭하고 부드러운 맛이 일품인 전통한과로, 고려 때부터 잔치나 제사, 세배상에 반드시 오르던 음식이다. 유과는 만드는 과정이 복잡하고 까다로워 상당한 시간과 정성이 필요해, 일반 백성들은 명절이나 제사, 혼인 등의 잔치 등에서나 한번 맛볼 수 있는 귀한 음식이었다.
유과의 이름에 ‘기름 유(油)’자가 쓰인 것은 건조한 찹쌀 반죽을 기름에 지져 만들기 때문이다. 유과는 찹쌀가루에 술과 미지근한 물을 넣어 만든 반죽을 모양내 말린 것을 기름에 지지거나 튀겨낸 후 조청이나 꿀을 발라 고물을 묻혀 만든다.
그런데 유과의 핵심 재료인 ‘기름’은 ‘쌀’ 못지않게 귀한 재료였다. 이 때문에 일부 지방에서는 귀한 기름 대신 유과 반죽을 튀기는데 다른 재료를 사용했다. 기름 대신 사용한 재료는 쉽게 상상하기 힘든 ‘모래’와 ‘자갈’이다.
강원도 강릉 사천 지역에서는 유과를 만들 때 기름 대신 5~7㎜의 굵은 모래를 사용했다. 깨끗이 씻은 후 기름을 바른 모래를 가마솥에 넣고 달군 후 찹쌀 반죽을 넣으면, 신기하게도 말린 찹쌀 반죽이 기름에 튀긴 것처럼 골고루 부풀어 오르기 때문이다. 모래에 기름을 바르는 것은 한과 반죽과 모래가 달라붙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경상남도 함양에서도 강가에서 채취한 고운 자갈을 이용해 강릉과 비슷한 방법으로 한과를 만들어냈다. 모래에 튀긴 한과는 기름에 튀긴 것보다 훨씬 구수하고 담백하며 바삭바삭한 식감이 살아있다고 한다.
지금도 강릉과 함양 지방에서는 기름 대신 달군 모래와 자갈에 찹쌀을 튀기는 한과 만들기 전통 방식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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