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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vs. 영화] 초속 5센티미터

기사입력 2017.11.13 18:18
  •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사랑이라는 감정에 미성숙하기에 실수도 아픔도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순수한 그 시절의 감정은 애틋한 그리움과 함께 가슴 한쪽에 오랫동안 남아있어 더 특별하게 여겨지는 듯 하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애니메이션 영화 ‘초속 5센티미터’는 이런 첫사랑의 감정을 잘 담아낸 작품이다. 감독은 세 편의 연작 단편을 통해 주인공 타카키의 사랑과 성장을 통해 첫사랑에 대한 다양한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 세 편의 단편 중 첫 번째 작품인 ‘벚꽃이야기’에서는 너무 어렸기에 사랑인지도 몰랐던 타카키와 아카리의 순수한 사랑이 담겨있다. 초등학교 졸업 후 떨어지게 된 타카키는 이사를 하기 전 아카리와 만나기로 약속하지만, 갑자기 내린 폭설로 인해 약속 시간에 한참을 늦게 된다. 둘은 온통 하얗게 변한 시골 마을에서 애틋한 첫 키스를 나누지만, 물리적인 거리만큼 둘 사이도 멀어질 것을 예감하며 헤어지고 만다.

    영화의 두 번째 단편인 ‘코스모너트’는 타카키를 짝사랑하는 섬 소녀 ‘카나에’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타카키를 좋아하지만, 아련한 첫사랑의 기억을 안고 넘어설 수 없는 선을 긋는 그에게 카나에는 끝내 고백하지 못한다. 결국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었던 카나에의 첫사랑 속에 관객은 순수한 만큼 더 아프게 느껴지는 첫사랑의 아련함을 느끼게 된다.

    세 번째 단편 ‘초속 5센티미터’는 어른이 된 타카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세월과 함께 변해버린 자신의 마음을 깨닫게 된 타카키는 아카리와 카나에의 추억을 떠올리며 아직도 사랑에 서툰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 본다. 첫사랑이었는지도 깨닫지 못했던 감정으로 인해 수없이 놓쳐버린 인연을 생각하던 타카키는 우연히 건너던 철도 건널목에서 마주친 여성이 아카리일 것이라는 생각에 뒤를 돌아보고, 마침 달려오는 기차가 지난 그 자리에 아카리가 서 있기를 기대한다. 과연 타카키는 기차가 지나간 그 길에서 아카리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까?

  • 이미지=영화 '초속 5센티미터' 스틸컷
    ▲ 이미지=영화 '초속 5센티미터' 스틸컷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애니메이션 제작과 동시에 동명 소설 ‘초속 5센티미터’를 함께 집필했다. 이 작품 역시 함께 제작 된 감독의 다른 영화와 소설처럼 마치 한 몸인 것처럼 높은 일체감을 보여 줘 영화와 소설 어느 쪽을 보더라도 동일한 내용과 구성, 메시지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영화와 소설이 주는 느낌은 사뭇 달라, 이왕이면 영화와 소설을 모두 감상하길 추천하고 싶다.

    감독 특유의 서정적이면서 감성적인 연출로 ‘빛의 마법사’라는 별칭을 안겨준 영화는 최고의 영상미를 자랑하며 깊은 감성의 울림을 자아내고, 소설은 영화보다 감성적인 울림이 덜하지만 영화에서 미처 드러내지 못한 인물들의 감정과 사건의 내막을 속속들이 들여다 보게 해줘 훨씬 깊은 공감을 남기기 때문이다.

    아직 이 작품을 못 본 이라면, 애니메이션 영화를 통해 감독이 자랑하는 궁극의 서정미를 경험한 후 별책부록 같은 소설로 아쉬운 마음을 채워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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