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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 우리말] ‘거지’와 ‘양아치’는 한 끗 차이

기사입력 2017.11.27 15:28
  • 사진=픽사베이
    ▲ 사진=픽사베이
    ‘양아치’라고 하면 흔히 사람들은 불량기 넘치는 걸음걸이와 천박한 말투에 말보다 주먹이 앞서고 의리나 정의감이 아닌 타산적인 이유로 호의호식하는 것이 인생 최대의 목표인 허세 있는 사람을 떠올린다. 심리학자인 폴 트래프넬은 양아치를 ‘사기성이 농후하고 거만하고 허풍을 잘 떨며 타산적이고 잘 싸우고 교활한 사람’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어사전에서 찾은 양아치의 뜻은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품행이 천박하고 못된 짓을 일삼는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는 뜻에 앞서 ‘거지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 되어 있기 때문이다. ‘남에게 빌어먹고 사는 사람’을 뜻하는 거지는 폭력을 행사해 억지로 남의 것을 빼앗는 ‘양아치’와는 차이가 있어 보이는데, 어떻게 이 둘이 한통속으로 취급되는 것일까?

    거지와 양아치의 관계는 ‘양아치’라는 말이 생겨난 유래를 알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양아치는 ‘동냥아치’가 줄어서 생겨난 말이다. 동냥아치는 불교에서 승려가 쌀 등을 시주받으러 돌아다니는 일인 ‘동량(洞糧)’과 ‘그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는 뜻을 더하는 접미사 ‘-아치’가 결합해 만들어진 합성어다.

    동냥의 원말은 ‘동령(動鈴)’이다. 동령은 불교에서 번뇌를 깨뜨리고 불심을 강하게 일으키기 위해 사용했던 청동 방울로, 각종 불교의식 때는 물론 스님들이 걸식 수행의 한 방편으로 탁발하는 과정에서도 흔들었다. 이후 동령은 동량, 동냥으로 변했고, ‘거지 등이 구걸하는 행위, 또는 그렇게 해서 얻은 물건’이라는 속된 의미가 결부되었고, 동냥아치는 거지와 같은 뜻을 나타내게 되었다.

    ‘동냥아치’에서 ‘동’을 뺀 ‘양아치’라는 말은 1950년대부터 사용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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